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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류현진이 류현진이 아닌 날도 있다.
LA 다저스 류현진을 ‘괴물’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워낙 강인한 마인드와 집중력을 바탕으로 기가 막힌 제구력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메이저리그에 있으니 강속구가 부각되지 않는 것일 뿐, 류현진은 객관적으로 봐도 제구와 구속을 모두 갖춘 완성형 투수다. 한화 시절부터 LA 다저스에 몸 담고 있는 지금도 류현진은 류현진이다.
류현진은 한화 시절에도 썩 좋은 환경서 공을 던진 게 아니었다. 최악의 득점과 수비 지원을 달고 살았다. 그럼에도 항상 예술적인 피칭으로 팬들을 홀렸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성숙한 모습으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이런 모습이 매번 반복되면서 그 자체가 ‘류현진스러운’ 피칭의 대명사가 됐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항상 팀을 구해내고 자신도 빛나는 그런 피칭 말이다.
LA 다저스서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류현진. 두번째 시즌은 초반부터 류현진에게 강인한 마인드를 요구했다. 한화 시절과 흡사했다. 호주 시드니를 다녀오는 빡빡한 일정에, 에이스 클레이든 커쇼의 부상 재활과 서서히 제 컨디션을 회복 중인 2선발 잭 그레인키까지. 여기에 상대적으로 4~5선발의 힘은 강하지 않다. 돈 매팅리 감독과 LA 현지 언론, 팬들도 서서히 류현진에게 의존하기 시작했다.
류현진은 시드니에서 입었던 발톱 부상을 곧장 털어냈다. 샌디에이고와의 미국 본토 개막전서 7이닝 무실점 쾌투를 선보였다. 때문에 나흘만을 쉬고 5일(한국시각) 등판한 샌프란시스코와의 홈 개막전서 선발 등판한 류현진에게 거는 기대는 너무나도 컸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류현진은 이날 전혀 류현진답지 않았다. 1회부터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너무나도 컸다. 서드피치인 커브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직구와 체인지업의 단조로운 조합으로 일관하다 무너졌다.
여기에 수비 도움을 받지 못했다. 바가지 안타를 잇따라 내주는 불운도 겹쳤다. 이런 상황이 결합해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한 경기 역대 최다실점을 기록했다. 2이닝 8실점. 여러모로 최악의 하루였다. 류현진에겐 핑계거리가 많았다. 하지만, 이날 류현진의 투구내용이 좋지 않은 건 본인의 책임이 없다고 볼 수도 없다. 오랜만에 류현진스럽지 않은 모습이 나왔다.
류현진도 괴물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류현진스럽지’ 않은 투구를 하는 날도 간혹 있었다. 이날이 바로 그런 날이다. 그럼에도 류현진을 정말 뛰어난 투수라고 부르는 건 좋지 않은 상황, 좋지 않은 결과를 금방 털어내고 ‘류현진스럽게’ 돌아오는 놀라운 회복능력이다. 그만큼 마인드가 강인하다. 한화 시절도, 지난해 다저스서도 좋지 않은 투구를 한 뒤 다음 경기서는 매번 좋은 경기를 선보였다.
류현진은 이날 데뷔 최다 8실점으로 1승1패 평균자책점 3.86이 됐다. 썩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류현진의 목표인 평균자책점 3점대 이하로 가는 건 여전히 문제가 없다. 아직 치러야 할 경기가 훨씬 더 많다. 이날 최악투로 10승 혹은 15승이 불가능해진 것도 아니다. 류현진만 류현진답게 돌아오면 된다. 단지 류현진도 류현진같지 않은 날이 있다는 평범한 사실이 입증된 한 판이었다. 그게 바로 야구다.
[류현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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