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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지영 기자] 배우 정우가 10년 만에 전성기를 맞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는 배우를 시작하고 10년 동안 우직하게 자기 길을 묵묵히 걸어오고 있었다. 다른 배우들처럼 쉽게 갈 수 있는 방법도 많았지만, 정우는 자신의 소신을 고집했다. 남들에게는 '소신 있는 배우'로 비춰졌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는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내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닐까, 혹시 배우가 내 길이 아닐까'를 놓고 고민과 후회를 거듭했다.
그렇게 배우로서 낭떠러지에 서 있던 순간, 정우에게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라는 작품이 찾아왔다. 그리고 정말 거짓말처럼 그 작품은 10년의 보상이나 되는 듯 정말 많은 것을 바꿔줬다. 배우로서의 인생과 입지, 인기 모든 것들을.
"내가 이렇게 인기를 얻은 것이 당연하다거나 기다림의 보상이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운이 따라줬고, 내 진심을 감독님이 알아주셨기 때문이다."
정우를 인기 가도로 올려놓은 '응사'의 쓰레기는 무뚝뚝하면서도 한 여자만 묵묵히 사랑하는 캐릭터로 방송 내내 여성 시청자들뿐 아니라 여자 연예인에게도 많은 관심과 이슈였다. 방송에서 몇몇 여자 연예인들은 "내 이상형은 '응사'의 정우"라고 대놓고 말할 정도.
"정말 감사하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 하던 일인 것 같은데. 아마 좋아하는 것이 정우라는 본인이 아니라 쓰레기 캐릭터인 것 같다. 만약에라도 나를 좋아한다면 그건 아마 잠시 콩깍지가 씌어서 일 것이다.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아마 곧 다시 예전의 이상형으로 돌아갈 것이다.(웃음)"
정우가 이토록 쓰레기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정우를 치밀하게 분석한 제작진의 공이 크다. '응사' 제작진은 본 촬영 전 배우들을 불러 수십 번의 대본 리딩을 시키고 그 모습을 영상으로 담은 뒤 배우들의 성격과 말투를 분석해 각자의 캐릭터에 녹여낸 것으로 유명하다.
"나는 쓰레기처럼 멋있는 사람이 아니다. 쓰레기가 멋있어 보였던 것은 여자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남자의 모습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난 쓰레기 안에서도 멋스럽지 않고 흐트러져있는 모습이 비슷할 뿐이다. 가끔 대본에 '내 속마음을 꿰뚫고 있나'싶은 대사들이 몇 개 있다. 그럴 때마다 감독님과 작가님의 실력에 또 한 번 놀랐다."
'응사'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성나정(고아라)의 남편 찾기다. 쓰레기를 포함해 칠봉이(유연석), 해태(손호준), 빙그레(바로), 삼천포(김성균)이 나정의 남편 후보였다. 이 중 가장 강력한 후보는 '나정의 첫사랑'인 쓰레기와 '나정바라기' 칠봉. 두 사람은 마지막까지 나정을 두고 긴장감을 만들어냈고, 네티즌들은 쓰레기파와 칠봉이파로 나뉘어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결국 나정의 남편은 쓰레기로 판명됐지만.
"처음에는 '남편 찾기'를 과연 시청자들이 궁금해 할까?'라는 생각이 컸다. 나에게는 '나정이 남편 찾기'는 관심 밖이었고, 오히려 매회 마다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정말 흥미로워서 매회 매회 그 에피소드에 집중했다. 나도 나정의 남편이 누군지는 몰랐지만 나정의 남편이 누구인지 보다 나정이 남편이 밝혀지는 과정이 더 궁금했다. 다시 돌이켜보면 나정이 남편이 계속 궁금하게 만드는 그 과정이 더 흥미롭지 않았나."
정우의 인기가 입증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정우의 실화를 담은 주연작 '바람'의 재상영이다. 그는 입버릇처럼 "VOD 서비스로 따지면 2000만 관객도 넘은 영화"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로 영화 '바람'은 오랫동안 '좋은 영화'라는 입소문을 몰고 다녔다. 그런 영화가 다시 재상영된다는 소식에 정우는 모든 촬영을 접고 극장을 찾아 기쁨과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당시 그의 심정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바람'을 통해 나를 좋아해 준 팬들이 있다. 그들은 내 영원한 지지인들이다. 웬만해선 흔들리지도 않는다. 내가 죽을 죄를 지지 않는 이상 나를 버리지 않을 것 같은 강한 믿음이 있다. 정말 감사하다. 내 뒤에 늘 그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어떤 것도 함부로 할 수 없고, 주저앉을 때마다 다시 일어서게 된다."
'응사'를 통해 새로운 배우 인생을 꾸리게 된 정우. 그에게 '응사'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이 작품으로 큰 사랑을 받아서 기분이 색다르다. 소중한 사람을 많이 얻었고, 엄청난 걸 많이 가져다준 작품이다. 배우 생활하면서 천천히 갚아나갈 생각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그것이 제작진이든, 감독님이든, 팬들이든."
[배우 정우.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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