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한 때 좌완 왕국으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불펜에서 좌완 투수를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누군가는 부상으로, 누군가는 군 복무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그런 가운데 SK 좌완 불펜을 떠받친 선수가 있었다. 진해수(28)가 주인공이다. 지난해 5월 KIA에서 SK 유니폼으로 갈아 입은 진해수는 KIA에서의 아쉬움을 떨치고 SK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여러차례 펼쳤다.
▲ 2013시즌 후반기 성적, 전반기에 비해 월등히 좋아
2005년 KIA에 입단한 이후 진해수는 줄곧 유망주에 머물렀다. KIA에 좌완 투수가 많지 않은 관계로 여러차례 기회를 얻었지만 이를 살리지 못했다. 결국 진해수는 지난해 5월 6일 SK와 KIA의 2:2 트레이드 때 팀을 옮겼다. 당시 트레이드 때도 KIA가 진해수를 내주기를 꺼려했을만큼 그는 '성적 이외의 무언가'가 있었다.
SK와 인천에 연고가 전혀 없는 진해수지만 빠른 시간 안에 팀에 적응했다. 성적 또한 팀이 그에게 갖고 있는 기대치와 점차 가까워졌다. 전반기에는 36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7.54에 그쳤지만 후반기에는 같은 36경기에서 3.81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세부성적을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전반기에는 22⅔이닝동안 30피안타를 내줬으며 탈삼진:볼넷이 21:17이었지만 후반기에는 26이닝동안 피안타는 22개만 맞았다. 탈삼진:볼넷 비율도 19:8로 수준급으로 바뀌었다. 이만수 감독은 역시 점차 그를 승부처에서 투입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진해수는 지난해를 돌아보며 "경기 결과가 좋게 나오다보니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며 "KIA에 있을 때는 기회를 많이 주셨는데 못 잡은 것이 아쉽고 이것이 트레이드된 요인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컨트롤이 되면서 타자들을 상대로 승부를 이끌어갈 수 있었다"며 "컨트롤이 되기 전에는 '스트라이크를 잘 던져야겠다'라고만 생각했다면 이후 투구 밸런스가 잡히면서 컨트롤이 보완되니까 조급하게 스트라이크만 던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타자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제 팀에도 완벽히 적응했다. 진해수는 "솔직히 처음에 왔을 때는 적응하는데 어려울 것 같았다"면서 "그래도 상무 당시 선임, 후임이 많이 있어서 전혀 어렵지 않다. 이제는 적응이라는 말도 필요없이 당연히 편해진 것 같다"고 밝혔다.
▲ "1년 내내 잘하는 시즌 만들고 싶다"
기분 좋게 시즌을 마친 진해수는 연봉 역시 5000만원에서 7500만원으로 상승했다. 이를 다른 방향으로 말하면 그만큼 팀에서 그에게 기대하는 정도 또한 커졌음을 의미한다.
진해수는 팀에 좌완 불펜이 많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감이 생기지 않는가라는 물음에 "돌아올 선수들은 많다"고 말하면서도 "물론 책임감은 있지만 부담을 가지면 더 안 될 수 있으니까 씩씩하게 던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진해수지만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있다. 그는 15일 떠나는 스프링캠프에서 여러가지를 보완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진해수는 "일정하게 던질 수 있는 투구 밸런스를 몸으로 익혀야 한다. 또 주자 있을 때는 더 빠른 퀵모션으로 던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계획을 드러냈다.
구종 추가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동안 직구와 슬라이더만을 거의 던졌다. 이 조합이 좌타자를 상대로는 괜찮지만 우타자에게는 속구 타이밍에도 슬라이더를 맞더라. 투심 패스트볼이나 커브가 있으면 타자들 타이밍 뺏을 때 유리할 것 같다"며 "우타자를 상대로도 나갈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커브는 김원형 코치에게, 투심 패스트볼은 박희수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그는 "(박)희수 형이 어떤 식으로 던지라고는 하는데 말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고 웃으며 "그래도 질문했을 때 조언과 함께 가르쳐주는 것이 정말 고맙다"고 밝혔다.
늘어난 실력만큼 목표 또한 커졌다. 그는 "20홀드에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싶다"며 "1년 내내 잘하는 시즌을 만들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2013년은 진해수 야구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이를 발판 삼아 2014년에는 그동안의 가능성을 완벽히 꽃 피우는 한 해가 될 수 있을까. 준비는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SK 진해수.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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