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오랜만에 진득한 멜로 영화 한 편이 개봉이 앞두고 있다. 그것도 황정민이 연기한 '황정민표' 멜로 영화다.
황정민이 출연한 '남자가 사랑할 때'(감독 한동욱)는 황정민이 선보이는 멜로 영화라는 점 만으로도 설명이 가능할 듯 싶다. 이 영화에서 황정민은 사랑 앞에서 한없이 어설프고 순수하며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리게 만든다.
앞서 그는 최근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남자가 사랑할 때'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멜로 영화라 출연하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 사랑이야기가 관객과 가장 소통이 잘 되고 공감이 잘 되는 이야기라는 게 한 이유였고, 또 다른 이유는 멜로 영화가 갑자기 없어졌기 때문이란다.
사실 영화관에서 정통 멜로가 언제 걸렸는지 생각도 안 날 정도로 가물가물하지만 그 누구도 섣불리 리크스가 큰일에 자신을 내던지지 않았다. 그래서 황정민의 말이 더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멜로 영화가 장사가 조금 안 되니까 한국영화 시장에서 갑자기 없어졌어요. 그래서 선택하게 됐습니다"라는 말이.
하지만 어떻게 보면 '남자가 사랑할 때'는 거친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 첫 눈에 반하고, 그를 순수하게 또 가슴 아프게 사랑한다는 점에서 익숙한 멜로 영화처럼 다가온다. 그렇지만 황정민이 연기했기 때문에, 뻔한 멜로 영화는 특별한 멜로 영화가 됐다.
황정민은 "뻔한 이야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다들 조금 꺼려했고 반대했다. 주변 동료들이나 제작사조차도 처음에는 불편해했다. 하지만 내가 우겼다. 뻔해도 그 안에 분명히 뭔가 있다.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것이 나에겐 굉장히 큰 지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진정성 있게 잘 보여졌을 때 오는 또 다른 느낌이 있다. 난 이미 '너는 내 운명'이라는 작품에서 뻔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때도 다들 뻔하다고 했지만 관객들은 진심을 봐줬다. 그런 믿음이 있었다. 관객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황정민에게 멜로 영화에 대한 부담감이 없을 수만은 없었다. 누구도 쉽게 도전하지 못한다는 건 그 이유가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 줄줄이 개봉하는 '남자 이야기' 같은 작품들보다 소위 말해 장사(?)가 덜 된다는 점이겠지만.
황정민은 "솔직히 나도 조금 겁내하며 시작했다. 좋은 것만 먹을 수는 없지 않나. 늘 배우고 좋은 것, 따뜻한 것, 좋은 것만 할 순 없다. 그러면 사람이 썩게 된다. 막연히 좀 모자라고 그래야 좋은 게 더 좋아 보이고. 그래서 시작이 됐다"고 설명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가 멜로를 택하게 된 것은 일종의 의무감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황정민은 의무감이 아닌 필요성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영화계에서 배우로서 선배로서의 그 스스로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 듯 싶다. 황정민은 그가 출연했던 '신세계' 제작자인 한재덕 대표와 멜로 영화를 하기로 의기투합했고, 이후 '신세계'를 비롯 쟁쟁한 작품들에게 조감독과 연출부로 이름을 올렸던 한동욱 감독에 첫 메가폰을 잡게 했다.
황정민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걸 보여줘야 할 필요성이 있다. 광대로서, 예술가로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판단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늘 똑같은 걸 하면 재미가 없지 않나. 젊은 사람일수록 (여러 실리적인 일들을) 생각하지 말고 해보자는 게 컸다"고 전했다.
이런 황정민이 선보이는 진득진득한 멜로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는 처음으로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된 건달과 그 남자에게 점점 마음을 여는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황정민이 건달 태일, 한혜진이 그를 사랑에 눈뜨게 하는 호정 역을 맡았으며 곽도원, 정만식, 김혜은, 남일우, 강민아 등이 출연했다. 오는 22일 개봉.
[배우 황정민.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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