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영화 '변호인'이 정식 개봉 32일만인 19일, 1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중 9번째로 천만고지에 올라섰다.
'변호인'은 개봉전부터 오해와 편견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아바타'나 '7번방의 선물' '해운대' '도둑들' 등과 같은 오락영화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 오해와 편견을 불어 일으켰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인'의 흥행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느정도의 흥행은 예상했지만, 그 이상, 1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비관적인 반응들이 즐비했다. 이런 시선 속에서 영화의 흥행을 숨죽이며 지켜본 일들이 있다. '변호인'에 출연한 배우들은 물론이고, 이번 작품을 통해 입봉한 양우석 감독도 그들 중 한명이었다.
'변호인'이 아직 1천만 관객을 동원하진 못했지만 유력시 되고 있던 어느 날,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양우석 감독을 만나 '변호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양 감독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자신이 만든 영화가 1천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감독이라 할 수 없을 만큼 무덤덤했다. '변호인'이 흥행하고 있는데 어떤 기분인지를 물었을 때도 역시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몰랐다. 오해와 편견이 많은 작품이라 긴장을 많이 하고 만들었다. 다행이 많은 분들이 이해와 공감을 해 주셔서 안도감이 든다. 기쁨보다는 안도가 느껴지는 것 같다. 왜 이렇게 무덤덤하냐고? 1천만 명이라는 숫자가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힘드니까, 실감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변호인'의 1천만 관객은 오락성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바로 이해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양 감독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도 '이해'였다. 한 인물을 통해 시대에 대한 이해, 또 시대를 통한 이해로 한 인물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이 영화로 말하고 싶은 것은 '이해'였다. 모티브가 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만 놓고 봐도 순진한 모습이 많다. 대모하는 학생들을 보며 '공부하기 싫어서'라고 말했었고, 돈을 번 뒤 허세도 부렸다. 또 어떤 부조리를 봤을 때 뒤도 안돌아보고 달려가는 우직한 면도 있었다. 한 부분이라도 이해를 해서 시대에 대한 이해, 실존 인물에 대한 이해를 돕고 싶었다."
'변호인'을 보면 실존인물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그 시대, 치열하게 살아가던 그 시대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음이 분명했다. 치유를 할 순 없지만, 어느정도의 방향을 조언해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그 시대를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들, 실존적 존재를 통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부산에서 잘 나가던 변호사였던 사람이 인권 변호사로 나가면서 민주주의에 대해 고민을 했다. 양상을 다르지만, 이런 것들이 합쳐지면 민주와 고도성장 등의 그림이 보이더라. 그런 이야기를 통해 지금은 좋지 않은 조건들을 헤쳐나 갈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젊은 세대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이었다."
'변호인'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가 나온 부분은 다름 아닌 마지막 장면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부산의 많은 변호사들이 등장하는 그 장면이 꼭 필요했냐는 것이다. 양 감독은 "꼭 필요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장면은 꼭 필요했다. 8년이 지난 뒤에도 그 신념을 성찰해 가면서 남들에게 공감을 얻는 것이다. 그 이야기로 영화가 끝나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분노가 성찰을 통해 몇 년간 지속됐다. 그 시대에 가장 분노했던 법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법조인 송우석의 신념에 동조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세상에 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 영화의 배경이 된 그 시기. 고졸의 학력으로 변호가가 되는 것이 가능성이 거의 없었던 일이었다. 그 당시 일간지에 노무현의 이야기가 없으면 팔리지 않을 정도였다고.
"내가 가졌던 생각은 노무현의 이야기를 했을 때 80년대를 정확하게 볼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당시 이야기를 스크랩했다. 당시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렇게 간직하고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대통령이 됐다. '영화는 못 만들겠구나'싶더라. 그렇게 점차 사라져갔다. 또 그러던 어느 날, 지금이라고 하더라. 지금 이야기 할 때라고 해서 영화로 만들게 됐다. 그렇게 '변호인'이 세상에 나왔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양 감독에게서 모티브가 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조심스럽게 "많은 애정이 느껴진다"고 말했고, 양 감독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내 개인적인 감정이 이 영화에 들어가진 안했다"고 생각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양 감독은 다양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양 감독은 "아직 차기작을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다른 곳에도 관심이 많다. 다양한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바람이 하나 있다면, 다음 작품은 긴장을 덜 하면서 찍고 싶다"고 말했다.
['변호인' 양우석 감독, '변호인' 스틸컷.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NEW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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