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투수에게 큰 변화가 생긴다.
최근 KBO가 규칙변경을 단행했다. 우선 투수가 타자의 머리 쪽으로 직구 위협구를 던지면 1차 경고, 2차 퇴장이다. 타자가 직접 머리에 맞지 않더라도 투수의 직구가 타자의 헬멧 근처로 가기만 하면 이 규정이 그대로 적용된다. 물론 2003년~2004년엔 투수가 변화구를 던지다 손에서 빠져 공이 머리로 향해도 퇴장을 당했다. 이번엔 직구로 한정했다. 구심이 판단할 부분이다.
또 하나는 보크다. 이제까진 투수가 시간을 벌고 타자의 타이밍을 뺏기 위해 축발을 투수판을 밟은 채로 3루에 던지는 시늉을 한 뒤 실제로는 몸을 돌려 1루에 견제구를 던지는 경우가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경기 시간이 늘어지는 원인이 됐다. 지난해 메이저리그가 이를 금지하면서 호응을 얻었다. 이에 국내야구도 올 시즌부터 시행한다. 이젠 2루를 제외한 1루, 3루 위투는 모두 보크다.
로진 사용도 규제가 내려졌다. 투수가 로진을 손에 묻힌 뒤 털어내거나 유니폼, 모자 등에 묻히는 행위가 금지된다. 1차 경고 후 2차는 볼이다. 한 마디로 로진을 손에 살짝 묻힌 뒤 바로 투구에 들어가라는 의미다. 이밖에 투수교체 시간을 2분45초로 제한했다. 이 시간에 연습투구 횟수 5개를 채우지 못해도 곧바로 정식경기에 들어간다.
▲ 투수가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이번 규칙 변경 및 보완은 확실히 투수들에게 부담이 크다. 헤드샷 퇴장 규정은 지난해 레다메스 리즈(LG)와 배영섭(삼성) 사구 사건 여파로 생겼다. 당시 피해를 본 삼성 류중일 감독을 중심으로 타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규정이 생겨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현장에선 대부분 찬성 의사를 밝혔다. 2003년과 2004년과는 달리 퇴장 범위를 직구로 한정하면서 투수가 억울하게 퇴장을 당할 일이 줄어들게 했다. 과거엔 변화구가 손에서 빠지다 타자의 머리로 향하면 타자와는 별개로 투수만 찝찝하게 퇴장을 당했다.
하지만, 이 규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강속구로부터 타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은 인정받았지만, 반대로 투수들에게 심리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는 여론이 일었기 때문. 지금도 이 규정 부활에 고개를 내젓는 일부 지도자들은 이런 점을 든다. 류중일 감독은 “타자가 몸쪽 승부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머리만 안 맞히면 된다”라고 했지만, 투수 출신 지도자들은 “컨트롤이 좋지 않은 투수들은 그게 쉽지 않다”라고 우려한다. 헤드샷 퇴장이 부담스러워서 몸쪽 승부를 기피하고 바깥쪽 위주의 승부만 하면 결국 투수에게 불리해질 것이란 의미다.
로진 사용 역시 마찬가지다. 한 구단관계자는 “스피드업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규정”이라고 했지만, “평소 로진을 만지면서 마음을 가다듬으며 여유를 찾았던 투수들에겐 불리하게 됐다”라고 내다봤다. 평소 유독 로진을 자주 만지거나 공기 놀이하듯 손등에 올리고 손으로 후후 불기까지 하는 투수가 있다. 일종의 루틴인데, 이를 없앨 경우 투구 밸런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두고 볼 부분이다. 3루 위투 금지 역시 마찬가지다. 확실히 투수에겐 반갑지 않은 변화다. 이 관계자는 “이런 미묘한 변화가 타고투저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 벤치의 마운드 운영에도 영향
감독들도 머리가 복잡하게 됐다. 헤드샷으로 갑자기 퇴장 당하는 투수가 나올 때에 대비해 다음 투수를 빨리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세부적인 시나리오를 좀 더 많이 마련해야 한다. 더구나 몸이 늦게 풀리는 투수에겐 더더욱 불리해졌다. 이제까지 투수교체 땐 시간이 아니라 연습투구 5회가 기준이었다. 대부분 투수코치의 경우 해당 투수의 교체가 결정된 뒤에도 일부러 시간을 끌어 투수, 포수와 얘기를 하기도 했다. 구원 투수가 불펜에서 조금이라도 더 몸 풀 수 있게 시간을 벌어준 것이었다.
그러나 투수교체 규정이 바뀐 이상 몸이 늦게 풀리는 투수의 중용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다. 당연히 감독도 이런 점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전략적으로 투수 운영 루틴 혹은 전략을 뒤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투수출신 해설위원은 “헤드샷 금지, 보크 규정 강화, 투수교체 시점의 엄격화로 투수코치가 평상시에 투수의 심리적인 부분을 잘 다듬어줘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라고 해석했다.
어쨌든 규정변화는 불가피했다. 2012년 3시간 11분에서 지난해 3시간 20분으로 늘어난 경기시간을 감안하면 스피드업 규정은 꼭 필요했다. 타자를 보호해야 할 명분 역시 분명하다. 투수 입장에선 규정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안 되는 시기에 직면했다. 투수 개개인의 경쟁력은 물론, 팀 마운드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정변화다.
[로진가루를 입으로 부는 김광현(아래), 마운드를 내려가는 이재우(가운데), 윤성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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