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울산 김진성 기자] “김상수 수비, ML서 통한다.”
삼성 배영수는 2년 연속 시즌 첫 등판서 쓴맛을 봤다. 배영수는 지난 2일 대전 한화전서 5⅔이닝 5피안타 5볼넷 4탈삼진 4실점(3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배영수는 당시 6회 1사까지 매우 좋은 피칭을 했다. 볼넷이 많은 게 흠이었지만, 배영수 스스로도 “투구 템포를 빠르게 가져갔다”라고 할 정도로 한화 타선을 철저하게 봉쇄했다.
그런데 3-0으로 앞선 6회 1사에서 정현석의 평범한 땅볼이 유격수 김상수의 실책으로 둔갑되면서 상황이 묘하게 꼬였다. 김상수는 정현석의 타구를 포구하지 못하고 가랑이 사이로 흘렸다. 배영수는 후속 고동진에게 안타를 맞은 뒤 송광민에게 동점 스리런포를 얻어맞았다. 실책 하나로 한 순간에 동점. 이후 흐름은 한화에 완벽하게 넘어갔다. 배영수는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 “내 잘못이죠” 성숙한 배영수
배영수를 4일 울산 롯데전을 앞두고 만났다. 그 상황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내 잘못이다. 실책 이후에도 내가 안타와 홈런을 허용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라고 했다. 이어 솔직하게 고백했다. 배영수는 “내가 (이)흥련이의 사인에 몇 차례 고개를 내저었다. 송광민에게 직전 타석에서 몸쪽 코스로 삼진을 잡아서 다시 몸쪽을 고집했다”라고 했다.
포수 이흥련은 송광민을 상대할 때 배영수에게 바깥쪽 코스의 직구를 요구했다. 배영수의 회상에 따르면 당시 송광민은 직전 타석의 부진으로 독이 올랐다고 한다. 송광민은 몸쪽 공략을 위해 극단적인 오픈 스텐스를 취했다. 왼발을 극단적으로 열었다. 배영수는 그럼에도 몸쪽 승부를 고집했고, 결국 동점 스리런포를 맞았다. 결과적으로는 배영수의 고집이 패착이었다. 배영수는 “경기 후반이었다. 한 방을 피하는 볼배합이 필요했다. 흥련이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라고 자책했다.
배영수는 “다 내 잘못이다. 흥련이와 경기 후에 얘기를 나눴고, 앞으로는 고개를 많이 내저으면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라며 후배 이흥련에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이어 “5회 피에에게도 자칫하다 한 방 맞을 뻔했다. 외국인타자가 들어오니 확실히 다르다. 투수 입장에선 쨉-쨉으로 이어지다 훅을 맞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각 팀의 강해진 중심타선을 상대로 신중한 승부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배영수는 첫 등판서 패배를 수업료 삼아 많은 걸 배웠다.
▲ 대인배 배영수 “김상수 수비 ML서도 통한다”
배영수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마침 훈련을 마치고 라커룸에 들어가던 김상수가 지나갔다. 배영수와 김상수, 취재진이 마주친 것. 김상수는 배영수를 보자마자 고개를 숙여 또 한번 인사했다. 김상수는 3일 경기 이후 곧바로 배영수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배영수는 “형 올해 FA다. 좀 도와줘”라고 농담을 던졌다.
김상수는 “프로 입단 이후 임팩트 있는 실책은 다 기억이 난다. 하필 배영수 선배가 던질 때 결정적인 실책을 많이 했다”라고 고개를 떨궜다. 과거 대구에선 김상수가 배영수 선발경기서 잇따라 실책을 범하자 배영수가 뒤돌아서서 “상수야, 괜찮다”라고 말한 게 스포츠케이블 TV 중계방송에 그대로 잡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배영수는 김상수가 라커룸으로 들어간 이후 “상수가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실책을 하고 싶어서 했겠나.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도움을 받는다”라고 했다. 이어 “상수 수비는 정말 최고다. 메이저리그에 가도 통한다”라며 후배의 기를 살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실제로 김상수가 배영수 선발 게임서 몇 차례 결정적 실책을 했지만, 전체적으로 김상수의 수비 자체는 리그 최고 수준으로 인정 받는다. 배영수는 혹여 자신 때문에 아끼는 경북고 후배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국밥에 콜라 2병, 백정현 위로한 배영수
배영수의 후배 사랑이 드러난 또 하나의 사례. 지난 3일 대전 한화전이 비로 취소되면서 5선발 백정현의 선발등판이 취소됐다. 류중일 감독은 “백정현은 이번 롯데 3연전서는 불펜에 들어간다. 차우찬이 공은 좋은 데 제구가 높아서 자꾸 맞는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백정현은 시범경기 맹투로 프로 데뷔 8년만에 처음으로 선발진에 들어갔다. 하지만, 5선발의 불안한 운명처럼 백정현의 선발 등판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백정현도 시범경기 직후 “드디어 선발진에 들어간다”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었다.
선배 배영수가 의기소침한 후배를 다독여줬다고 한다. 배영수와 백정현은 원정 룸메이트다. 삼성은 3일 대전 한화전이 비로 취소되자 일찌감치 울산으로 넘어왔다. 도착한 시간이 저녁 9시가 조금 넘었다고. 배영수는 곧바로 백정현을 바깥으로 데리고 나갔다. 배영수는 “울산 숙소 근처에 맛집이 많더라. 시간도 늦지 않아서 백정현을 데리고 국밥집에 갔다. 단 둘이서 국밥에 콜라 2병 시켜 먹었다”라고 웃었다. 대구 사나이답게 배영수는 말 없이 백정현을 다독거렸다고 한다. 백정현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고마움을 느꼈을 것이다.
[배영수와 김상수(위), 배영수(가운데), 백정현(아래). 사진 = 울산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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