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LG 트윈스는 최근 부상으로 에이스 레다메스 리즈를 떠나보냈다. 본격적으로 전력을 다지기 시작할 시기를 맞이한 LG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하지만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202⅔이닝)을 책임진 리즈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LG의 투수력이 약하다는 평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코리 리오단, 그리고 새로 합류할 외국인 투수의 성적도 아직 예상할 수 없고, 무엇보다 토종 투수들의 힘이 다른 팀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LG는 토종 선발 후보만 10명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류제국과 우규민을 비롯해 10승에 근접했던 신정락, 지난해 가능성을 보여준 신재웅, 임정우, 각각 부상과 군복무에서 돌아온 김광삼과 윤지웅, 두산에서 온 김선우까지 선발로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이 즐비하다.
불펜 역시 마찬가지다. 암흑기 시절 에이스였던 봉중근은 마무리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고, 이동현, 정현욱, 유원상, 류택현, 이상열 등도 버티고 있다. 이외에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는 신예들이 준비하고 있으며, 선발 경쟁에서 자리를 얻지 못한 투수들이 불펜에 가세하면 LG의 불펜은 양과 질 모든 면에서 리그 정상급이다.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던 때를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허약한 마운드가 발목을 잡았던 LG의 모습은 없다. 이제는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도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하지만, 당시에는 외국인 선수에게 거는 기대치가 높았다.
김재박 전 감독과 박종훈 전 감독 시절 1군에서 적지 않은 경험을 쌓은 이범준의 말은 당시 LG 마운드의 현실을 보여준다. 이범준은 프로 2년차였던 2009 시즌을 마치고 군에 입대하기를 원했지만, 신임 박종훈 감독은 이범준의 입대를 만류했다.
이범준은 "입대할 생각도 있었는데 박종훈 감독님께서 나와 (정)찬헌이를 부르셔서 말리셨다. 당시에 (우)규민이 형이 군대에 가기로 하면서 1군 중 (김)광수 형, (심)수창이 형, (정)재복이 형이 내 바로 위였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선수의 의사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박 전 감독의 입장도 이해하기 힘든 것은 아니다. 이범준의 말처럼 2010 시즌을 앞둔 LG 마운드에는 신예들과 베테랑급 투수들을 이어줄 중간급 투수들이 없었다. 이범준과 정찬헌마저 없었다면 박 전 감독은 시즌을 꾸리기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범준은 이전에 비해 박 전 감독 재임 시절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지금은 상무에서도 전역한 뒤지만, 이범준은 "그때 바로 입대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스스로도 아쉬웠던 시간이었다.
당시 이범준이 남은 것은 팀 입장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선수에게는 약점을 보완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게 하는 결과로 작용했는지 모른다. 마운드 전력이 풍부한 팀의 유망주는 퓨처스리그에서 충분한 수련을 거치고 준비가 끝나면 1군 마운드를 밟지만, 반대의 경우는 젊은 투수들이 자신의 예상보다도 훨씬 이르게 1군 데뷔를 갖기도 한다.
선수의 성장은 단순히 팜 시스템의 영향만 받지는 않는다. 1군의 상황이 선수의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1군에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전력이 부족하면 기량이 무르익지 않은 선수들이 올라오는데, 이러한 경우 팀 성적도 보장되지 않으며 선수 또한 자신감 저하나 슬럼프에 직면할 수 있다.
강팀을 한 시즌 동안 지켜보면 팀이 힘든 시기에 신인급 투수들이 1군에 올라와 깜짝 활약을 펼치는 것을 간혹 볼 수 있다. 준비가 된 상태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반면 약체의 루키들은 쉽게 기회를 보장받지만 5월 이후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는 LG가 매년 드래프트에서 다수의 투수 유망주를 지명하고도 오래도록 성적을 내지 못했던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다. 암흑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유망주들이 곧바로 경기에 투입되는 것이 잦아지고, 그만큼 바로 가시적인 성적을 내서 팀이 부진에서 탈출하기는 점점 더 힘들어진다.
이제 LG도 강팀으로 바뀐 만큼 올해는 퓨처스 투수들에게 넉넉한 시간을 줄 수 있다. 차분히 준비된 유망주들의 덕을 보는 팀이 될 준비는 갖췄다. 이제 그 유망주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만 남았다.
[이범준(위)-정찬헌의 입대 전 피칭 모습.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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