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347억엔(약3646억원).
흥미로운 보도가 나왔다. 일본 스포츠매체 닛칸스포츠는 28일 최근 뉴욕 양키스와 7년 1억5500만달러(약1672억원)짜리 대형계약을 맺은 다나카 마사히로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약 347억엔이라고 했다. 쉽게 말해서 다나카가 미국과 일본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자신의 몸값 2배가 조금 넘는 셈이다.
이는 간사이 대학 미야모토 가츠히로 교수가 내놓은 추정치다. 미야모토 교수의 예측이 들어맞는다면, 다나카는 그야말로 일본과 미국 모두에 복덩이가 아닐 수 없다. 본인도 거액을 챙길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양국에 그만큼 이득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미야모토 교수는 다나카가 미국에서 구매력이 가장 높은 뉴욕 양키스에 입단한 게 결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다나카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텍사스에서 뛰는 다르빗슈 유보다 높게 책정했고 과거 맹활약한 스즈키 이치로보단 낮을 것이라고 봤다.
▲ 일본에 다나카가 있다면 한국엔 류현진-추신수
그렇다면 LA 다저스 류현진과 텍사스 추신수가 한국과 미국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그리고 다나카와 비교하면 어떨까. 물론 한국과 일본의 환율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사실상 무의미하지만, 류현진과 추신수가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스타인 걸 감안하면 적어도 한국 스포츠 선수 중에선 경제적 효과가 큰 편에 속할 것이 확실시된다.
류현진의 지난해 맹활약으로 메이저리그팬이 확실히 늘어났다. 사실 LA 다저스는 90년대 말 박찬호가 센세이션을 일으킨 뒤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다시 LA 다저스의 대중적 인지도는 높아졌다. 팬들이 90년대 말 샀던 LA 다저스의 새파란 모자를 다시 자랑스럽게 쓰고 다니게 됐고, 또 다른 팬들이 그 모자에 대한 구매욕구가 생기면서 LA 다저스 모자 판매량이 지난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게 바로 류현진이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의 일부분이다. 팬들은 본래 스타와 일체감을 갖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야구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류현진과 추신수 경기를 독점 생중계한 MBC 스포츠플러스의 시청률이 대박이 터졌다고 한다. MBC 역시 류현진 선발경기를 생중계할 때 적지 않은 특수를 누렸다. 두 메이저리거가 한국 방송사에도 효자 노릇을 한 셈이다. 심지어 미야모토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다나카가 일본의 TV 업체들까지 살려준다고 했다. 일본 팬들이 다나카 경기를 보기 위해 TV를 새롭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 파급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이렇듯 스포츠 스타 1명이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막강하다. 미국에서도 제1의 프로스포츠로 인정 받는 메이저리그다. 류현진과 추신수가 한국과 미국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하다. 두 사람이 꾸준히 활약할 경우 국내에서 경제적으로 싱글벙글할 사람들이 1~2명이 아니다. 심지어 한 야구관계자는 지난해 “류현진 선발경기가 중계되는 날엔 직장인들이 배달 음식을 많이 시켜먹는다고 한다. 하다못해 중국집, 치킨집도 류현진 특수를 보는 셈”이라고 웃었다.
▲ 아시아 메이저리거 전성시대
박찬호가 2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오랜만에 글을 남겼다. 박찬호는 ‘류현진이 만든 다나카 포스팅’이라는 제목으로 “다나카의 계약은 류현진의 지난 시즌 활약이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류현진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면 다나카에게 이런 기회가 돌아갔을까”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물론 다나카의 대형계약이 전적으로 류현진의 후광효과로 성사된 건 아니다. 그러나 류현진이 지난해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메이저리그에 아시아 메이저리거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줬고, 이런 흐름이 다나카 계약에도 미묘하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박찬호는 “추신수와 다나카의 대형계약, 류현진과 다르빗슈의 활약으로 메이저리그에 동양인의 기반이 단단해질 것이며 그 무대에서 동양인이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의미심장한 코멘트다. 아시아 메이저리거 전성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사실 박찬호가 2010년을 끝으로 메이저리거 생활을 마치면서 추신수 홀로 외롭게 한국인 메이저리거 명맥을 지켰다. 2000년대 초반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김선우, 최희섭 등이 활약한 시절과 비교하면 초라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추신수가 정상급 메이저리거로 자리매김했고, 지난해 류현진이 가세하면서 한국인 메이저리거 제2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곧 윤석민도 메이저리거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서 메이저리그에 아시아 파워가 커지게 됐다. 이른바 아시아 메이저리거 전성시대다. 물론 일본은 시대에 관계없이 꾸준히 메이저리그에 특급 선수를 배출해왔다. 최근엔 다르빗슈, 구로다 히로키, 이와쿠마 히사시 등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점을 보면 메이저리그가 벌어들이는 유, 무형의 경제적 수입 중에서 아시아 메이저리거가 미치는 영향력이 결코 작지 않다. 양키스가 다나카를 영입하고, 다저스가 류현진을 영입한 건 아시아인 마케팅도 고려한 것이다. 과거 박찬호와 노모 히데오가 메이저리그서 맹활약할 때 검증된 사항이었다. 더구나 올 시즌에는 정상급 메이저리거로 거듭난 추신수와 다르빗슈가 텍사스에서 팀 동료가 됐다. 텍사스는 올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전력이다. 실제로 텍사스가 월드시리즈서 우승한다면 한미일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다나카 1명의 파급효과는 가볍게 넘어설 수 있다. 박찬호가 말한 ‘동양인의 기반이 단단해질 것’은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
거물급 메이저리거 1명이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사람들은 과거 박찬호가 텍사스와 5년 6500만달러 계약을 맺었을 때 대형 계약이라며 입을 쩍 벌렸다. 약 10년이 흐른 현재 당시 박찬호 계약은 아무것도 아닌 시대가 됐다. 그만큼 경제적 파급효과도 비교할 수 없이 커졌다. 다나카, 다르빗슈 못지 않게 류현진, 추신수의 꾸준한 선전이 필요하다. 두 사람이 단순히 스포츠뿐 아니라 한국경제에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지도 모를 일이다.
[추신수와 류현진(위), 류현진(가운데), 추신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MLB.com 캡쳐]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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