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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하루가 너무 빠르다. 할 거 많은데…."
배우 박해미에겐 24시간이 모자라다. 배우로, 아내로, 엄마로 사는 것도 바쁜데 해미뮤지컬컴퍼니 대표로 일하며 뮤지컬 제작자, 예술감독으로도 일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겉만 핥는 영역 넓히기가 아니다. 하나의 몸으로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으니 그녀의 성공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 가운데 최근 박해미는 한국형 난장뮤지컬 '샤먼아이'를 제작했다. 한국의 전통적 샤머니즘과 토속 신앙을 기반으로 전 세계 공통분모라 할 수 있는 인류의 종교적 믿음이라는 공감대를 형성, 세계 속에 한국의 전통 문화를 알리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획 창작 뮤지컬인 '샤먼아이'는 박해미의 오랜 꿈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박해미는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하루에 3시간 잔다. 할 건 많은데 하루가 너무 빠르다. 잠을 제대로 못 자니 피곤하지만 멈출 수가 없다"고 입을 열었다. 실제로 박해미의 얼굴엔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다. 드라마와 뮤지컬을 동시에 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뮤지컬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작품이 완성된 모습 보면 행복하다. 자식 키우는 것처럼 하나를 완성시키는 과정이다. 내가 좋아서 한 것이지 등 떠밀려서 한 게 아니다. 혼자서 열심히 한다. 대신 '왜 이런걸 나한테 하라 그랬어' 하는 불만 불평이 없다. 그게 나를 있게 하는 에너지인 것 같다."
오로지 작품 완성에 희열을 느끼며 시작한 뮤지컬 제작. 그 중에서도 '샤먼아이'는 특별하다. 20여년 전부터 생각했으니 애착이 더 강하다. 1996년 공연 '장보고의 꿈'으로 해외 24개국 투어를 다니던 당시 '우리의 것을 갖고 꼭 다시 오리라'는 생각을 했다. 이후 '우리 것이 곧 세계적인 것'이라는 카피를 보니 용기가 생겼고 이제야 공연을 올리게 됐다.
박해미는 "작품 하나 나오면 불만족스러운데 정말 잘 나와 행복하다. 그동안 생각했던 노하우를 다 쏟아 부었고 내가 하는 모든 것을 밀고 나가니까 스태프들도 이해해줬다"며 "풍자와 해학을 신나게 집어넣고 나중에 눈물을 쭉 빼게 만들어 결론을 내니까 그림이 기가 막히게 완성됐다"고 밝혔다.
20년간 마음 속에 품었던 작품을 본격적으로 구체화시킨 것은 약 2년 전이다. 마음으로는 늘 간직하고 있었지만 여러가지 생각은 오히려 그녀를 더욱 조심스럽헤 했다. 하지만 박해미는 "사실 내가 돈이 없고 여력이 안 돼서 못한 것도 있다. 돈이 손에만 쥐어지면 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시작은 돈을 떠나 다른 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박해미에 따르면 그녀가 본격적으로 작품을 만들기로 마음 먹은 것은 지난 2012년 SBS 모닝와이드 '임도의 법칙W' 촬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배우 겸 카레이서 이화선과 임도(林道, 숲을 따라 낸 도로)를 여행하며 죽을 고비를 넘겼다. 탄광촌을 올라가다 갑자기 차가 뒤로 빠졌고 '이제 죽는구나' 싶었던 순간에 구사일생으로 살게 된 것. 당시 사고는 현재 박해미에게 트라우마가 됐을 정도로 위험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아 박해미와 이화선은 잠시 쉬게 됐다. 그때 야생 나비가 날아들었다. 그런데 이 나비는 도망가지 않고 약 30분간 박해미, 이화선과 함께 놀았다. 박해미 손에서 이화선 손으로 넘어가고 박해미 남편의 콧수염에 붙는 등 기이한 현상이었다.
이에 제작진은 나비가 촬영에 앞서 돌아가신 이화선의 아버지가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다. 나비에게 영혼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 만큼 나비가 이들의 목숨을 구해준 게 아니냐는 것. 박해미는 "그렇게 생각하니 감사했다. 그러고 내려와서 '그래 이거다. 스토리를 만들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결심한 뒤 박해미가 생각해낸 것은 토속신앙을 중심으로 한 난장뮤지컬. 친숙하기도, 생소하기도 한 장르였다. 박해미는 "우리 뮤지컬이 뭘까 생각을 많이 했다. 사실 투자에 비해 속알맹이는 약한 뮤지컬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저 돈 주면 난 저렇게 안 만들어'라는 생각이 제작자로서 들더라"고 운을 뗐다.
"난 말도 안되는 소명의식을 갖고 하고 있다. 창이 있고 마당극이 있는데 뮤지컬화 시킨 경우는 없다. 해외 관객들의 흥미를 이끌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니 난장이 있었다. '난장치다'는 나쁜 말이 아니다. 난장이라는 색깔을 갖고 뮤지컬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마당극 요소를 활용하면서 외국인들이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한국형 뮤지컬을 만들고자 했다. 그런 부분에서 음악은 다리 역할을 한다. 다양한 민요들을 외국 음악과 우리 악기들을 잘 혼용해 우리의 색깔이 담긴 노래로 만들었다."
이어 박해미는 토속신앙을 주제로 삼은 것에 대해 "대학교 3학년때 작곡을 하면서 박목월 시인의 '달무리'를 갖고 대학 가곡제에 나갔다. 음악은 정말 좋았는데 노래를 못해 동상을 받았다"며 "당시에도 오케스트라 반주와 함께 국악을 넣어 민요풍으로 만들었다. 누구도 해보지 않았던 것을 하니 많은 분들이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작곡의 천재라는 말까지 들었다.(웃음) 어릴 때 할머니 옆에서 들었던 게 영향을 준 것 같다. 할머니 쫓아다니면서 장구에 민요 부르고, 기생들이 노래도 해주고 그랬다. 그때 기억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부터 우리 음악을 좋아했다. 그런 것들이 '샤먼아이'에 다 녹아있다. 뮤지컬은 무조건 재밌어야한다. 무조건 상업적이고 대중적이어야 한다. 클래식을 했지만 왜 일부만 느낄 수 있는 걸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 점에서 '샤먼아이'는 충분히 괜찮고 자신있다."
한편 뮤지컬 '샤먼아이'에는 박해미, 이영하, 이재은, 최국, 태권소녀 태미, 김지용 등 국내 실력파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한다. 4일부터 6일까지 경기 구리시 구리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배우 박해미, 뮤지컬 '샤먼아이' 포스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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