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문학 김진성 기자] 역시 두산 야구는 흥미롭다.
두산이 시범경기서 의미있는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22일 인천 SK전. 20안타를 주고 받는 난타전이었다. 시범경기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최대한 실전 분위기를 낼 필요가 있었다. 두산은 이날 전까지 3승2패4무로 선두였다. 순위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 내용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두산 야구의 고유한 색채가 여전히 남아있다. 예를 들어 불펜이 불안한 점은 송일수 감독을 고민에 빠트리는 부분이다.
그러나 9개구단 최강 야수진. 누굴 주전으로 써야 할지 난감한 팀이 두산이기도 하다. 이날 경기전 만난 송일수 감독은 “누굴 빼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행복한 고민을 드러냈다. 워낙 선수층이 두껍기 때문. 이날 두산의 선발 라인업은 민병헌(우익수)-오재원(2루수)-고영민(지명타자)-김현수(좌익수)-양의지(포수)-이원석(3루수)-오재일(1루수)-김재호(유격수)-정수빈(중견수).
송 감독이 밝힌 주전 라인업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주전 지명타자는 홍성흔이고 주전 1루수는 호르헤 칸투다. 그러나 홍성흔은 이날 목 통증을 호소했고 칸투는 지난 15일 광주 KIA전서 수비를 하다 왼쪽 어깨를 다쳐 결장 중이다. 중요한 건 두 사람 대신 고영민과 오재일이 들어왔음에도 전혀 표시가 나지 않는다는 것. 여전히 꽉 차 보인다.
두산은 이날 SK 선발 김광현의 역투에 밀려 6회까지 1-5로 뒤졌다. 그러나 SK 백인식의 난조를 틈타 7회 추격을 시작했다. 7회와 8회 만들어낸 5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7회엔 하위타선의 김재호, 정수빈, 민병헌의 연속 3안타로 1점을 만회했다. 송 감독이 강조한 하위타선과 상위타선의 흐름이 부드럽게 이어진 장면이었다. 상위타선에 배치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세 타자. 실제로 상위타선의 오재원, 고영민까지 찬스가 이어졌다. 오재원과 고영민은 철저한 팀 배팅을 했다. 연이은 내야땅볼로 점수를 만들었다. 물론 SK 내야진이 전진 수비를 하지 않았지만, 침착한 배팅이었다.
4-6으로 뒤진 8회엔 선두타자 이원석의 솔로포가 나왔다. 이어 오재일과 허경민의 연속안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여기서 송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1점을 뽑아내기 위해 9번 정수빈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한 것. 정수빈은 깔끔하게 번트를 성공해 1사 2루 찬스를 열었다. 장민석~오재원으로 이어지는 테이블세터가 연이어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하위타선에서 시작된 유기적인 플레이가 돋보였다.
두산은 동점이던 9회엔 1사 1루 찬스에서 김응민이 희생번트를 성공해 눈길을 모았다. 시범경기 특성상 연장전이 없고 타격이 강하지 않았기에 충분히 시도할만한 상황이었다. 일본야구 경험이 많은 송 감독의 색깔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했다. 2사 2루에서 이원석이 풀카운트 접전 끝 볼넷을 골랐고, 2사 1,2루에서 오재일이 또 다시 풀카운트 접전 끝에 결승타를 쳐내며 SK 마무리 박희수를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허경민과 장민석, 김응민 등은 경기 막판 투입된 카드들. 백업이지만, 송 감독이 추구하는 모습을 곧바로 그라운드서 보여줬다. 두꺼운 야수의 힘이었다. 아울러 두산은 SK가 달아날 때마다 점수를 만들어내며 압박했다. 무서운 뒷심을 보여줬다.
두산은 이날 1-5로 패색 짙던 경기를 종반에 원점으로 만들었고 아웃카운트 1개 남기고 승부를 뒤집었다. 물론 여전히 불안한 부분이 있다. 왼손 릴리프 정대현과 셋업맨 홍상삼이 나란히 실점했다. 마무리 이용찬이 9회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블론세이브를 한 것도 찝찝한 부분. 불펜이 깔끔하게 도와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두꺼운 야수진이 분위기를 다잡고 경기 막판 동점까지 만드는 모습은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SK도 9회 동점을 만들었고 재역전 끝내기 직전까지 갔지만, 사실 4점을 극복한 두산의 뒷심이 더 돋보인 경기였다. 올 시즌 두산 야구가 여전히 흥미로울 것임을 예고하는 경기이기도 했다.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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