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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다 참석도 안 했는데 확 결정하더라고요.”
22일 고양체육관.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에게 다음 시즌부터 도입될 한 쿼터 12분, 즉 48분 경기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추 감독은 대뜸 “(사무국장들이) 다 참석도 안 했는데 결정했다. 감독들에겐 그전에 한번 언급을 하긴 했는데 그렇게 갑자기 결정할지는 몰랐다”라고 했다. 추 감독도 아직 48분 경기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당장 시즌을 치르는 게 급하기 때문이다. 추 감독뿐 아니라 나머지 9명의 감독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KBL은 지난해 9월 사무국장 6명이 참석한 상황에서 일사천리로 한 쿼터 12분 제도, 즉 48분 경기를 성사시켰다. 9월은 프로농구 구단들이 대부분 해외 전지훈련을 진행할 때다.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KBL은 밀어붙였다. 이를 두고 농구계에선 “현장과 KBL이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았다”라며 아쉬워했다.
농구인들이 48분 게임에 반대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일부 감독들은 지금도 “정규시즌 6라운드 54경기도 무리다. 라운드를 하나 줄여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40분 게임 체제에서도 시즌 막판에 가면 체력적으로 힘겨워하는 선수가 많고, 부상자도 속출한다. KBL은 “그러니까 48분 제도를 실시해서 2군을 육성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실제 KBL이 48분제도를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미디어와 팬들에게 프로농구를 좀더 오래 노출하기 위함도 있지만, 2군 육성을 유도하려는 것도 있다.
하지만, 순서가 잘못됐다는 평가다. 추 감독은 “48분 제도를 도입하려면 그것 하나 갖고는 안 된다. 1군 엔트리를 늘리거나 2군 선수 숫자를 늘려야 한다.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시스템 상으로 준비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다른 농구인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일단 48분 제도를 만들어놓고 2군 육성을 유도하기보다 2군 육성을 할 수 있게 아마농구의 병폐부터 뿌리뽑고 유망주 육성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KBL에서 2군을 운영하는 팀은 단 3팀이다. 2군리그 출범 이후 한 팀, 한 팀 줄어들면서 3팀으로 운영된다. 2군 시스템을 운영하고 싶어도 쓸만한 유망주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프로농구 초창기에 비해 1군에서도 주전들과 비주전들의 실력 격차가 커졌다는 평가다. 이는 결국 주전들에 의존하는 구조로 이어졌다. 농구인들은 “48분 제도를 실시해도 결국 감독들은 썼던 주전들을 계속 쓸 것”이라고 주장한다. 눈 앞의 1승이 중요한 상황에서 실력이 떨어지는 벤치멤버를 오래 기용하긴 어렵다. 결국 48분 제도 속에선 경기의 질만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가뜩이나 요즘 남자농구의 질은 전반적으로는 프로 초창기만 못하다.
추 감독뿐 아니라 현장에선 대부분 48분 게임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KBL은 그대로 밀어 붙이려고 한다. 일각에선 올 시즌을 끝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KBL 한선교 총재가 치적을 쌓기 위한 승부수 아니냐는 지적도 한다. KBL이 일단 현장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추일승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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