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상부상조다.
한신 오승환은 20일 현재 삼성의 괌 스프링캠프에 있다. 삼성의 허락을 받고 삼성 투수들과 함께 훈련 중이다. 그런데 삼성의 괌 스프링캠프에 객식구가 오승환만 있는 게 아니다. 임창용도 삼성의 허락을 받고 훈련 중이다. 오승환과 임창용은 지난해 12월부터 괌에서 개인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삼성 투수들과 함께하게 됐다.
일본 언론들이 지난 19일 두 사람의 합동훈련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스포츠호치는 “한신의 새로운 수호신 오승환이 일본 통산 128세이브의 임창용에게 일본에서 성공하는 방법을 전수받았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오승환이 임창용에게 일본 타자들의 특성을 들었다. 임창용은 오승환에게 새로운 동료들과의 소통을 강조했다”라고 덧붙였다. 닛칸스포츠도 두 사람의 합동훈련을 소개하면서 “오승환이 50세이브를 위한 육체와 두뇌를 완성했다”라고 평가했다.
▲ 임창용과의 합동훈련, 오승환에겐 신의 한 수
야구는 어디든 똑같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주변환경은 분명 다르다. 오승환은 적응해야 할 게 많다. 일본 특유의 습한 기후와 신칸센을 이용하는 이동 스타일, 한국보다 늘어난 경기수에 대한 체력 문제, 한국타자들보다 정교한 타격을 구사하는 일본타자들의 특성 등을 몸으로 익혀야 한다. 오승환을 이런 것들을 머리 속에 그릴 순 있지만, 실제로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일본 언론들의 보도대로 임창용이 오승환에게 일본 경험에 대해서 이런저런 조언을 했다면 오승환에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사실 임창용은 오승환 입장에선 해외생활의 선구자다. 팔꿈치 수술 후 삼성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오히려 야쿠르트에서 제2의 전성기를 불태웠다. 야쿠르트에서 또 한번 수술을 받은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 중이다. 팀내 입지가 애매한 상황에서 임창용은 오히려 도전을 택했다. 임창용은 지난해 시카고 컵스에서 논텐더 FA가 됐으나 스프링캠프 초청명단에 포함돼 다시 컵스와 계약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임창용의 행보 자체가 오승환에겐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오승환 역시 한신과의 2년 계약 이후엔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릴 계획이다. 임창용처럼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 마무리 명성을 쌓은 뒤 세계최고무대를 밟겠다는 것이다. 결국 마무리로 한미일을 정복하겠다는 두 사람의 지향점은 같다. 함께 훈련하면서 정신적으로 의지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낯선 일본 데뷔를 눈 앞에 둔 오승환으로선 일본언론의 보도 이상으로 임창용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
▲ 낯선 일본,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한다
오승환도 외국인선수 신분이다. 국내야구서 외국인선수들이 성공하려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떠올리면 오승환이 한신에서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도 감을 잡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선수들이 자국선수에게 먼저 다가가서 말도 걸고 대화를 하면서 소통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야 자국선수들이 외국인선수에게 다가서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오승환도 낯선 일본에서 자기 공만 믿었다간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울 수 있다. 이른바 ‘상부상조’ 정신이 필요하다.
지난해 한 자선야구대회서 만난 백인천 한국은퇴선수협회 명예회장은 “오승환이 동료에게 살갑게 다가가야 한다. 동료의 마음을 얻어야 편안하게 일본에 적응할 수 있다. 한국인이란 사실을 강조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당시 백 명예회장은 일본야구의 문화가 한국과 미묘하게 다르다고 했다. 쉽게 말해서 한국보다 일본이 외국인선수에게 좀 더 배타적이다. 일본을 경험한 국내 야구인 대부분은 동료와 가까워지지 못하면 외톨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럴 경우 정신적으로 힘들어질 수 있다. 동료에게 먼저 다가가서 그들의 마음을 열면 한결 편안하게 일본야구에 적응할 수 있다.
임창용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 마무리 투수로 성공한 선동열 KIA 감독도 일본야구 적응을 관건으로 꼽았다. 선 감독은 일본어를 빠르게 습득해 동료에게 다가섰다. 그 결과 현재 선 감독은 일본에 지인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실제로 감독이 된 뒤 스프링캠프를 일본에서 차릴 때도 현지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일본인들이 선 감독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증거다.
오승환은 24일 한신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 합류한다. 시즌 개막은 3월 말이지만, 오승환의 일본야구 첫 시즌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오승환이 먼저 한신 동료들에게 다가서야 한다. 키워드는 상부상조다. 오승환이 먼저 동료들의 마음을 열고 도움을 받는다면, 한국산 돌부처에 관심이 있는 한신 투수들도 다가올 것이다. 그때 오승환도 도움을 준다면, 오승환은 한신의 완벽한 구성원이 될 수 있다.
[오승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