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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의 스타★필(feel)]
전지현은 전지현이다. 어떤 미사여구나 수식어 보다 전지현이라는 이름 세 글자보다 더 위력적인 고유명사는 없다. CF를 통해 테크노여신으로 대중의 눈에 들어온 후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청순한 외모에 상반되는 엉뚱한 캐릭터의 대명사로 각인됐다. 남자들의 로망인 긴 생머리를 휘날리지만, 동시에 주먹을 날리는 과격 미녀 캐릭터는 이후에도 계속 복제됐지만, 대부분 전지현을 떠올리게 했고, 원조를 뛰어넘지 못했다.
그런 전지현이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왔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연출 장태유)를 통해 엽기적인 한류 여신 천송이로 컴백했다. 12년 전과 다름없는 창창한 미모에 관록과 능청을 장착하니 천하무적이다. 전지현=천송이가 연상될 정도로 안성맞춤이다.
사실 전지현은 한동안 대중과 멀어져 있었다. CF퀸으로 등극한 그녀가 바르고 입고 마시고 사는 모든 것을 대중들이 열광적으로 소비했다. 그러나 스크린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다. ‘4인용 식탁’, ‘데이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등 꾸준히 영화 출연을 했고, 홍콩과 프랑스 합작영화 ‘블러드’와 중국 영화 ‘설화와 비밀의 부채’에 출연하면서 해외 진출도 시도했지만 강한 인상은 심어주지 못했다.
그녀가 다시 주목받은 작품은 영화 ‘도둑들’이다. 천삼백만 명을 관람한 이 영화에서 전지현은 섹시한 미녀도둑 예니콜을 멋들어지게 소화했다. 전신 타이cm를 입고 고난도 와이어 액션을 직접 소화한 그녀는 ‘별그대’의 현재 파트너인 잠피노 김수현과 관객의 마음도 훔쳐냈고, 자신의 건재함도 재확인시켜줬다. 이듬해 출연한 ‘베를린’에서는 북한 통역관 연정희 역을 맡은 홍일점으로 음울하면서 진지한 역할을 잘 소화했다.
그리고 이제 ‘별그대’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녀가 여전히 통(通)하는 것은 엉뚱 발랄한 매력 때문만은 아니다. 극 중 천송이는 겉으로는 당당하고 뻔뻔하지만, 속은 하염없이 여리고 약하다. “천송이는 본능에 충실하고, 직설적인 성격이지만, 한편으로는 톱스타로서의 불안감과 외로움이 점철된 복잡한 인물”이라고 장태유 PD는 말했다.
최고의 자리에서 한순간 추락하여 신변에 위협까지 느끼기에 철없이 굴다가도 갑자기 진지해지거나 공포에 질리는 등 감정 편차가 크다. 순간순간 눈빛과 호흡이 바뀌며 분위기가 전환되기에 이질감이 없다. 천의 얼굴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표정과 늘씬한 체형을 백분 활용한 몸개그까지 원맨쇼를 해도 지루하거나 거부감이 없다.
전지현은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고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아 완벽하게 소화하는 똑똑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중이 보고 싶어 하는 그녀의 모습을 120% 충족시키며 다시금 사랑받고 있다.
‘별그대’는 연예인과 외계인의 사랑이라는 비현실적인 설정에서 전지현과 김수현이 완벽 캐미를 이루며 평균 시청률 25%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의 로맨스를 부각되게 만드는 포인트는 연출의 신(神) 장태유의 섬세한 연출력이다. CG를 활용한 환상적인 화면 구성과 디테일한 설정은 주인공들의 찬란한 비주얼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다음 회를 애타게 기다리게 하는 중독성을 갖게 한다. 로맨틱 코미디에 SF 판타지와 스릴러까지 버무린 이 드라마가 어떤 반전으로 시청자를 더욱 즐겁게 할 것인지 매우 기대된다.
전지현은 본명은 왕지현(王智賢)이다. ‘지혜롭고 어진 임금처럼 살라’는 본명처럼 지혜롭고 어질게 기다리고 준비하여 안방극장의 여왕으로 마침내 등극한 그녀. 엽기적인 그녀를 넘어 연기(演技)적인 그녀로 완성된 그녀의 전성기가 계속되기를 기대해본다.
[배우 전지현. 사진 = HB 엔터테인먼트 제공]
전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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