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우리은행의 완승. 그게 전부는 아니다.
우리은행이 28일 라이벌 신한은행을 잡았다. 올 시즌 상대전적 4승1패. 라이벌치고 다소 일방적인 전적이다. 하지만, 두 팀의 맞대결 의미를 상대전적으로만 한정해서는 곤란하다. 특히 이날 경기는 두 팀에 엄청난 의미가 있었다. 우리은행은 우리은행대로, 신한은행은 신한은행대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었다.
여자프로농구 최대 라이벌의 진검승부는 제대로 시작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결국 신한은행을 확실히 넘어야 통합 2연패가 가능하다. 신한은행 역시 자존심 회복을 위한 최후의 상대는 우리은행이다. 농구는 유기적인 스포츠다. 단 1경기로 모든 걸 말해주진 않는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5라운드 맞대결 이후 또 한번 서로를 향해 칼을 갈 것이다.
▲ 우리은행 선두독주체제 강화
우리은행의 이날 가장 큰 성과는 선두독주체제 강화다. 우리은행은 24일 홈에서 샤데 휴스턴을 막지 못해 삼성생명에 패배했다. 시즌 첫 홈 경기 패배. 라이벌 신한은행전을 앞두고 충격이 컸다. 시즌 첫 2연패의 위험이 찾아온 것. 우리은행은 역시 위기에서 강했다. 신한은행에 압승하며 신한은행과의 게임 차를 5로 벌렸다. 특히 2쿼터 중반 굿렛을 투입하면서 시도한 2-3지역방어가 제대로 통했다. 신한은행 쉐키나 스트릭렌의 돌파를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엘레나 비어드는 수비 센스가 좋은 노엘 퀸이 적절히 제어했다.
5라운드 중반이다. 우리은행이 신한은행에 패배했을 경우 게임차는 3이었다. 완전히 의미가 다르다. 우리은행은 신한은행을 잡으면서 선두독주체제를 강화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날 승리로 우리은행은 올 시즌 신한은행전 우위를 확정했다. 13경기 남은 상황. 우리은행의 정규시즌 2연패 매직넘버는 8이다.
▲ 하은주 파급효과
신한은행은 이날 하은주를 3쿼터 중반 코트에 내보냈다. 하은주는 10분23초동안 4점으로 복귀 신고식을 치렀다. 하은주는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무릎 부상에서 회복했으나 재발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웠다. 약 2개월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에 실전감각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닌 하은주는 오히려 신한은행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일단 아직 하은주의 몸싸움이 전투적이지 않아 굿렛에게 자주 자리를 내줬다. 그리고 팀 전체적으로 공수 전환이 느려졌다. 수비에 문제가 생겼다. 우리은행은 매우 빠르다. 하은주가 투입될 때 손쉽게 속공 득점을 만들었다. 또한, 우리은행은 임영희와 양지희가 동료들의 정확한 스크린을 받아 중거리슛을 연이어 만들어냈다. 이는 우리은행의 주특기인데, 하은주가 옳게 제어하지 못했다. 하은주의 기동력과 무릎 상태를 감안하면 하이포스트까지 수비범위를 넓히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하은주가 들어와서 오히려 편하다”라고 했다. 위 감독은 하은주가 투입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그대로 보여줬다.
그렇다면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은 이를 몰랐을까. 아니다. 임 감독은 그런 점을 알면서도 하은주를 코트에 내보냈다. 임 감독의 승부처는 단순히 그 경기가 아니라는 의미다. 어차피 이 경기를 내주더라도 임 감독은 큰 승부를 본다. 챔피언결정전이다. 하은주의 출장시간을 조금씩 늘리면서 포스트시즌에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섞여있었다. 일단 현 시점에선 하은주가 뛸 수 있다는 걸 우리은행에 보여주는 것도 필요했다.
어차피 신한은행은 하은주를 40분 내내 기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하은주가 투입될 때의 멤버 조합, 경기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체크할 필요가 있었다. 임 감독은 이런 점을 시험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하은주와 스트릭렌을 동시에 투입할 때의 미스매치 효과, 하은주와 비어드를 동시에 투입할 때의 움직임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신한은행으로선 남은 기간에 하은주가 파생하는 긍정적 효과만을 최대한 활용하면 승산이 있다. 때문에 신한은행도 이날 패배로 얻은 게 없는 건 아니었다.
▲ 두 라이벌의 향후 행보
우리은행은 선두 굳히기에 돌입했다. 앞으로는 중, 하위권 팀들에 전력을 다해 최대한 승수를 뽑아낼 가능성이 크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우승 매직넘버 소멸을 앞두고 고생했던 경험이 있다. 위 감독은 평소 선수들의 마음가짐과 정신력을 강조한다. 역설적으로 위 감독은 선수들을 더욱 강하게 몰아붙일 가능성이 크다. 한편으로는 포스트시즌 구상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위 감독은 “지난해에는 신한은행이 올라올 줄 알고 챔피언결정전을 준비했는데 삼성생명이 올라와서 당황했다. 하지만, 미리 준비한 것이 있었고 몇 가지 사항을 추가해 경기에 임했다”라고 했다. 위 감독의 두뇌회전이 더욱 빨라질 시기가 됐다.
2위 신한은행은 기로에 놓였다. 임 감독은 선두 추격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지 고민스러울 것이다. 당장 하은주 효과를 기대하긴 쉽지 않다. 신한은행은 아래로는 1.5경기 차로 3위 KB의 추격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준플레이오프가 없어지면서 정규시즌 2위와 3위의 의미는 크지 않다. 오히려 선두공략 욕심을 버리면 잔여경기서는 선수들의 컨디션을 플레이오프에 맞추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 임 감독은 상황판단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이제부터는 포스트시즌과 그에 따른 실리추구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
[굿렛과 하은주(위), 우리은행 선수들(가운데), 신한은행 선수들(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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