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우리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경험이 없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드리겠다."
넥센 히어로즈 '캡틴' 이택근이 준플레이오프 시작 하루 전인 7일 미디어데이에서 힘주어 말한 한마디. 허언이 아니었다. 완벽한 경기력은 아니지만 접전 상황에서 2연속 끝내기 승리로 확실한 우위를 점한 넥센이다. 시리즈 시작 전에는 "경험에서 두산에 밀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첫 2경기를 모두 끝내기로 잡았다. 끈끈한 팀워크와 집중력으로 경험 부족을 극복했다는 점이 새삼 돋보인다.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된 넥센 선수 중 포스트시즌 경험자는 절반, 아니 40%도 안 된다.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엔트리 27명 가운데 경험자는 10명이다. 비율로 따지면 37.03%에 불과하다. 2회 이상 가을야구를 경험한 이는 단 5명(18.52%)뿐이다.
투수는 손승락 송신영 오재영 이정훈까지 4명이 경험자다. 손승락(2006년)과 오재영(2004년)은 이번이 2번째 출전이다. 이정훈도 롯데에서 뛰던 2009~2010년에 이어 이번이 3번째, 송신영은 2001, 2004, 2006년에 이어 4번째다. 가을야구 경험이 아주 풍부하다고는 할 수 없다.
타자로 눈을 돌려보자.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포스트시즌 경험자는 김민성 서동욱 송지만 유한준 이성열 이택근까지 총6명. 2번째 가을야구에 나서는 김민성(2008)과 서동욱(2004)은 단 한 경기, 유한준(2006년)은 4경기 출전이 전부다. 이택근(12경기 33타석, 3회 출전) 이성열(12경기 25타석, 5회 출전), 송지만(25경기 108타석, 6회 출전)이 그나마 가을야구의 '느낌을 아는' 선수들.
반면 두산은 무려 16명(59.25%)이 2회 이상 가을야구를 경험했고, 최소 한 차례 이상 포스트시즌 무대에 섰던 이는 22명(81.48%)이나 된다. 올해 처음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 선수는 외국인투수 데릭 핸킨스와 윤명준, 오현택, 유희관, 최재훈이 전부다.
단기전 경험에서 넥센이 한참 밀릴 것으로 보였으나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넥센 선수들은 긴장감보다는 "즐기겠다" 자세로 시리즈에 임했다. 고참 선수들도 말을 아꼈다. "포스트시즌의 중요성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데 굳이 얘기해서 어린 선수들에게 부담 줄 필요가 없다"는 게 이유. 데뷔 첫 가을야구에 나선 서건창은 1차전을 앞두고 "보너스 게임이라고 생각하겠다"며 두려움 없는 야구를 다짐했다.
특히 투수진의 활약이 무섭다. 국내 무대 첫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오른 외국인투수 브랜든 나이트와 앤디 밴 헤켄은 1·2차전에 선발 등판해 각각 6⅓이닝 2실점, 7⅓이닝 1실점으로 위력을 떨쳤다. 강윤구와 한현희는 2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한현희는 2차전서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도 누렸다.
가을야구는 커녕 정규시즌서도 이름 석 자가 가물가물했던 김지수는 2차전 끝내기 안타 하나로 단숨에 영웅이 됐다. 정규시즌 홈런왕 박병호는 1차전 첫 타석 홈런으로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특히 박병호는 고의4구 포함 볼넷 3개를 얻어내며 상대 팀의 경계대상임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물론 걱정거리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중심타선은 아직 터지지 않았다. 이택근-박병호-강정호로 이어지는 넥센 중심타선의 시리즈 합산 성적은 23타수 4안타(타율 0.187) 1홈런 2타점이 전부다. 이택근은 끝내기 안타로 순도 100% 타점을 올렸지만 2차전서는 찬스에서 번번히 물러나 아쉬움을 남겼다. 강정호는 볼넷 3개를 얻은 박병호 뒤에 나서는 부담을 떨쳐내야 한다. 리드오프 서건창이 타율 4할 2푼 9리, 출루율 6할로 맹활약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심타선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가을야구 경험이 전무한 선수들이 넥센의 2연승에 적잖은 힘을 보탰다는 점이다. 이제 1승만 추가하면 창단 첫 포스트시즌 시리즈 통과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경험이 없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제대로 지키고 있어 더 무서운 넥센이다. 2008년 창단 이후 첫 가을야구를 즐기고 있는 넥센의 우승을 향한 무한질주, 그 끝이 어디일지 더욱 궁금해진다.
[넥센 히어로즈 선수들이 2차전 김지수(왼쪽)의 끝내기 안타 직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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