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전례가 없는 선두 삼국지다.
LG가 21일 적지 울산에서 모비스를 제압했다. 이로써 LG, SK, 모비스가 4라운드를 마친 시점에서 25승11패로 공동선두를 형성했다. 전례 없는 일이다. 그동안 프로농구 선두다툼은 4~5라운드에는 대부분 1팀의 독주이거나 2팀의 싸움이었다. 3팀이 얽히고 설키는 건 사상 처음이다.
현행 KBL 플레이오프 규정상 정규시즌 우승, 준우승팀은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다. 그러나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하는 팀은 6강 플레이오프부터 치러야 한다. 결국 3팀 중 1팀은 정규시즌 우승팀에 크게 뒤지지 않는 성적을 올리고도 6강 플레이오프부터 치르는 불운의 주인공이 된다.
당연히 감독들은 머리가 아플 것이다. 정규시즌이 아닌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초점을 맞춘다면, 6강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느냐, 4강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느냐는 180도 다른 문제다. 모비스, SK, LG 선두 삼국지의 고민은 무엇일까. 그리고 플레이오프 구상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 모비스
모비스는 4라운드 막판 SK, LG에 홈에서 연이어 석패했다. 시소 게임서 패배하면서 모비스가 갖고 있는 허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중요한 건 외국인선수 로드 벤슨의 기복이 매우 심해 승부처에서 좀처럼 믿고 맡기기 힘들다는 것이다. 리카르도 라틀리프보다 기량이 좋은 벤슨이 승부처에서 SK 애런 헤인즈, LG 데이본 제퍼슨을 상대로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 최근에는 함지훈도 기복이 있다. 영리한 플레이를 하는 함지훈이 주춤하자 최부경, 김종규의 활동반경이 넓어졌고, 모비스엔 부담으로 다가왔다.
모비스는 기본적으로 백업 멤버와 외곽 화력에서 SK와 LG에 뒤진다. SK와 LG는 장신선수들과 외곽 라인의 패스워크가 좋다. 모비스가 골밑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 외곽마저 밀릴 공산이 크다. 현재 모비스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이다. 골밑을 안정시킨 뒤 박종천, 박구영 등 백업멤버를 활용한 패턴플레이 발굴이 시급하다.
모비스는 주전들의 평균연령이 SK, LG보다 높기 때문에 3위로 떨어질 경우 그 데미지가 매우 크다. 하지만, 유재학 감독은 이미 플레이오프 대비에 들어간 상태다. 팀 훈련에서도 단기전서 쓸 전술을 연습시키고 있다고 한다. 유 감독은 이게 잘 다듬어질 경우 굳이 3위도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유 감독으로선 6강부터 치를지, 4강부터 치를지에 따라 전략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머리 속이 상당히 복잡하다. 물론 유 감독의 지략은 SK, LG에 여전히 부담스럽다.
▲ SK
SK는 모비스전 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LG전 약세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SK는 풍부한 포워드가 강점이다. 이들 모두 신장도 크기 때문에 쉽게 미스매치를 유발할 수 있다. 중요한 건 모비스엔 이런 전략이 통하는데 LG엔 잘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LG 역시 SK와 마찬가지로 골밑과 외곽라인 모두 탄탄하다. SK가 LG에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이유다. 결정적으로 김종규를 옳게 제어하지 못하는 게 고민이다.
LG는 김종규가 최부경, 헤인즈에게 밀리지 않는데다 최근 제퍼슨도 SK 장신 숲에서 맹활약했다. SK는 이게 상당히 부담스럽다. SK는 LG에 김종규가 뛴 맞대결 3경기서 모두 패배했다. SK는 김종규와 제퍼슨을 동시에 묶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모비스에도 지난해 봄 챔피언결정전서 허무하게 무너진 걸 감안하면 절대 안심할 수 없다. 좀 더 세밀한 전술,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SK는 특유의 3-2 지역방어를 사용하지 않을 때 상대에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무기도 마련해야 한다. 코트니 심스를 활용하는 방법이 대안이긴 한데, 헤인즈 복귀 이후 다시 출장시간이 줄어들었다. 문경은 감독의 플레이오프 구상도 여기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백업멤버가 풍부한 SK로선 설령 6강 플레이오프부터 치른다고 해도 체력적인 부담은 없다. 물론 시즌 내내 1~2위를 내달렸다는 점에서 3위로 떨어진 채 포스트시즌을 맞이할 경우 정신적인 상실감은 제법 클 것이다.
▲ LG
LG는 3팀 중 최근 분위기가 가장 좋다. 4라운드 막판 SK와 모비스를 적지에서 모두 제압했다. 제퍼슨은 최근 크레이지 모드다. 러시아리그 득점왕다운 실력이 나온다. 내, 외곽 어느 지점에서도 점수를 뽑아낼 줄 안다. 무엇보다도 제퍼슨이 SK, 모비스 빅맨들과의 1대1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게 LG로선 고무적이다.
SK와 모비스는 4라운드 맞대결서 제퍼슨에게 완벽하게 당했다. 시즌 초반에 비해 달라진 제퍼슨에 대한 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 역으로 볼 때 SK와 모비스가 제퍼슨에 대한 대응책을 찾으면 LG가 다시 수세에 몰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더구나 LG는 크리스 메시를 활용할 경우 득점력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LG는 제퍼슨의 의존도를 줄이면서도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헤인즈 의존도가 높은 SK와 비슷한 고민이다.
또한, LG는 문태종을 제외한 모든 국내선수의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다. 임기응변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 SK와 LG가 시즌 막판 혹은 플레이오프서 예상하지 못한 전술을 들고 나올 경우 적절하게 대처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김진 감독으로선 이런 부분에 맞춰서 플레이오프를 준비해야 한다. 만약 LG가 6강 플레이오프부터 치를 경우 체력적 부담은 적지만, SK, 모비스와는 달리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모두 우승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1위, 우승 자체에 대한 약간의 강박관념은 분명히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과제다.
[SK-모비스전(위), LG-SK전(가운데), LG-모비스전(아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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