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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커쇼가 무너졌다. 하지만, 그를 탓할 순 없었다.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올 시즌 대대적인 투자로 1988년 이후 25년만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노린 LA 다저스는 2009년 이후 4년만에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며 꿈을 향해 순항했다. 클레이튼 커쇼-잭 그레인키-류현진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뒤질 게 없었다. LA 다저스는 호기롭게 포스트시즌에 나섰다. 애틀란타와의 디비전시리즈를 3승1패로 통과했다.
타선이 문제였다. LA 다저스 타선은 부상자들의 운명과 궤를 함께했다. 시즌 초반부터 부상자가 속출하며 힘이 떨어졌다. 시즌 중반 이후 부상자들이 대거 돌아오면서 흐름을 타기 시작했고, 마운드와 강한 화학작용을 보여주면서 1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하지만, 시즌 막판 일부 선수들의 컨디션이 다시 나빠지면서 고전했다. 그래도 워낙 시즌 중반 벌어놓은 승수가 많아서 지구 우승엔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세인트루이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였다. 핸리 라미레즈, 안드레 이디어 등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은 타자들이 투혼을 발휘했으나 전체적으로 떨어진 감각을 어찌할 수 없었다. 홈에서 열린 3~4차전서 일시적으로 살아났으나 적지인 부시스타디움에선 다시 침묵모드로 돌아섰다. 마이클 와카는 커쇼만큼은 아닐지라도 역시 좋은 투수였다.
그러는 사이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무너졌다. 커쇼는 2차전서 와카에 판정패했으나 7이닝 1실점으로 본래의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6차전서 5일을 푹 쉬고 나온 커쇼의 공은 웬일인지 썩 좋지 않았다. 슬라이더가 조금씩 맞아나가기 시작했다. 특유의 직구 힘과 무브번트도 예전만 못했다. 세인트루이스 타선의 잽에 3회 집중 4안타를 맞아 4실점했다. 5회에도 추가 3실점하며 완전히 무너졌다. 5회에 0-9까지 벌어지면서 승부가 사실상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커쇼를 탓할 순 없다. 그는 올 시즌 16승 9패 평균자책점 1.93에 무려 232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후보임은 물론이고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최고의 투수로 손색 없는 활약을 했다. 그러나 커쇼도 인간이었다. 올 시즌 LA 다저스의 가장 중요한 경기서 무너졌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더구나 타선의 빈약한 지원을 감안하면 고개를 숙인 커쇼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LA 다저스는 결국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류현진의 올 시즌도 이렇게 끝나고 말았다. 단순히 이날 패배를 탓해선 안 된다. 왜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는지 정밀하게 분석해봐야 한다. 부상자들의 속출, 타선 침묵 등의 원인을 파헤쳐봐야 한다. 어쩌면 LA 다저스는 시즌 막판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 류현진에게 너무나도 많은 걸 의지했는지도 모른다. 드라마틱한 2013시즌을 보낸 LA 다저스. 그 끝은 허무했다. 중요한 건 이날 무너진 커쇼를 탓할 순 없다는 점이다.
[커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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