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목동 김진성 기자] “예전과 지금은 다르죠.”
넥센 주장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이택근(34)이다. 보통 야구단 주장은 최고참급 선수보다 몇 년 아래의 선수가 맡는 경우가 많다. 최고참급과 저연차들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이면서도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넥센은 이택근이 그런 역할을 잘 할 수 있다고 봤다. 실질적으로 넥센에는 30대 초, 중반의 중간급 선수이면서도 주전급 선수가 많지 않다.
이택근은 “(박)병호나 (강)정호가 좀 더 연차가 쌓이면 주장감으로 좋을 것 같다. 형들은 나이가 많고 아직 어린 후배들도 많다”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주장으로서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 올 시즌엔 우승을 목표로 선수단을 잘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시무식에선 이택근이 선수단 대표로 마이크를 잡았는데, 시무식 후 만난 그는 “하고 싶은 말을 많이 못했다”라고 했다. 선수단 미팅에서 얘기를 많이 했다는 후문.
이택근이 선수들에게 시무식에서 미처 하지 못한 말은 무엇이었을까. “예를 들면 시간 약속을 지키는 것. 팀워크를 지켜나가는 것 등이다. 넥센은 과거 현대 시절부터 선수들이 신인들에게 인사교육도 시킨다. 팀이 하나로 뭉치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했다. 단체생활에 꼭 필요한 부분인데, 이택근은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 기본을 잊지 말자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이택근은 “작년을 돌아보면 시즌 중 긴 연패도 있었고 안 좋은 일도 있었다. 주장이라 책임감이 컸다. 그런데 안 될 땐 정말 아무것도 안 됐다. 오히려 감독님이 져도 좋으니 마음 편하게 먹고 야구를 하자고 했다. 나 역시 후배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결국 기회가 오더라. 선수들에게 큰 경험이 됐다”라고 했다.
이택근은 야구단 주장의 역할이 과거와 지금 달라졌다고 했다. “예전 현대 시절에 이숭용 선배가 주장을 했을 땐 선, 후배 문화가 엄격했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 팀이 후배가 선배에게 제대로 말 한 마디 못 붙였던 시절이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이택근은 “이젠 시대가 달라졌다. 선배가 후배에게 일방적으로 ‘이거 하자, 저거 하자’라고 하는 시대는 지났다. 요즘 젊은 선수들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묻는다. 그러면 선배가 후배에게 설명을 잘 해줘야 한다”라고 했다.
물론 선-후배간의 기본적인 예의를 파괴한 건 아니다. 다만, 좀 더 밝고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각자 알아서 프로답게 움직이는 문화가 조성된 건 사실이다. 창단 이후 어둠의 터널을 지나쳤던 넥센도 지난해 강호 반열에 올랐고, 팀 분위기도 점점 더 좋아졌다고 한다. 이택근은 “예를 들어서 병호가 자꾸 나한테 많이 물어보고 배웠다고 하는데 병호는 나보다 더 잘 치는 최고의 타자다. MVP이고 4번타자지만 오히려 다른 선수들을 잘 챙긴다”라고 했다.
이택근은 “선, 후배 문화와 야구단 특유의 조직적 분위기도 좋은 건 이어나가야 한다”라고 했다. 기본적인 예의 범절 같은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바뀐 시대를 반영할 필요도 있다. 이택근은 “요즘은 선배와 후배, 선수와 선수 사이에도 소통이 중요한 것 같다. 우리 팀은 잘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웃었다.
염경엽 감독은 “한 배를 탔으면 끝까지 가야죠”라며 1,2군 코칭스태프의 보직에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주장도 마찬가지다. 염 감독은 이택근에게 지난해에 이어 또 한번 책임감을 심어줬다. 강한 넥센, 한국시리즈 우승을 꿈꾸는 넥센이라면 주장 이택근을 중심으로 한 좋은 팀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이택근의 말을 들어보니 일단 팀 분위기는 매우 좋은 것 같다.
[이택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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