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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의 스타★필(feel)]
자고로 불로불사(不老不死)한 존재는 신비롭고 아름답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영화 속 뱀파이어나 드라큘라는 그 찬란한 외모와 세련된 매너로 이성의 혼을 빼놓는다. 종영을 앞둔 ‘별에서 온 그대(연출 장태유)’에 출연 중인 외계남 도민준(김수현)도 그렇다. 조선이 대한민국으로 변하도록 400년 동안 묵었으나 여전히 운동화와 백팩이 썩 잘 어울리는 동안이다.
염력과 예지력, 순간이동까지 초능력은 기본 옵션으로 갖춘 데다, 조선시대 관료, 외과의사, 은행원, 천채 물리학자, 대학 교수 등 다양한 직업군을 거치며 박학다식해졌다. 400년 동안 부를 축적했기에 재벌 버금가는 경제력에 외계에서 뚝 떨어졌기에 성가신 시월드도 없는 초일등 신랑감이다.
‘별그대’가 400년산(産) 외계남과 톱스타 여배우와의 사랑이라는 비현실적인 설정을 가능케 한 것은 남녀 주인공의 비현실적인 비주얼이 한몫을 했다. 전형적인 미남형은 아니지만 날카로운 눈매와 두툼한 입술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김수현의 얼굴은 소년과 남자 사이의 경계선에 서있다. 청순한 섹시함에 관록까지 붙은 전지현의 착한 미모는 7살 연상연하 차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조화를 잘 이룬다.
연기 또한 그러하다. CF를 방불케 하는 통통 튀는 전지현의 원맨쇼 연기를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건 김수현이다. 웃음도 복식으로 소리 낼 것 같은 안정된 발성과 톤을 높여도 뭉개지지 않는 뚜렷한 발음, 변화무쌍한 눈빛연기까지 김수현의 연기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상대와 합을 이뤄 동반상승하게 한다.
김수현은 그런 배우다. 상대방을 빛나게 해서 자신이 더 빛나는 배우이다.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수지가 국민 첫사랑으로 등극하기 이전 농약 같은 매력을 발산하게 했고, ‘해를 품은 달’에서는 목석같은 한가인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하물며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는 이현우와 은밀하면서 위대한 남남(男男) 커플을 이뤄 퀴어 논란까지 낳게 했다. 제 몫을 다해 상대와 전체 그림을 돋보이도록 만들지만 결코 넘치는 법은 없다.
‘별에서 온 그대’는 참 복잡한 드라마다. 코믹 멜로라는 기본 사양에 사극, 스릴러에 각종 패러디까지 여러 가지 즐거움으로 시청자를 유혹한다. 그런 즐거움은 박지은 작가의 치밀한 극 전개와 깨알 같은 대사력과 함께 장태유 PD의 섬세한 연출이 큰 몫을 했다. ‘뿌리 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 등 그동안 선 굵은 연출을 했던 그는 사극과 현대극, 코믹과 추리물 등 부침이 드라마의 특성상 세심하게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연출이 많아졌다. 디테일에 강해 ‘장테일’이라는 별명을 가진 장태유 PD의 세심함이 장면마다 느껴진다. 본 드라마가 끝난 뒤 붙는 에필로그는 주인공들의 속마음이나 복선이 숨겨져 있기에 더욱 재밌다.
이 복잡한 드라마에서 김수현의 연기력은 더욱 빛이 난다. 사극과 현대극을 오가는 복잡한 얼개에서 매 장면마다 김수현은 완벽하게 캐릭터에 몰입되어 연기를 구사한다. 극 초반 인간 세상과 인간들에 등 돌린 폐쇄적이고 냉소적인 캐릭터에서 어느 순간 천송이에 ‘홀려’ 뛰고 나르고 소리치고 우는 열혈 캐릭터로 변화되지만 어색함이 전혀 없다. 초능력보다 더 빛이 나는 연기력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김수현. 별이 된 그대가 진짜 배우로 계속 오랫동안 빛나기를 기대해본다.
[배우 김수현. 사진 = SBS 제공]
최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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