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다들 비활동 기간에 완벽하게 준비를 잘해온 것 같다. 한층 성숙해졌다."
23일(이하 한국시각) 한화 이글스의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 야에세정 고친다구장. 수비 포메이션 훈련을 지켜보던 김성한 수석코치는 선수들의 움직임에 연신 만족감을 드러냈다. 선수들도 동료들의 플레이 하나 하나에 "나이스"를 외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지난 2년간 최하위에 그친 아픔을 씻어내려는 한화 선수단의 전지훈련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활기찼다. 지금까지 전지훈련 기상도는 '매우 맑음'이다.
한화는 지난 15일부터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진행 중이다. 김응용 감독은 비활동 기간에는 선수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했다. 최근 트렌드 중 하나인 체력테스트도 없었다. 대신 "스프링캠프 합류 이후 제대로 된 몸 상태를 보여주지 못하면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선수들은 비활동 기간에도 틈틈이 개인훈련을 하며 전지훈련을 소화할 수 있게끔 몸을 만들었고, 6일부터는 주장 고동진을 중심으로 대전구장에 모여 구슬땀을 흘렸다.
FA를 통해 한화에 새 둥지를 튼 정근우는 여전히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줬고, 2012시즌이 끝나고 무릎 수술을 받은 고동진은 전력 질주에도 문제가 없음을 보여줬다. 개인 사정으로 지난 20일 지각 합류한 외국인타자 펠릭스 피에는 의욕적으로 훈련에 임했다.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 첫 불펜피칭을 소화한 외국인투수 케일럽 클레이는 정민철 투수코치와 주먹을 맞부딪히며 활짝 웃었다. 포수 엄태용은 "힘들기는 하지만 잘 따라가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선수들은 6일 훈련-1일 휴식 일정으로 연일 강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선수단은 아침 7시 산책과 체조로 일과를 시작한다. 오전 9시 야구장으로 이동해 야수조와 투수조로 나눠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한다. 한 코치는 "이제는 열심히만 해서는 안 된다. 잘해야 한다. 선수들의 열의는 대단하다"고 분위기를 전했고, 고동진은 "훈련할 때는 굉장히 진지하게 하고 있다. 고참으로서 뭔가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30분 남짓한 점심식사 시간에도 선수들은 야구 이야기를 쉬지 않는다. 잠시 후 타자들이 토스배팅을 준비하며 오후 훈련 시작을 알렸다. 공식적으로 주간 훈련 일정이 끝나는 시간은 오후 2시. 훈련 시간은 지난해와 견줘 짧아졌지만 계속해서 로테이션을 돌아야 하기에 집중도는 그만큼 높아졌다. 일부 선수들은 '나머지 공부'도 마다치 않는다.
저녁식사 후 오후 7시부터는 야간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숙소인 서든비치 호텔 인근에서 야수조는 타격 훈련, 투수조는 섀도피칭을 실시한다. 일과가 모두 끝나면 밤 9시가 다 된다. 이후에도 주차장에 남아 방망이를 돌리는 선수들이 있다.
김 수석은 "선수들이 완벽하게 준비를 잘해온 것 같다"며 "바로 기술 훈련 위주로 진행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다들 잘 만들어왔다. 한층 성숙해졌다"고 칭찬했다. 이어 "이것도 성과다"며 "팀의 발전 과정 중 하나이기에 좋은 징조다. 비활동 기간에 자율을 줬는데 우려를 비웃듯 다들 잘해줬다. 지금은 모든 상황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의 스프링캠프는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다. 지난 5시즌 중 4시즌을 최하위로 마친 한화는 오프시즌 FA 정근우와 이용규를 영입에 성공, 기동력 강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 각각 어깨와 무릎 수술로 재활 중인 이용규와 최진행은 사이판에서 배민규 트레이닝코치와 함께 재활 훈련에 한창이다. 재활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다음달에는 오키나와에 합류할 수 있을 전망. 둘 다 "최대한 빨리 오키나와에 합류할 수 있게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다음달 20일부터는 2군 선수들도 오키나와에 합류해 마린파크에서 훈련을 진행한다. 그리고 1군 선수단의 훈련이 끝나는 3월 6일부터 22일까지 고친다구장으로 이동해 훈련을 이어갈 예정. 1·2군 선수단이 모두 오키나와에 머무는 기간에는 이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선수들이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분위기는 매우 좋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열의도 대단하다. 김 감독은 "이제 일주일 됐다. 아직 백지상태다"며 선수들의 움직임을 세세하게 체크하고 있다. 외국인선수들은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로 합격점을 받았다. 구단 관계자와 코칭스태프 모두 "적응력이 무척 빠르다"며 만족하는 눈치다. "올해는 정말 다르다"고 공언한 한화의 변화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감지되고 있다. 분명 좋은 징조다.
[투수들이 수비포메이션 훈련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첫 번째 사진), 케일럽 클레이가 불펜피칭 후 조언을 듣고 있다(두 번째 사진), 타자들이 중식 후 토스배팅을 준비하고 있다(세 번째 사진), 주장 고동진(왼쪽)이 김성한 수석코치와 함께 토스배팅 훈련을 하고 있다(네 번째 사진), 한화가 훈련 중인 고친다구장 입구. 사진 = 강산 기자]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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