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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최저 임금 반도 안되는 월급 받아도 행복했다"
배우 정선아는 지난 2004년 연극 '해피엔드'를 시작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바비&죠', '당신의 의미', '마술가게', '당신과 나 사이', '내 마음의 안나푸르나', '끝방', '한 여름밤의 꿈', '뷰티풀선데이', '청산리에서 광화문까지', '상자 속 흡혈귀', '청혼', '오월엔 결혼할꺼야',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연애시대', '아버지', '너와 함께라면', '나와 할아버지', 뮤지컬 '거울공주평강이야기', '코메디 된 뮤지컬 The Mask'를 비롯 현재 연극 '올모스트메인'에 출연하며 극단 간다에 소속돼 약 10년간 배우 생활을 이어왔다.
한 우물을 파는 것, 그것도 연기자의 길을 오랫동안 걷는 것은 그 어떤 직업보다도 다소 어려운 것이 사실.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어려운 점이 수두룩하다. 때문에 연기자의 길을 걷는 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단단해야 하고 뚝심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선아는 여타 배우들 중에서도 단연 뚝심 있는 배우다.
정선아는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웠다. 완전 극단 체제로 1년 동안은 최저임금의 반도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면서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웠다. 그런데도 너무 행복했다"고 입을 열었다.
정선아는 극단 생활을 하며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연습을 계속했다. 계속 연기하고 쉬고, 다시 연기하고 그보다 행복한 일은 없었다. 때문에 '이렇게 행복한데 돈까지 잘 벌면 너무 불공평한거지'라고 생각했다. 매일 매일 끌려가듯 회사로 향하고 월급날 하루만을 위해 사는 사람도 있는 요즘 시대에 매일 매일 재미있게 연습실로 향할 수 있었으니 그 누구보다 행복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앞에 마냥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그는 "하다보면 잘 되겠지 했는데 그 날이 그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영어 관련 아르바이트를 계속 해왔는데 2012년에 처음으로 연기하며 번 돈이 아르바이트 하며 번 돈을 뛰어 넘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연기를 병행할 수 있는게 얼마나 축복인가. 그것조차도 너무나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확실한건 우리가 이렇게 보내왔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르바이트 하면서 연기해도 극단 사람들은 가족이니까, 형편을 다 아니까 이해해 준다. 다들 같이 어려우니까 이해해준다. 아무래도 노력해야 하는 것도 많고 갈등도 많지만 가족이니까 다 이해해주니 고맙다. 우리 극단이 정말 자랑스럽다."
정선아는 간다 작품 뿐만 아니라 외부 작품을 하면서도 많은 배움을 얻었다. 특히 연극 '아버지'와 '한여름 밤의 꿈'은 잊지 못할 작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순재, 이문식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었으니 영광일 수밖에 없다.
정선아는 "'아버지' 때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솔직히 쉬지 않고 연습을 하니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내게 전환점이 생겼다. 이순재 선생님이 공연 중 다치셨는데도 계속해서 공연을 하셨을 때다"며 "그때 피를 진짜 많이 흘리셨다. 눈으로 '선생님 멈출까요. 그만할까요' 하는데 티 내지말라는 눈빛이셨다. 몰래 휴지로 닦으려고 해도 티 내지 않으려고 피하셨다. 커튼콜 때 눈물을 쭉 흘리시는데 울컥했다"고 말했다.
"이순재 선생님은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끝까지 티를 안 내셨다. 선생님의 우선 순위는 늘 관객이고 연극이다. 요즘 젊은 배우들 중엔 드라마, 영화 때문에 연극에서 빠지는걸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선생님은 연극이 우선이셨다. 연극을 소중히 여겨주시니까 후배들한테도 좋은 영향력이 있다. 작품 하면서 진짜 많이 배우고 그 때 많이 울고 그랬다. 불평하던 나도 달라졌다. 이문식 선배님 역시 리허설 때마다 100%를 보여주시는 모습에 감동했다. 사실 나 역시 느슨해지는 부분이 생기기도 했는데 선배님들을 보며 나를 다잡았다."
선배들을 비롯 간다 배우들을 통해 자신을 다잡고 있는 정선아는 앞으로의 연기 인생 역시 자신감이 가득하다. 그는 "우리가 이렇게 좋은 팀워크로 좋은 공연을 올리는데 많이 못 본다면 슬플 것이다. 우리가 하나의 브랜드가 됐고 간다라는 이름을 보고 공연장으로 오는 관객들도 있다. 극단 배우들이 지금 연기의 정점에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다시는 볼 수 없는 모습들인거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시고 많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
한편 정선아가 출연중인 연극 '올모스트메인'은 미국 인기 TV시리즈 로앤오더로 유명한 배우 존 카리아니(John Cariani)가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딛은 작품으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가상의 마을 Almost에서 금요일 밤 9시, 숨김없이 솔직한 아홉 쌍의 커플들에게 각각 동시에 벌어지는 9개의 에피소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은 솔직 담백한 사랑이야기다. 오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예술마당 4관에서 공연된다.
[배우 정선아. 사진 = 스토리피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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