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이제 한국시리즈 우승에 초점 맞춰야죠."
큰 짐을 덜어낸 듯 홀가분한 목소리였다. '연봉 4억 시대'를 연 손아섭(롯데 자이언츠)의 시선은 벌써 올 시즌 한국시리즈를 향해 있다. 합당한 대우를 해준 구단에 어떻게든 보답하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다. '근성의 아이콘' 다운 모습 그대로였다.
손아섭은 2일 롯데와 지난 시즌 2억 1천만원에서 1억 9천만원(인상률 90.5%) 오른 4억원에 올 시즌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풀타임 첫해인 2010년 이후 4년 만에 1억원 이상의 인상률을 보인 손아섭은 지난 시즌은 물론 4년간의 활약을 단번에 보상받았다. 지난 4년간 타율 3할 2푼 3리(1865타수 603안타) 42홈런 257타점 65도루로 맹활약으나 이전까지 최고 인상액이 8천만원(2013시즌 1억 3천만원→2억 1천만원)이던 손아섭. 그에게 연봉 4억원이 지닌 상징성은 무척 컸다.
손아섭은 올해 전 경기인 128경기에서 타율 3할 4푼 5리 11홈런 69타점 83득점 36도루, 출루율 4할 2푼 1리를 기록했다. 172안타를 터트리며 2년 연속 최다안타왕을 거머쥐었고, 타율과 도루는 리그 2위였다. 또한 모든 공격 지표에서 팀 내 1위를 차지하며 구단 선정 최우수선수에 뽑히기도 했다.
강견을 앞세운 수비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였고, 올해는 도루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공격과 수비, 주루까지 3박자를 모두 갖춘 타자로 거듭났다. 뿐만 아니라 땅볼 타구 하나에도 전력 질주하는 근성과 "나를 보러 오는 팬이 한 분이라도 있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프로의 자세다"고 말하는 그의 프로의식은 성적 이상의 플러스 알파였다.
생애 첫 4억 연봉에 따른 책임감이 크다. 손아섭은 "고액 연봉자로서 책임감이 무척 커졌다"며 "올 시즌 팀 성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대우를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고 했다. 롯데는 지난 시즌 66승 58패 4무(승률 0.532)로 리그 5위를 기록, 2008년 이후 6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이 좌절됐다. 순조로운 연봉 협상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손아섭은 개인 성적에 걸맞은 특급 대우로 활약을 보상받았다. 이에 대한 고마움이 없을 리 없다. 그는 "당연히 금액에 전혀 불만 없다. 내가 원하는 대로 주셨다"고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롯데 구단도 "손아섭에게 최고 대우를 해주겠다"는 약속을 지켰고, 손아섭도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첫 만남에 도장을 찍고 싶다"는 바람대로 됐다.
이제는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달리는 일만 남았다. 손아섭은 "올 시즌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목표에 맞게 중심타자로서 큰 역할을 해내고자 어느 시즌보다 더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활동 기간에도 근력 운동 등 개인 훈련에 한창인 손아섭의 시선은 벌써 한국시리즈를 향해 있다. 1999년 이후 14년간 한국시리즈를 경험하지 못한 롯데의 숙원을 풀겠다는 각오다.
허황된 꿈이 아니다. 롯데는 15승 투수 장원준이 2년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했고, FA 최준석과 거포 외국인타자 루이스 히메네스도 품에 안았다. 내부 FA 강민호와 강영식도 잔류시켰다. 전력 보강 효과를 노리기에 충분하다. 선수들의 의지도 대단하다. 손아섭은 팀이 전지훈련지로 떠나는 15일 전까지는 개인 훈련을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욕심은 끝이 없다. 올 시즌 장타 생산을 위해 더 많은 땀을 흘리겠단다. 손아섭은 올 시즌 막판에도 홈런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홈런을 너무 안 치면 위압감이 떨어진다"며 "홈런이 없으니 안타로는 팀에 승리를 안겨주는 데 한계가 있다. 스프링캠프 기간에 많이 연습해서 15~20홈런은 칠 수 있게 하겠다. 지금보다 더 빈틈없는 타자가 되겠다"고 다짐했었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는 "올 시즌에는 장타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며 "안타도 좋지만 홈런에 초점을 맞추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어느새 팀의 중심타자로 성장한 손아섭의 책임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풀타임 첫해인 2010년 이후 5년 만에 연봉 4억 시대를 연 기쁨보다 책임감이 먼저였다. 괜히 '근성의 아이콘'이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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