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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첫 우승을 위한 눈물겨운 투혼이다.
올해 빅리그 데뷔 16년째인 카를로스 벨트란(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지난해까지 단 한 차례도 월드시리즈에 나서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45경기에서 타율 3할 3푼 7리 16홈런 37타점으로 맹활약했으나 월드시리즈와는 인연이 없었다. 2004년(휴스턴)과 2006년(뉴욕 메츠), 지난해 모두 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포스트시즌의 사나이'에게 월드시리즈 우승은 고사하고 월드시리즈 출전 기회조차 없었다.
그런 그가 데뷔 후 처음으로 꿈에 그리던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올 정규시즌 145경기에서 타율 2할 9푼 6리 24홈런 84타점으로 맹활약했고, LA 다저스와의 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에서 득점권타율 6할 6푼 7리(6타수 4안타) 5타점 맹활약으로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탰다. 그래서 더 의미가 컸다.
그런데 첫 경기부터 악재가 겹쳤다. 전날(24일) 1차전서 팀이 0-4로 뒤진 2회말 1사 만루 위기, 보스턴 4번타자 데이비드 오티즈가 우측 담장을 향해 홈런성 타구를 날렸다. 그러나 벨트란은 포기하지 않고 타구를 끝까지 쫓아 글러브에 넣었다. 벨트란이 막아내지 못했다면 영락없는 만루포였다. 4실점 위기를 1점으로 막은 환상적인 호수비였다.
하지만 호수비의 댓가가 너무나 컸다. 이 과정에서 펜스에 가슴 부위를 강하게 부딪히는 바람에 갈비뼈에 부상을 입었다. 결국 그는 3회말 수비부터 존 제이와 교체돼 경기에서 빠졌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동해 정밀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엑스레이와 CT 촬영 결과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25일 2차전에 선발 출전할 수 있었다. 그는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하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
진통제까지 맞고 경기에 나섰다. 벨트란은 경기 후 LA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5~6시간 동안 통증을 막아주는 진통제 '토라돌' 주사를 맞았다"고 털어놓았다. 토라돌은 합법적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 합법이기는 하지만 여러 부작용 때문에 스포츠계에서 논란이 되는 약물로 알려져 있다. LA타임즈 빌 샤이킨 기자는 "벨트란의 스윙이 NLCS 당시 갈비뼈 부상을 당한 핸리 라미레즈(LA 다저스)의 스윙보다 나았다"고 전했다.
벨트란은 이날 경기 전 "충분히 괜찮다"며 출전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16년 만에 찾아온 월드시리즈 출전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팀 동료 대니얼 데스칼소도 "벨트란이 스윙만 할 수 있다면 그는 라인업에 있어야 한다"며 "괜찮다니 정말 다행이다. 생각보다 훨씬 좋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안도했다.
결과적으로 벨트란의 투혼은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팀은 접전 끝에 4-2로 역전승,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채 홈구장인 부시스타디움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벨트란의 멀티히트가 힘을 보탰음은 물론이다. "3차전이 열리는 토요일에는 오늘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CBS스포츠도 '벨트란이 선발 출전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데뷔 16년 만에 처음 밟는 월드시리즈 무대, 벨트란에게는 너무나 소중하다. '진통제 투혼'은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한 그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카를로스 벨트란의 진통제 투혼, 데뷔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한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사진 = Gettyimageskorea/멀티비츠]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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