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반격포인트를 어디서 찾을까.
삼성이 한국시리즈 1차전을 내준 건 2010년에 이어 3년만이다. 삼성은 2004년 한국시리즈 1차전서도 현대에 패배했는데, 9차전까지 끈질기게 승부했으나 2승3무4패로 패퇴했다. 삼성은 2010년엔 한국시리즈 1차전을 SK에 내준 뒤 4연패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역대 한국시리즈 1차전 패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단 20%(30차례 중 6차례)다.
한국시리즈 1차전 패배팀의 가장 최근 우승 사례는 2007년과 2008년 SK다. SK는 2007년 두산에 홈에서 열린 1~2차전을 모두 내준 뒤 잠실 3~5차전을 쓸어담았고 홈에서 열린 6차전마저 잡고 4승2패 리버스 스윕을 완성했다. SK는 2008년에도 두산에 홈 1차전을 내준 뒤 2차전을 잡았고, 잠실 3~5차전을 싹쓸이하며 2년 연속 리버스 스윕으로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 삼성이 2007~2008년 SK에 얻어야 할 교훈
SK는 2007년 한국시리즈 4차전 선발투수로 에이스 캐니 레이번이 아닌 신인 김광현을 냈다. 구위가 좋은 김광현이 3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올라온 다니엘 리오스를 압도했다. SK는 1~2차전을 내준 뒤 3차전서 기사회생했으나 여전히 한국시리즈 전체 흐름을 갖고 오진 못한 상황. 그러나 김광현 카드가 적중하면서 SK가 4차전을 잡아내자 기세가 완벽하게 살아났다.
SK는 2008년 한국시리즈 1차전서도 두산에 패배했다. 그래도 SK는 빨리 기운을 차렸다. 2차전서 타선의 응집력이 살아났고, 불펜이 뒷문을 지켜 승리했다. 3차전서도 특유의 벌떼 마운드가 두산 타선을 장악했다. SK는 2007년 한국시리즈선 확실한 한 수로 흐름을 끌고 왔다면, 2008년 한국시리즈선 SK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야구가 살아나면서 자연스럽게 흐름을 끌고 왔다.
삼성도 5~6년전 SK와 마찬가지로 한국시리즈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류중일 감독이 타순변화 혹은 마운드에서의 승부수로 경기 주변환경에 변화를 주는 방법이 있다. 또 하나는 삼성이 가장 잘 하는 야구를 제대로 구현하는 것이다. 분명한 건 찬스는 온다는 것이다. 한국시리즈는 7전 4선승제다. 5전3선승제, 3전2선승제 단기전과는 달리 단기전이면서 장기전의 성격을 갖고 있다. 충분히 흐름을 주고 받을 여력이 있다. 삼성은 이걸 놓치면 안 된다.
▲ 2차전 관건은 선발투수 맞대결
삼성의 1차전 패배 원인은 믿었던 에이스 윤성환의 조기강판과 타선의 침묵이었다. 그래도 타선은 경기 후반 그럭저럭 터졌다. 6안타에 그쳤지만, 경기 후반 1점을 따라붙었다. 류중일 감독도 “경기 막판 1점을 뽑아낸 건 2차전서 좋게 작용할 것이다. 두산 불펜을 모두 끌어냈다는 것도 수확이다”라고 했다. 김한수 타격코치도 “중심타자들의 타격감은 나쁘지 않다”라고 했다. 타격은 상대적이다. 1차전서 노경은에게 꽉 막혔던 타선이 2차전서 더스틴 니퍼트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1차전서 1루에 슬라이딩을 하다 다친 박한이가 2차전서 설령 나오지 못해도 정형식이라는 슈퍼백업이 있다.
걱정했던 수비도 견고했다. 정병곤-김태완 키스톤콤비는 단 1실책도 범하지 않았다. 단국대 시절부터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했던 정병곤은 호수비를 몇 차례 보여주면서 두산 내야진과 대등한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두산에 비교우위라던 마운드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면 삼성이 두산에 밀릴 이유는 전혀 없다. 삼성으로선 1차전 패배로 실망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선발 맞대결이다. 두산 노경은, 니퍼트, 유희관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확실히 삼성도 버겁다. 2차전 선발투수 릭 벤덴헐크도 니퍼트에 비하면 무게감이 살짝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류 감독은 밴덴헐크의 컨디션이 좋다고 판단해 2차전서 투입하지만, 여차하면 차우찬, 안지만 등을 조기에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은 경기 초반 타선이 니퍼트를 적절히 공략하거나 밴덴헐크가 니퍼트와 대등한 승부를 벌여 불펜싸움으로 연결해줘야 승산이 높아진다.
삼성으로선 2차전이 터닝포인트가 돼야 한다. 2007년 SK 사례 재현은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류 감독은 2차전서 특별히 타순에 큰 변화를 줄 것 같진 않다. 원래 기존 선수들을 믿는 편이다. 그렇다면 삼성 특유의 승리공식이 나와야 한다. 정규시즌 3연패, 21세기 한국시리즈 최다 우승팀(5회)의 저력이 발휘돼야 할 시점이 찾아왔다. 삼성이 2차전마저 내준다면 2007년 SK처럼 벤치에서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다.
[삼성 벤치(위), 삼성 선수들(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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