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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커브와 포크볼.
최근 일본 언론들은 오승환이 새로운 구종을 장착하려고 한다는 보도를 했다. 오승환과 새 구종. 삼성 시절부터 따라다니던 수식어였다. 오승환은 150km대 초강력 돌직구와 슬라이더로 한국을 평정했지만, 좀 더 높은 레벨의 리그를 정복하기 위해선 종으로 떨어지는 확실한 변화구가 있어야 한다는 주변의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오승환은 국내에선 신구종 장착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기존에 갖고 있던 무기들로도 수월하게 타자들을 요리했다. 또 구종을 새롭게 장착하는 게 그리 쉬운 건 아니다. 완벽하게 구종 하나를 익히려면 2~3년은 걸린다는 말도 있다. 물론 구대성에게 체인지업 그립을 배워 곧바로 실전에 써먹으면서 메이저리그까지 간 류현진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희귀한 케이스다. 새로운 구종을 익히려다 기존 구종의 좋았던 그립 감각을 잃어버린 투수도 수 없이 많았다. 확실히 새로운 구종 장착은 도박이다.
▲ 오승환의 새로운 도전
한 수도권 구단 투수코치는 일전에 “신구종 장착은 당연히 모험이 따른다. 실패할 경우 좋았던 투구 밸런스까지 잃어버릴 수 있다. 그럴 경우 그 투수는 팀내 경쟁에서도 밀려나는 것이다”라면서도 “프로라면 도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자신이 갖고 있던 무기를 다듬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무기를 갖추려는 도전과 노력 역시 프로라면 지극히 당연하다. 박수를 받아야 한다”라고 했다.
이런 점을 보면 오승환의 도전은 일본에서 생존을 위해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박수를 받을만한 일이다. 오승환은 지난 24일 한신 선수들이 훈련 중인 오키나와 기노자구장에 합류했다. 오승환에겐 여전히 모든 게 낯설다. 팀 동료들과도 친해져야 하고, 달라진 환경에도 적응해야 한다. 일본어도 공부해야 한다. 오승환은 지금 충분히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신구종 장착에 도전했다. 기노자 구장에서 취재 중인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오승환이 연이어 느린 커브를 시험적으로 구사했다고 한다. 오승환 에이전트 김동욱 스포츠인텔리전스 대표는 “오승환의 몸 만들기 페이스가 빠른 편은 아니지만, 당장 피칭을 할 정도는 됐다”라고 했다. 괌에서 개인훈련을 하는 동안 신구종 장착을 위한 준비를 충실히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 떨어지는 변화구, 일본정복 주무기가 될까
오승환은 왜 느린 커브와 포크볼을 꺼내들었을까. 커브와 포크볼은 종으로 떨어지는 대표적인 구종이다. 타자의 스윙은 투수 입장에선 횡으로 그려지는데, 이때 투수가 종으로 떨어지는 공을 던질 경우 타자의 방망이에 공이 맞을 확률을 최소화할 수 있다. 투수들이 기를 쓰고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장착하려는 이유다. 전문가들이 “직구를 제대로 구사하면 10승, 떨어지는 볼까지 제대로 구사하면 15승”이란 말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승환은 삼성 시절에도 제구력 자체는 좋았지만 제구력으로 승부하기보단 공 자체의 위력으로 타자를 요리했다. 워낙 공 자체의 힘이 좋다 보니 타자 방망이에 정확하게 맞아도 타구의 힘이 떨어지곤 했다. 하지만, 오승환 공에 유달리 타이밍을 잘 맞췄던 국내 몇몇 타자들은 심심찮게 안타를 만들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일본 타자들이 한국 타자들보다 섬세한 컨택 능력을 갖고 있다면,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 일본을 정복하는 건 그리 간단하진 않을 수 있다.
오승환은 삼성시절 풀타임 마무리 초창기에도 느린 커브를 구사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효과가 크지 않자 슬라이더의 비중을 높였다. 경기 전 연습 때는 다양한 변화구로 몸을 풀기도 했다. 실전에 쓸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해 마운드에서 볼 수 없었을 뿐이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오승환이 커브와 포크볼, 혹은 스플리터를 익힌다고 해서 완전히 신세계는 아닐 것이다. 실전에서 던질 수 있을 정도로 다듬는 데 의외로 오래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부분은 한신 코칭스태프, 포수들과도 상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오승환보다 일본 타자들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미 “오승환이 예스맨이 될 것”이라며 오승환이 포수의 의견을 따라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그만큼 오승환의 신중한 마인드를 읽을 수 있다. 커브와 포크볼을 실전에서 구사할 수 있다고 판단해도 상황에 맞게 신중하게 꺼내들겠다는 의미다. 역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사실 오승환으로선 일본 타자들에게 커브와 포크볼이 있다는 사실만 알려줘도 수싸움과 볼배합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오승환에게 커브와 포크볼은 일본 정복을 위한 의미있는 도전이자 변화를 상징하는 키워드다.
[오승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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