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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만약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안 되면 2016년 올림픽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무책임한 발언이 어디 있나. 이용대와 김기정(이상 삼성전기)의 도핑 거부 의혹과 관련,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긴급 기자회견에서 나온 말이다. 1차 보호에 실패한 상황에서 선수를 두 번 죽이는 발언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28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국제배드민턴연맹(BWF)이 이날 이용대와 김기정이 도핑테스트를 거부해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한 공식 기자회견. 세계반도핑기구(WADA)에서 이들의 1년 자격정지 징계를 결정했고, BWF는 대한배드민턴협회에 이를 통보했다. "소재지 불분명으로 인해 BWF 반도핑규약에 따른 도핑테스트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BWF 사상 첫 '삼진아웃' 제도 피해자다.
BWF에 따르면 이용대와 김기정은 지난 23일부터 내년 1월 23일까지 1년. 이 기간에 둘은 어떤 국제대회에도 참가할 수 없다. BWF가 요구하는 소재지 정보를 보내지 않아 도핑테스트를 받지 못한 것이 이유. 이들은 3월과 9월, 11월 세 차례 소재지 정보 입력에 응하지 않아 이른바 '삼진 아웃'을 당했다. 협회 측은 "9월에 소재지를 서면 보고해야 했는데 이 부분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용대와 김기정이 어떤 금지약물도 복용하지 않았으며 도핑테스트를 고의적으로 회피하지도 않았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선수들이 분기 1회씩 소재지 입력 시스템을 통해 정보를 제출하게 돼 있는데, 차후 분기 마감 전 입력이 누락되는 바람에 일이 커진 것. 이용대와 김기정은 지난 13일 덴마크까지 건너가 청문회에도 참석, 무혐의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측도 항소를 준비 중이다. 김중수 대한배드민턴협회 전무이사는 "선수들도 이러한 도핑 제도가 굉장히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용대는 국제 선수위원회 소속이기도 하다. 위원회에 정식으로 안건을 제출해 선수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BWF에 어필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선수들의 징계 기간을 줄이는 것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어떤 대안이 있느냐다. 협회 측은 "1년에서 6개월로 징계 기간을 줄이면 아시안게임 출전에는 문제가 없다. 최대한 징계 기간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에 대해서는 "생각할 수 없는 입장이다"며 "차후에 재발을 방지할 수 있게 하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2016년 올림픽 출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일단 징계 기간에는 협회나 소속팀에서 관리할 수도 없다. 만약 아시안게임 출전이 어려워지면 2016년 올림픽 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아시안게임 출전이 무산되면 협회가 책임지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쉴틈없이 아시안게임을 준비해온 두 선수에게 1년간의 자격 정지는 너무나 가혹하다. 그것도 협회의 행정실수로 빚어진 대형 참사이기에 더욱 그렇다. BWF 측은 "협회의 잘못이라고 판단해 선수들의 징계 기간은 2년에서 1년으로 줄인다"고 했다. 그것도 아시안게임 출전이 걸린 기간이다. 선수들의 가슴에 생채기가 난 상황에서 2016년 올림픽 준비를 언급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선수를 배려한 발언이라고 해도 현 시점에서는 그리 적절치 않아 보인다.
한편 이용대와 김기정이 BWF의 결정에 불응할 경우 내달 17일까지 스포츠중재재판소(CAS)를 통해 항소할 수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김중수 전무이사가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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