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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잘 싸웠다. 그러나 한계도 보였다.
KT의 4강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력에 참 많은 관심이 모였다. 전창진 감독의 부재 속에 치러진 경기였다. 내용만 놓고 보면 나쁘진 않았다.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히 보였다. 시리즈 스코어 0-2. KT는 이제 잔여 3경기를 모두 이겨야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갈 수 있다. 사실 냉정하게 보면 쉽지 않은 분위기다.
전 감독은 구단버스를 통해 2차전을 지켜봤다고 한다. 그 역시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전 감독이 벤치로 돌아오지만, KT에 긍정적인 요소가 많이 보이질 않는다. 기본적인 전력의 열세에 체력까지 부담으로 다가올 시기가 됐다. 여기에 김승기 코치는 “조성민이 어깨에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라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지나친 클라크 의존도
일단 이날 후안 파틸로의 경기력이 매우 좋지 않았다. 집중력이 떨어졌다. 산만했다. 자신의 마크맨을 연이어 놓치며 쉽게 점수를 내줬다. 파틸로가 가장 좋지 않을 때 나오는 모습. 효율성이 떨어지는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결국 김승기 코치는 아이라 클라크를 35분54초간 기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클라크를 활용한 옵션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클라크는 정통 센터 플레이를 한다. 그러나 LG 데이본 제퍼슨은 4번 파워포워드이면서도 3번 스몰포워드의 움직임을 가져가는 편이다. 바깥으로 나오려는 성향이 있다. KT는 이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클라크는 1쿼터에만 13점을 올렸다. 클라크는 크리스 메시를 상대로도 연이어 득점을 만들었다. 적어도 이날만큼은 클라크의 파괴력이 매우 좋았다. 클라크의 골밑 플레이로 외곽의 오용준에게도 자주 찬스가 찾아왔다. 조성민과 송영진의 부진 속에서도 오용준의 3점포를 4개나 림에 통과했다.
그런데 후반 들어 클라크가 확실히 지친 모습이었다. 그는 올해 한국나이로 마흔이다. 36분간 뛰는 것 자체에 부담이 있다. 매우 탄탄한 몸을 지녔지만, 나이를 속이진 못한다. 당연히 파틸로가 메워줘야 할 부분이 있다. 그러나 파틸로는 4강 플레이오프 들어 사실상 식물용병이다. 6강 플레이오프의 집중력과 효율성이 보이지 않는다. 클라크의 부담이 커진다. 경기 후반 제퍼슨이 맹활약했던 건 클라크의 떨어진 체력도 한 몫 했다. 평상시에는 국내 선수들이 어느 정도 커버를 했지만, 이미 국내선수들의 체력도 많이 떨어진 상태다. ‘퐁당퐁당’으로 무려 7경기를 치렀다.
▲ 꽁꽁 묶인 조성민, 막을 수 없었던 문태종-제퍼슨
이날 LG의 숨은 MVP는 기승호였다. 기승호는 선발출전해 33분 13초간 조성민을 단 7점에 묶었다. 육탄방어를 서슴지 않았다. 전자랜드가 2~3명이 번갈아 맡았던 조성민 수비를 기승호 혼자 해냈다. 기승호가 에이스 1명을 홀로 막아내자 다른 선수들의 수비 부담이 확 떨어졌다. 특히 체력 문제가 있는 KT의 움직임이 경기 막판 미세하게 둔화되면서 문태종과 제퍼슨은 한결 수비 부담을 덜게 됐다.
KT로선 조성민과 파틸로의 파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클라크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클라크가 40분 내내 파괴력을 발휘하는 건 쉽지 않다. 파틸로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비 부담을 덜어낸 문태종과 제퍼슨은 경기 막판 움직임과 동선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승부처를 장악했다. 기승호의 끈끈한 수비가 빚어낸 나비효과였다.
김승기 코치는 조성민의 어깨부상을 염려했다. LG는 4차전서도 전담수비수에게 100% 컨디션이 아닌 조성민을 맡긴 뒤 문태종과 제퍼슨에겐 수비 부담을 최소화 시켜줄 가능성이 크다. 문태종과 제퍼슨 모두 어지간한 수비조직력으론 막기가 쉽지 않다. 승부처에서 에이스 1명에게만 의존하는 다른 팀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 상대적으로 체력부담이 큰 KT는 수비 부담이 LG보다 더 크다. 하지만, LG는 조성민 전담수비가 주효하면 문태종과 제퍼슨의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파틸로가 살아나지 않는 한 체력 부담이 있는 클라크가 40분 내내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전 감독은 3차전서 벤치에 돌아온다. KT로선 이런 부분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이미 흐름은 LG로 많이 넘어갔다. 전 감독이 돌아오더라도 KT에 기대보단 우려가 크다.
[전창진 감독과 KT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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