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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류현진에게도 라이벌이 필요하다.
류현진이 1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로스엔젤레스로 출국한다. 지난해보다 빠른 시즌 준비다. 메이저리거 2년차. 루키 시즌의 맹활약으로 LA 다저스의 기대감을 높였다. 미국 현지 언론의 믿음도 샀다. 이젠 또 한번 도약해야 할 때다. 정글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서는 매년 누구나 생존 경쟁을 치러야 한다. 스스로 더 강해져야 한다.
류현진이 지난해 맹활약하자 미국 언론은 연일 신인왕 레이스에서 류현진을 거론했다. 당시 류현진과 비슷한 입지의 선발투수들의 행보가 집중적으로 보도됐다. 류현진은 결과적으로 셸비 밀러(세인트루이스), 호세 페르난데스(마이애미)에게 밀려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14승8패 평균자책점 3.00을 찍은 류현진은 12승6패 평균자책점 2.16으로 신인왕을 차지한 페르난데스에게 살짝 밀렸다. 그래도 류현진으로선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본인의 이름 석자를 미국 전역에 알렸다. 그리고 신인왕 경쟁자들에게 자극을 받아 더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측면도 있었다.
▲ 국내 7년간 윤석민, 김광현, 봉중근 등이 있었다
류현진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한화에서 7시즌간 98승 52패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했다. 2012년을 빼놓고 모두 10승 이상을 찍었고, 15승-2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을 세 시즌(2006,2007,2010)이나 기록했다. 이 기간 국내야구 선발투수들 중 류현진만큼 압도적인 활약을 펼친 자는 없었다.
그래도 류현진에겐 자극이 되는 존재가 있었다. 2011년 투수 4관왕을 차지한 윤석민(FA), 본인보다 한 시즌 늦게 데뷔해 같은 좌완 괴물로 성장한 김광현(SK), 마무리로 돌기 전까지 기교파 에이스로 맹활약한 봉중근(LG) 등은 류현진에게 좋은 자극제였다. 물론 이들에 비해 류현진은 객관적인 스텟과 위력에서 한 수위였다. 그렇다고 해도 류현진의 성장에 좋은 토종 투수들이 함께 했다는 걸 무시하긴 어렵다. 매년 배출된 정상급 외국인 투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 류현진은 쉼 없는 성장이 필요하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하지만, 과제는 분명히 있다. 직구와 체인지업의 단조로운 투구 패턴으로는 컨디션이 매우 좋은 날이 아니면 어지간해선 통하지 않았다. 긴 시즌을 치르면서 매 경기 컨디션이 좋을 순 없다. 이를 위해 커브 등 서드 피치의 위력을 끌어올린 게 사실이다. 슬라이더도 구사했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류현진의 서드 피치를 그렇게 높게 평가하진 않았다.
메이저리거 2년차. 류현진도, 내셔널리그 타자도 서로를 조금씩 알게 됐다. 타자들이 류현진을 분석하는 만큼 류현진도 타자들을 분석하고 나온다. 류현진이 올 시즌 지난해에 비해 투구 패턴 및 매커니즘에 급격한 변화를 주긴 어렵다. LA 다저스 내부적으로도 그럴 필요까진 없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남은 계약기간 5년간 꾸준한 성적을 올리려면 한 단계 발전하는 전환점은 반드시 필요하다. 일각에서 언급하는 2년차 징크스와도 연관된 부분이기도 하다. 정체는 곧 도태로 이어지는 곳이 메이저리그다.
▲ 류현진에게 적합한 라이벌은
최근 한 야구인은 “류현진은 엄밀하게 말하면 그동안 필생의 라이벌이 없었다. 류현진의 성장을 위해 건전하고 강력한 라이벌이 있는 게 좋다”라고 했다. 앞서 거론한 김광현, 윤석민 등도 엄밀히 말하면 류현진보다 한 수 아래였다. 류현진이 성장하려면 좀 더 강력한 존재가 버티고 있는 것도 괜찮다. 과거 선동열과 최동원은 늘 최고 소리를 들었지만, 서로의 활약에 자극 받아 최고 투수를 꿈꿨고, 목표를 이뤘다. 세계 최고 투수들이 뛰는 메이저리그는 두 말할 게 없다. 류현진이 보고 배울 롤모델은 물론이고, 좌완 선발에 메이저리거 초년병의 길을 걷는 투수도 많다.
류현진보다 앞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다르빗슈 유는 텍사스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미국 언론에선 메이저리그 포스팅시스템 절차를 밟고 있는 다나카 마사히로가 LA 다저스에 입단할 경우 류현진을 밀어내고 3선발을 차지할 수 있다는 보도도 했다. 어떻게 보면 류현진으로선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비록 일본야구가 국내야구보다 한 단계 위로 평가되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일본 투수들과의 활약상 비교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서 물러나는 날까지 계속될 것 같다.
그렇다면 이들을 목표로 삼아 확실하게 넘어서는 것도 괜찮다. 지난해 신인왕을 견줬던 밀러, 페르난데스 등을 목표로 삼는 것도 좋다. 지난해 자주 맞붙었던 멧 케인(샌프란시스코),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 등도 있다. 지난해 살짝 주춤했지만, 류현진과 비슷한 스타일로 각광 받았던 콜 해멀스(필라델피아), 특급 좌완 클리프 리(필라델피아)도 있다. 팀 동료이자 내셔널리그 최고 투수 클레이튼 커쇼도 있다. 류현진은 지난 1년간 커쇼를 보면서 느낀 게 많았을 것이다.
이들 중 밀러, 페르난데스를 제외한 투수들은 류현진이 당장 라이벌로 삼기도 쉽지 않고 넘어서는 것도 만만치 않다. 라이벌이란 그냥 갖다 붙여서 되는 건 아니다. 꾸준한 성적과 경쟁력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수식어가 붙어야 한다. 이 관계자는 “라이벌보다 더 중요한 건, 류현진이 스스로 넘어설 상대를 설정하고, 그들의 좋은 점을 습득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류현진은 한화 시절부터 습득력이 좋았다. 그 습득력과 꾸준함을 메이저리그서도 인정받는다면, 미국 언론들도 자연스럽게 류현진의 라이벌을 거론할 것이다. 그렇다면 류현진의 성장에 더 큰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메이저리거 2년차를 맞이한 류현진에게 건전한 라이벌이 필요하다.
[류현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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