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의 연봉협상 난항이 수면 위로 올랐다.
삼성은 16일까지 연봉계약 대상자 72명 중 69명과 계약을 마쳤다. 미계약자는 윤성환, 안지만, 강봉규다. 이들은 삼성의 괌 스프링캠프에 동행하지 않았다.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훈련과 협상을 병행할 경우 팀 전체 분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단이나 류중일 감독의 지시 혹은 권고가 아닌 선수들 본인의 결정이었다.
참 생소한 광경이다. 삼성은 그동안 선수들과 원만하게 연봉협상을 맺어왔다. 스프링캠프지에 연봉 미계약을 이유로 모든 선수가 함께 출발하지 않은 케이스가 드물었다. 현 시점에서 이들의 미계약이 국내야구 전체에 던지는 화두가 있다. 특히 윤성환과 안지만 케이스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로 통합 3연패에 대한 대우와 예비 FA 프리미엄이다.
▲ 통합 3연패, 쉽지 않았던 연봉협상
삼성은 2013년 연봉총액으로 67억1200만원을 썼다. 선수단 평균 1억2204만원. 9개구단 중 단연 1위였다. 이미 2012년까지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2연패를 차지했으니 연봉총액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은 지난해 국내야구 사상 최초로 통합 3연패를 달성했다. 연봉 인상 요인이 충분한 선수가 수두룩했다.
삼성은 지난 15일 연봉협상 결과를 발표하기 전까지 단 1건의 연봉계약도 발표하지 않았다. 외부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야구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이 통합 3연패를 차지한 뒤 이전과는 달리 연봉협상에 살짝 진통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어느 팀이든 협상 테이블에서 선수들과의 진통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삼성의 경우 이번 연봉협상의 기준점이 다소 모호해진 부분도 있었다. 통합 3연패 자체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연봉협상은 철저히 개인고과에 따라 진행한다. 하지만, 팀 성적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선수들은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성과를 일궈냈다는 자부심과 함께 고연봉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있다. 그러나 구단 입장에선 연봉총액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꾸 올라가는 연봉총액이 부담스럽다. 성적은 좋지만, 돈을 벌지 못하는 구단 입장에선 모기업에 인건비를 대폭 늘려달라고 하는 것도 난처하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선수들에게 후하게 연봉을 줬다. 최형우는 데뷔 후 처음으로 4억원을 돌파했고, 채태인은 연봉이 무려 320%가 올랐다. 과거 오승환의 250% 인상을 뛰어넘은 파격적 대우. 하지만, 구단 내부적으로는 자꾸 늘어나는 연봉총액을 어느 선까지 감당할 것인지 고민이 될 수 있다. 향후 통합 3연패, 4연패를 하는 팀이 또 다시 나온다면 그 팀도 직면할 수 있는 고민이다.
▲ 예비 FA 프리미엄 없는 삼성
삼성은 내부적으로 ‘예비 FA 프리미엄은 없다’라는 원칙을 세웠다. 그동안 국내구단들은 예비 FA들에게 연봉고과 그 이상으로 후한 연봉을 안겼다. FA가 되는 시즌에 최대한 몸값을 높이면 그 선수가 FA로 풀릴 때 다른 팀 입장에선 보상규모가 부담스러워진다. 이는 원 소속팀으로선 일종의 안전장치다. 문제는 FA 프리미엄이 비정상적인 FA 몸값 폭등에 상당부분 기여했다는 점이다.
삼성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FA로 풀리면 그때 해당 선수와 정당하게 협상을 벌이고, FA와 관계없이 연봉협상은 연봉협상대로 진행하겠다는 것. 마침 윤성환과 안지만은 올 시즌 직후 FA가 된다. 윤성환은 지난해 13승8패 평균자책점 3.27로 투수고과 1위를 차지했다. 안지만도 지난해 6승2패22홀드 평균자책점 3.11을 기록했다. 비단 지난해뿐 아니라 두 사람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제 몫을 해줬다. 삼성 막강 마운드의 두 축이었다. 이들은 당연히 많은 연봉을 원할 자격이 있다.
윤성환과 안지만 모두 지난해 연봉이 2억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5000만원 올랐다. 두 사람은 이번엔 좀 더 후하게 연봉을 받아야겠다는 입장이다. 예비 FA 프리미엄도 생각할 수 있다. 선수 입장에선 구단과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두 사람의 계약은 의외로 쉽게 풀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스프링캠프 참가명단에서 제외된 강봉규와는 달리, 두 사람은 계약이 완료할 때까지 국내에서 훈련할 예정이다.
이런 문제는 9개구단 모두에 해당되는 문제다. 선수는 FA 프리미엄을 원하고, 구단은 FA 프리미엄이 없거나 있어도 최소화하려고 애를 쓴다. 돈이 곧 경쟁력인 프로선수에게도, 한국 프로스포츠 현실을 감안해야 하는 구단 입장 모두 일리가 있다. 한편으로 서로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연봉조정신청제도가 사실상 무의미해진 국내야구. 구단과 선수의 실랑이에 서로 감정만 상하는 모양새다. 분명한 건 이런 실랑이가 지속될수록 선수의 경기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이다. 협상이 길어질수록 선수의 훈련 집중도는 떨어지게 돼 있다. 국내 모든 야구인이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왼쪽부터 윤성환-안지만(위), 윤성환(가운데), 안지만(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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