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우린 한국시리즈 우승을 진짜 우승으로 쳐주지.”
삼성의 국내야구 최초 정규시즌 3연패는 대단한 사건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 해태, 2000년대 현대와 SK도 2연패까진 했으나 3연패 앞에선 무릎을 꿇었다. FA가 활성화 돼 각 팀간 선수들의 이동이 잦다. 주전들은 매년 나이를 먹는다. 리그 톱 전력을 3년 연속 유지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삼성 역시 3연패를 앞두고 전력 약화를 피해가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고비를 넘기고 대업을 달성했다.
▲ 미국-일본, 확실히 지구 우승을 인정해준다
메이저리그와 일본야구는 어떨까. 확실히 지구 우승을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류 감독은 “메이저리그는 월드시리즈 우승도 우승이지만, 지구 우승에 무게를 둔다. 승엽이에게 물어보니까 일본도 저팬시리즈보단 리그 우승을 더 크게 쳐준다고 하더라”고 했다. LA 다저스의 사례를 보면 될 것 같다. LA 다저스는 올해 4년만에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달성했다. 선수들은 일제히 샴페인을 터뜨리면서 기쁨을 누렸다. 체이스필드 풀장 세리모니 논란도 이때 나왔다.
관점의 차이다. 미국과 일본에선 포스트시즌은 보너스 게임이란 인식이 강하다. 162경기(메이저리그)와 144경기(일본)라는 대장정을 치러서 가려진 지구 혹은 리그 우승자가 단기전 승자보다 훨씬 값어치 있다는 것이다. 팬들 역시 그런 사고가 팽배하다. 포스트시즌서 우승한 팀도 정규시즌서 우승하지 못했다면 사실상 실패한 시즌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일본만 해도 포스트시즌 자체를 뒤늦게 받아들였다. 센트럴리그, 퍼시픽리그 종료 후 저팬시리즈만 치르다 2004년 퍼시픽리그가 클라이막스 시리즈를 도입했다. 흥행을 위해서였다. 센트럴리그는 끝까지 보수적인 태도로 일관하다 2007년에서야 뒤늦게 받아들였다. 클라이막스 시리즈 우승팀이 리그 우승팀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금도 보수적인 일본 야구인들은 여전히 정규시즌 우승팀을 진정한 승자로 여긴다. 클라이막스 시리즈와 저팬시리즈는 철저히 보너스 게임이라고 본다.
▲ 차분했던 삼성 덕아웃
삼성은 정규시즌 3연패를 확정한 2일 밤 샴페인도 터트리지 않았고 류중일 감독 헹가래도 치지 않았다. 우승 기념 티셔츠와 모자 착용 후 기념촬영이 전부였다. 2013년 삼성뿐 아니라 과거 정규시즌 우승팀의 공통된 세리모니이기도 했다. 삼성 덕아웃에선 “4승 남았다.” “큰 무대 준비를 잘 하겠다”라는 코멘트가 나왔다. 정규시즌 3연패도 의미가 있지만, 진정한 승부의 무대는 한국시리즈라는 분위기였다.
류중일 감독 역시 “국내에선 정규시즌 우승보단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야 대우를 받는다”라고 했다. 삼성 역시 2001년 정규시즌 우승을 해놓고도 두산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빼앗기자 우승팀 대우를 받지 못했다. 축구, 농구, 배구 등 국내 4대 프로스포츠 모두 최후의 승자인 포스트시즌 우승팀을 진정한 우승팀으로 인정한다.
▲ 정규시즌 우승팀의 가치를 높이자
류 감독은 마음 속에 있는 얘기를 꺼냈다. “실질적으로 리그 우승이 더 중요하지 않나”라고 했다. 단순히 삼성이 사상 최초 정규시즌 3연패를 앞둔 시점이라 그런 말을 꺼낸 건 아니었다. 류 감독은 “포스트시즌은 게임 운영 자체가 다르다. 정해진 팀만 상대하면 되니까”라고 했다. 결국 류 감독은 각종 변수를 딛고 일궈낸 128경기 승자가 좀 더 인정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KBO도 2008년부터 페넌트레이스 1위 대신 페넌트레이스 ‘우승’이란 말을 사용했다. 2007년까진 그런 말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2일 밤 삼성의 정규시즌 3연패에 1위란 말은 찾아볼 수 없었다. KBO는 포스트시즌 배당금도 정규시즌 우승팀에 좀 더 많이 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직후 정규시즌 우승팀 자격으로 20%를 우선적으로 받는다. 나머지 80%는 포스트시즌 성적에 따라 분배된다. 정규시즌 우승팀의 가치가 조금씩 인정받는 분위기다. 물론 미국과 일본에 비하면 많이 약하다.
알고보면 1989년과 1992년 빙그레, 2001년 삼성도 엄연히 승리자다. 그들은 정규시즌서 우승했으나 한국시리즈서 우승한 해태와 두산에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겨 패배자란 말을 들었다. 이젠 이런 인식에도 변화를 줄 때가 된 것 같다. 한국시리즈 우승 가치는 분명 대단하다. 하지만, 정규시즌 우승팀 역시 가치가 높고 그에 상응하는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삼성의 사상 첫 정규시즌 3연패가 더욱 대단한 것이기도 하다.
[삼성 정규시즌 3연패 세리모니 장면. 사진 = 부산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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