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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형진 기자] 1년 전 배우 강하늘을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한다. 당시 강하늘은 SBS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를 통해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그는 뮤지컬계에서는 잔뼈가 굵은 배우였지만 브라운관에서는 다소 낯설었기에 기자는 처음에는 그를 많은 신인들 중 하나로 치부했다.
하지만 인터뷰 후 강하늘은 기자가 만나본 배우들 중 가장 순수한, 그러면서도 열의에 가득 찬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로 남았다. 스스로에게 배우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던 그를 만 1년 만에 다시 만났다.
1년 동안 강하늘의 위치는 많이 변해 있었다. 그는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몬스타'를 거쳐 SBS 드라마 '상속자들'까지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SBS 새 주말드라마 '엔젤 아이즈'와 영화 '소녀무덤'에도 출연을 논의 중이라고 하니, 잘 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급속도로 성장했을 줄은 몰랐다.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라고 겸손하게 대답했다. 사실 '상속자들'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면서도 강하늘은 자신의 어떤 점이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 당기는 지 잘 모르는 듯했다.
"처음 '상속자들' 오디션장에 갔을 때 '내가 여길 왜 왔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들 키도 크고 얼굴도 조각 같은 말 그대로 상속자 같은 분들만 오셨거든요. (웃음) 키만 봐도 제가 제일 작았고 다들 얼굴도 귀티가 나고. 김은숙 작가님께서도 오디션을 볼 때 다른 네 분의 이름은 물어보시고 제 이름은 안 물어보시고 바로 연기를 시키셨어요. 그래서 처음엔 떨어졌구나 싶었죠."
하지만 본인의 의심과는 달리 '상속자들'의 이효신은 강하늘에게 맞춤옷처럼 딱 맞는 인물이었다. 고독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농담도 던질 줄 아는, 함부로 대할 수는 없지만 동시에 편안함을 주는 이효신의 캐릭터는 강하늘의 실제 성격과도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저도 효신이처럼 사람을 대할 때 제가 어떤 생각인지 표현하는 걸 싫어해요. 제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걸 보기 싫으니까. 그런 걸 숨기는 편이에요. 실제로도 말수도 별로 없는 편이고 집에서 쉴 때는 영화나 책을 보면서 조용히 지내는 편이에요."
그가 좋아하는 영화들도 그의 성격과 어울리게 화려하기 보다는 잔잔한 여운이 남는 것들이 많았다. 강하늘은 평소 봤던 영화를 또 보는 것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독립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한다고 밝혔다. 쉴 때는 광화문에 있는 씨네큐브나 이화여대에 있는 아트하우스 모모 등에 가서 영화를 보는 시간을 즐긴다고.
"최근에 본 것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원 위크'라는 영화였어요. 남자주인공이 기침이 나서 병원에 갔는데 일주일 밖에 못 산다는 소리를 들어요. 그래서 전 재산으로 오토바이를 사서 여행을 다니는 로드무비죠. 작품이 주는 유쾌함이나 죽음을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태도가 인상적이라 기억에 남아요."
반면 캐릭터와 다른 부분도 있었다. 극중 이효신은 고지식한 부모 때문에 갈등을 겪는 10대였지만 실제 강하늘은 부모와 단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을 정도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아들이었다. 다들 한 번쯤은 겪는 사춘기 시절에도 그는 부모에게 반항 한 번 해본 적 없었다고.
"제가 장남이라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동생이 보고 배울까봐.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 스스로도 부모님께 짜증나거나 화나는 일은 없었어요. 부모님께서도 항상 제가 하는 일을 믿어주시고 엇나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그 믿음에 보답하려고 노력 했고요."
부모에게 하지 않았던 반항을 그는 대신 자기 스스로에게 했다. 주로 연기적인 부분에서 스스로에게 한계를 느낄 때가 그랬다. 가령 자신이 만족하지 못한 연기를 대중들에게 보여주게 됐을 때 그는 극중 이효신처럼 일탈을 꿈꾸는 청년이 됐다.
"그런 기분이 들 때마다 갑자기 여행을 떠나고 그래요.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제가 폐소공포증이 있어서 사람들이 가득 찬 지하철이나 버스는 못 타거든요. 그래서 최근까지는 자전거를 많이 탔어요. 지금은 추워서 자주 못 타는데 최근까지는 하루에 40km 정도를 탔어요."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강하늘은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은 한 해였어요"라고 기억했다. 스스로 잘했기 때문이라기 보단 주변의 좋은 사람들 덕에 자신이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받은 것들에 감사함을 느끼는 동시에 자만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경계하고 있었다.
"도움을 받는다는 게 굉장히 달콤해요. 그런데 저는 그럴수록 거기에 빠져들지 않도록 정신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도움을 받는 데 익숙해지고 당연시 여기게 되면 저 스스로도 무너질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강하늘은 올해에는 계속 스스로를 쌓아가는 연습을 할 예정이다. 연기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독서도 열심히 하고 여행도 다니면서 자기 안을 풍성하게 채울 것이다. 다시 말해 지난 한 해가 그에게 가지고 있는 것들을 소비하는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다시 다양한 경험들을 만드는 시간이 될 듯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저를 쌓아가는 시간은 없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 안에서만 빼먹고 있었죠. 그런데 이렇게 가다보면 저는 알아요. 얼마 안 있어서 제 밑천이 다 드러난다는 걸. 저를 채우고 풍성하게 만드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감성적인 시간도 가지고. 지난해는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거든요. 앞으로는 주변을 돌아보며 저를 채울 수 있는 시간도 갖고 싶어요."
[배우 강하늘.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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