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승환의 진심은 무엇일까.
해외진출 독자행보를 시작한 오승환. 의지를 확고히 표명하면서도 아직 ‘일본이냐 미국이냐’를 결정하는 데는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다. 실제로 현 시점에서 확실하게 일본 혹은 미국이라 얘기하기도 쉽지 않다. 오승환은 자신에게 관심을 보낸 구단들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서 협상에 임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승환이 메이저리그 진출에 뜻을 품고 있다면 포스팅시스템이란 장벽을 뚫어야 한다. 포스팅시스템은 일종의 공개입찰제도다. 가장 많은 금액을 써낸 구단과 협상 창구를 단일화하는 과정이다. 포스팅 금액은 오승환이 해당 구단과 계약을 맺는 순간 전 소속팀 삼성에 돌아간다. 오승환은 올해 대졸 8년차로 무늬만 FA. 어디까지나 국내 보유권은 삼성이 쥐고 있기 때문에 삼성은 이적료를 챙길 수 있다.
▲ 포스팅 굴욕 가능성은 낮다
만약 오승환이 포스팅시스템에 필요한 절차를 밟을 경우, 실제 입찰액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해 류현진이 2573만달러를 기록했는데, 불펜투수인 오승환은 류현진과는 다르다. 아무래도 미국에선 불펜투수의 가치를 선발보다 낮게 책정하기 때문에 류현진보다 높은 포스팅 금액을 받기는 어렵다는 게 야구인들의 시각이다.
현 시점에서 오승환의 포스팅금액 자체를 전망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실제로 오승환이 과거 진필중, 임창용, 최향남 등의 사례처럼 터무니 없는 금액을 제시받을 가능성은 낮다. 이미 오승환에 대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평가는 끝났다. 최근 몇 년간 오승환을 구체적으로 관찰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오승환에 대해 어느 정도 객관적인 데이터를 갖고 있다. 단순히 국내 야구인들에게 립서비스를 하기 위해서 오승환의 게임을 수 차례 찾은 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오승환이 예전 국내 구원투수들 사례처럼 터무니 없는 금액만 아니라면 본인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입찰액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오승환이 포스팅시스템에서 굴욕을 맛볼 가능성은 낮다”라고 단언했다. 결국 오승환이 메이저리그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면 포스팅 금액은 어지간하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오승환의 포스팅 금액 자체로 논쟁을 벌일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진정한 변수는 따로 있다.
▲ 문제는 외부환경, 주도권은 일본이 쥐었다
포스팅시스템 입찰은 11월 1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가능하다. 삼성은 오승환에 대한 포스팅 입찰을 11월 말 쯤에 할 것으로 보인다. 그에 앞서 일본 구단과 먼저 접촉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일본은 굳이 포스팅시스템이 필요없다. 복수의 구단이 동시에 삼성엔 이적료를, 오승환에겐 몸값을 제시해 유혹할 것이다. 오승환이 포스팅시스템 입찰을 선언할 경우 일본 구단들은 한 발 물러서는 게 관례다. 하지만, 오승환이 포스팅 입찰을 하기 직전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일본에선 이미 오승환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줄 준비를 마쳤다. 현지 언론에서도 그렇게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임창용의 성공으로 한국 최고 마무리가 일본에서도 통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혔다. 일본이 먼저 오승환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마무리 보직을 약속한다면, 오승환으로선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한, 복수의 구단이 달려들 경우 오승환의 몸값은 더욱 뛸 것이다. 한신, 소프트뱅크는 오승환에게 노골적인 관심을 표명한지 오래됐다. 올해 일본시리즈 우승에 실패한 요미우리도 영입전에 나올 수 있다는 보도도 심심찮게 나온다. 삼성 역시 이미 이적료 자체엔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 결국 포스팅시스템 입찰 직전에 일본 구단과 얘기가 끝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 포스팅시스템의 어두운 그늘
이미 지난해 류현진 케이스에서 소개가 됐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한국, 일본 선수를 영입할 때 포스팅 입찰액과 선수 몸값을 묶어 전체 예산을 책정한다. 지난해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이 2573만달러였고, 실제 몸값이 6년 3600만달러이니 LA 다저스는 약 6000만달러를 류현진 영입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오승환도 마찬가지다. 불펜 투수, 특히 검증이 필요한 의미에서 셋업맨 보직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오승환에게 류현진처럼 높은 금액을 책정할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오승환이 메이저리그 의지만 있다면 포스팅은 얼마든지 시도할 수 있는데, 문제는 포스팅 금액에 따라 오승환의 실제 몸값이 그만큼 줄어들고, 몸값이 줄어드는 만큼 메이저리그서 적응할 기회를 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팅시스템 자체가 단수 구단과의 협상을 의미하기 때문에 오승환의 몸값이 협상 과정에서 뛸 가능성도 크지 않다.
2005년 뉴욕 메츠에서 잠깐 몸을 담았던 구대성은 “후배들에게 최대한 대접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라고 한 적이 있다. ‘몸값=기회’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당시 구대성은 약 45만달러로 메이저리그 최저수준의 연봉을 받았다. 변변한 경쟁을 하지도 못한 채 메이저리그를 떠났다. 물론 오승환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경우 이 정도 금액을 받을 가능성은 낮지만, 참고 할만 하다. 아시아 출신 불펜투수가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케이스가 드문 것도 결국 이런 이유라는 지적이다.
중요한 건 오승환의 진심이다. 오승환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충분한 의지가 있다면 절차상의 어려움과 손해를 감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일본 구단들이 경쟁적으로 더 높은 몸값을 제시한다면 오승환은 포스팅 입찰 직전에 일본 구단과 사인을 할 수도 있다. 프로가 충분한 대우와 안정적인 보직 보장을 쫓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오승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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