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2008 시즌을 앞두고 LG 트윈스는 미래의 에이스급 우완투수 3명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1차 지명자인 서울고 에이스 이형종에 이어 2차 지명에서는 2007 대통령배 MVP인 광주일고의 정찬헌, 성남서고의 파이어볼러 이범준을 모두 데려왔기 때문이다.
이들 중 가장 큰 기대치를 지녔던 우완은 이형종이었으나, 뚜껑을 열자 첫 시즌에 가장 큰 두각을 나타낸 것은 이범준이었다. 고졸 루키 이범준은 2008년에 91⅔이닝이나 던지며 3승 2패, 평균자책점 4.81을 기록했다.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성과였다.
하지만 이후 LG 마운드의 주축으로 자라지는 못했다. 루키 시즌을 뛰어넘는 큰 성과 없이 2011 시즌을 마치고 상무에 입대한 이범준은 군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전역했으나, 현재 몸 상태는 좋지 못하다. 지난해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인 탓이다.
이범준은 "(교육리그에서)등판 날짜가 잡혔는데 등판 하루 전에 햄스트링을 다쳐 한 경기도 던지지 못하고 돌아왔다"며 "수술 받고 11주 정도 됐다. 처음 수술 받았을 때 재활 기간을 6개월 잡았는데, 상태가 좋아서 5개월 선에서 끝날 것 같다. 3월 중순까지 재활한 뒤 피칭을 시작해 4월부터 실전에 들어가 조금씩 투구수를 늘릴 것 같다"고 전했다.
자동적으로 2월에 있을 LG 퓨처스팀 대만 전지훈련에도 불참하게 됐다. 이에 대해 이범준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욕도 있었는데 속상했다. 그렇지만 잔부상들을 같이 치료한 뒤에 지난해 (류)제국이 형처럼 시즌 중에 합류하더라도 좋은 모습으로 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부상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다짐을 보였다.
상무에서 보냈던 2년 동안 평균자책점은 4점대였지만, 원하는 것을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자기평가를 했다. 이범준은 "1년을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보냈던 적이 없었는데, 상무에서 해봤다. 2년 동안 개인 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에도 좋았다"고 상무 생활을 돌아봤다.
자신의 말처럼 이범준은 선발 요원으로 분류됐지만, 실제로 LG에서 그렇게 활용되지는 못했다. 박종훈 감독이 LG에 있던 시절 이범준은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수업을 받다가도 콜업이 되면 불펜에서 대기했다. 상무에서의 2년은 조급함 없이 풀타임 선발의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구위를 늘리기 위해 선택했던 체중 증량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준 것은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입대 이전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위주의 피칭을 했던 이범준은 커브와 체인지업의 비중을 늘렸다. 이범준은 "아직 체인지업은 더 다듬어야 하지만, 커브는 보여주는 구종으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고 밝혔다.
구속에 있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최고 구속은 떨어졌지만 평균 구속은 더 좋아졌다. 상무 시절 초반에는 130km대 후반에서 140km대 초반이 나오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140km대 중반, 컨디션이 좋을 때는 후반까지 나왔다"며 이범준은 구속이 떨어졌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달라진 마음가짐은 이범준이 보여주고 있는 가장 큰 변화다. 지난 2011년 'SNS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던 이범준은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해졌다. 경쟁에 대한 의식도 달라진 것은 물론이다. 이범준은 "솔직히 말하면 예전에는 다른 선수가 못해야 기회가 온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경쟁 속에서 내 역할을 하며 강한 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장 공을 던지지는 못하고 있지만, 마운드를 향한 마음은 더욱 간절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성숙해진 것이 가장 큰 변화다. 프로 입단 이후 군생활까지 지난 6시즌 동안의 깨달음을 새긴 이범준이 지난 시즌의 류제국처럼 LG 마운드의 든든한 원군이 되어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범준. 사진 = LG 트윈스 제공]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