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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지영 기자] "뒤지고 싶냐? 창자를 빼가꼬 확 젓갈을 담가 불라"
작은 체구에 검은 단발머리를 하고 조용히 밥만 먹고 사라지던 '신촌하숙'의 윤진이는 이 욕설 한 번으로 대한민국 시청자들의 뇌리 속에 각인됐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욕 잘하는 여수소녀'로 2014년 대세로 떠오른 걸그룹 타이니지 멤버이자 배우인 도희를 만났다.
도희를 이야기하자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구수하다 못해 놀라움을 자아내는 시원한 욕설이다. "이런 쌍쌍바" "뒤지고 싶냐" 등 도희의 사투리 욕설은 방송 이후 네티즌들 사이에 '도희 욕 모음'을 편집한 영상이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실제 고향이라 자연스럽게 욕이 나왔다. 그렇게 윤진이 만큼 살벌하게 욕 하지는 않는다. 나도 고향에서 친한 친구들이랑 편하게 이야기할 때나, 재미 삼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애정을 담아 장난처럼 한다. 욕이라고 느껴지기 보단 애정 표현의 한 수단일 뿐이다."
화끈한 욕설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도희는 삼천포 역을 맡은 김성균과 풋풋한 러브라인을 펼쳤다. 얼굴만 보면 으르렁 거리고, 서로를 다치게 하는 말만 내뱉던 두 사람은 바다 위 아름다운 키스신 이후 죽고 못 사는 닭살 커플이 됐다. 순식간에 커플이 된 두 사람, 이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내 친구들도 우리가 갑자기 커플이 된 것 아니냐고 하더라. 시청자가 보기에 우리가 갑자기 커플이 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응사'는 매 회가 연결되긴 하지만 갑자기 세월이 훌쩍 뛰어넘을 때가 있다. 그러다 보니 윤진이가 갑자기 친구들이랑 친해지고, 윤진이와 삼천포가 좋아하는 과정이 편집됐다. 방송에 그려지지 않은 세월동안 그들이 친해지고 서로 좋아하게 된 것이다."
방송에 직접적으로 그려지지 않았지만 윤진이와 삼천포, 두 사람은 어떤 모습을 보고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된 것일까?
"윤진이와 삼천포 둘 다 가족을 계기로 마음이 변한 것 같다. 윤진이가 삼천포를 좋아하게 된 것은 엄마가 버스정류장에 올라오고, 삼천포가 엄마를 도와주던 그 때가 계기가 됐다. 그때 윤진이가 그간 삼천포에게 가지고 있던 생각을 버리고 새롭게 보게 된 것이다. 삼천포의 입장에서는 고향 집에 갔을 때 어머님과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흔들린 것 같다. 그러다 두 사람이 오래 같이 지내면서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 것 같다."
극 중 삼천포는 윤진이보다 2살 어린 연하 애인. 그러나 실제 김성균은 도희보다 14살이 많다. 도희 역시 김성균의 얼굴보다 나이를 듣고 더 놀랐다고 했다.
"나에게는 성균 오빠가 가발을 쓴 모습과 안 쓴 모습이 별로 차이가 없다. 늘 촬영장에서는 그 두 모습을 모두 보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발을 쓰면 '어? 좀 젊어졌네'라는 생각은 들더라. 사실 이웃사람을 봐서 성균 오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었다. 그냥 무서운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알고 있었는데 정작 놀랐던 것은 나이였다. 나이가 그렇게 많이 차이가 나는지 몰라서 그때 깜짝 놀랐다."
윤진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늘 그의 마음 한쪽을 아릿하게 만드는 엄마와의 재회 모습이다. 타지에 보낸 딸이 보고 싶었던 엄마는 윤진이와의 약속 보다 일찍 서울에 도착했고, 연락이 닿지 않자 홀로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윤진을 기다렸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윤진은 멀리서 엄마를 보자마자 눈물을 터트렸다. 말도 못하는 엄마가 복잡한 도시 한 가운데서 겪었던 고충을 생각하며 마음을 졸였기 때문. 연기의 기초도 몰랐던 도희에게 이 같은 감정신은 가장 넘기 힘든 벽이었다.
"실제 그 장면에서 NG가 많이 났다. 감정신이 처음이었고, 수화도 소화해야 해서 걱정이 많았다. 원래는 수화만 하면 된다기에 수화만 열심히 준비했는데 갑자기 현장에서 대사와 함께 하라고 하더라. 급하게 대사와 수화를 함께 연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연기에 신경 쓰랴, 감정에 신경 쓰랴, 수화에 신경 쓰랴 정신없으니 눈물도 안 나더라."
연기를 배운 적도 없는 도희에게 감정신이라는 것은 생소함 그 자체였다.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는 장면이라 눈물을 흘려야 한다는 압박감에 도희는 더욱 우왕좌왕했고, 수차례의 NG에 자신감은 끝없이 추락했다. "네가 굳이 울어야 할 이유는 뭐야. 그냥 울지 않아도 좋고, 수화를 틀려도 좋으니 감정에만 집중하자", 신원호 PD는 안절부절 못 하는 도희를 다독였다고 했다.
"당시 내가 눈물 연기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이 장면에서는 꼭 눈물을 흘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눈물이 흐를 것 같지 않으면 먼저 연기를 끊어버리고. 그렇게 NG를 수차례 반복하니 감독님이 모든 촬영을 멈추고 휴식시간을 주셨다.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고 연기에 들어갔는데 바로 한 컷에 끝이 났다. 그게 최종 모습이었다. 그 당시엔 '이게 끝이라고?'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방송으로 보니까 정말 진심으로 와 닿더라. 그때 눈물이 모든 걸 말해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응사'를 통해 연기자의 길에 들어선 도희는 도전하고 싶은 역할로 "SBS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 같은 드라마"라고 말했다.
"시트콤도 좋고, 학교물도 하고 싶다. '상속자들'과 '학교 2013', '몬스타'를 굉장히 재밌게 봤다. 난 학교물의 달달함이 좋다. 뻔한 것 같은데 자꾸 보게되는 매력이 있다. 이번엔 언니, 오빠들이랑 했으니 또래들이랑 연기 하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타이니지 도희.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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