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당장 1군에 올라오긴 어렵죠.”
넥센 염경엽 감독은 8일 두산과의 시범경기 개막전서 승리한 뒤 “미래에 활약할 선수들이 승리를 이끌어서 기분이 좋다”라고 했다. 이날 넥센은 1군 데뷔 첫 타석서 홈런을 친 강지광의 2타점 활약이 돋보였다. 대다수 팀은 시범경기서 주전들과 2군 선수들을 두루 기용하며 컨디션을 점검한다. 넥센도 스프링캠프서 좋은 활약을 펼친 강지광을 시범경기 개막전서 7번 우익수로 선발 기용하면서 재미를 봤다. 강지광은 2009년 LG에 투수로 입단했으나 수술 및 재활, 군복무로 1군 경험이 없었다. 지난해 타자로 전향한 뒤 11월 2차드래프트서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사실상 중고신인이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 전 재미있는 얘기를 했다. “강지광같은 저연차 선수들은 가능성만 있다고 해서 당장 1군에서 기용할 마음이 없다. 아직 1군에서 기용될 시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보통 감독들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서 두각을 드러낸 뉴 페이스를 활용해 기존 선수들과의 경쟁 구도를 붙이곤 한다. 그래야 팀 전력이 극대화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염 감독은 “가능하면 2군에서 풀타임으로 뛰는 게 좋다. 1군에 있어봤자 백업밖에 더 되나”라고 했다.
▲ 염경엽 감독의 신인육성론
염 감독은 “퓨처스리그는 성적이 아닌 철저한 육성”이라고 보는 지도자다. 2군에서 착실히 선수들을 키워서 1군에 보내면, 1군에서 성적을 내면 된다는 지론이다. 염 감독은 “모든 건 시기가 필요하다. 2군 풀타임으로 뛰면서 많은 걸 경험해야 할 선수가 갑자기 1군에 올라오면 본인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입장이다. 2군에서 자꾸 부족한 걸 배우고 익히면서 1군 풀타임 주전으로 자리잡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염 감독은 “물론 2군에서 잘 하는 선수에게도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한번쯤 1군에 올릴 수도 있다”라면서도 1군과 2군의 경계를 확실히 했다. 염 감독은 “마무리캠프에서 올 시즌 구상을 마친다. 이미 내 머리 속엔 올 시즌 1군에서 뛸 선수들이 포지션 별로 몇 명인지 정해져 있다”라고 했다. 스프링캠프, 혹은 2군에서 예상치 않게 활약을 하는 선수들이 있어도 길게 보겠다는 의미. 결국은 1군 풀타임 주전들보다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반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염 감독은 “가능성 있는 신인들은 2~3년을 내다보고 키워야 한다. 2군에서 기본기를 확실히 배우고 풀타임을 뛰면서 성장해야 한다.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에게 미리 얘기해 놓는다”라고 했다. 스프링캠프에 이어 시범경기 개막전서 맹활약을 한 강지광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조금 잘한다고 당장 1군에서 쓰는 건 강지광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인들에게 2군에서 좀 더 많은 경험을 쌓게 한 뒤 1군에서 생존할 수 있을 때 1군에 부른다는 게 염 감독의 계획이다. 염 감독은 “신인들은 2군에서 실패를 해봐야 한다. 2군의 실패가 본인에게 큰 경험이 될 것이다. 1군의 실패는 곧 감독의 책임이지만, 2군에서 실패하는 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해야 신인들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팀 전력도 강해진다.
▲ 명문구단으로 가는 길
넥센은 지난해 2008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염경엽 감독이 넥센을 강호의 반열에 올려놨다는 평가다. 특히 타선이 강력해졌다. 박병호와 강정호는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거듭났다. 서건창, 김민성 등도 염 감독을 만나 야구에 눈을 떴다는 평가다. 올 시즌 넥센은 확실한 4강 후보로 꼽힌다. 더 중요한 건 넥센의 미래가 오늘보다 더 밝다는 점이다.
한 야구관계자는 “염 감독이 장, 단기 계획을 착실하게 세워서 팀을 운용하는 게 보인다. 굉장히 철두철미하다”라고 극찬했다. 강지광 같은 신예들의 기용 복안에서도 염 감독의 운영철학이 잘 드러난다. 당장 강지광의 모습을 볼 수 없어도 결국 본인과 팀을 위한 선택이다. 염 감독의 계획적인 선수운영이 결국 넥센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강호의 반열에 들어갈 것이라는 낙관을 하게 만든다.
염 감독은 “우리도 자꾸 선수들을 키워내야 한다. 스타 마케팅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염 감독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젊은 선수들을 키워내 인지도를 높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팀 전력을 강화시킨다. 성적을 잡고, 팬들의 관심을 잡는 건 명문구단의 기본조건이다. 아직 창단 10년도 되지 않은 넥센이다. 명문구단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넥센과 같은 모델이 있다는 게 중요하다.
넥센은 올 시즌 직전 메이저리그 보스턴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구단 운영모델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게 아니라 100년이 넘게 메이저리그 명문구단 입지를 유지하고 있는 팀의 좋은 점만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다. 이장석 대표도 시무식 당시 “참 보고 배울 게 많더라”고 했다. 현장에서 착실히 선수를 만들어내고, 팀을 강력하게 만든다. 프런트에선 선진 기술 학습을 주저하지 않는다. 염 감독의 신인 육성론이 결국 명문구단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염경엽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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