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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서편제', 한국인의 한(恨)을 감성으로 극대화시킨다.
뮤지컬 '서편제'는 동명의 소설 원작을 토대로 어린 송화와 동호가 어른이 되고 아버지 유봉과 갈등을 빚으며 이별과 만남을 겪는 과정을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 2011년 초연과 2012년 재연에 이어 세번째로 무대에 올랐다.
앞선 두 번의 무대에 이어 2014 '서편제'는 각각의 인물을 더욱 부각시켰다. 지난 공연에서 소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송화의 이야기가 돋보였다면 세번째 공연에서는 동호와 유봉의 캐릭터가 좀 더 입체적으로 변했다. 이에 자신만의 소리를 찾는데 있어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는 세 인물이 동등해진 것이다.
소리를 위해 모든 한을 마음 속으로 집어 삼키는 송화는 여전히 한국인의 한을 극대화시킨다. 앞선 공연에서 이미 인정 받은 이자람, 차지연의 내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자체가 '서편제' 전체를 대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뛰어난 가창력으로 뮤지컬계 입지를 다지고 있는 장은아 역시 신선하다.
지독하게도 소리에 미쳐 사는 유봉 역 서범석 양준모 역시 '서편제'를 안정되게 이끈다. 자식들이 진정한 소리꾼이 되길 강요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자신만의 소리를 찾지 못한 듯 괴로워 한다. 이는 곧 갈등이 되고 만남과 이별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서범석, 양준모의 묵직한 연기가 관객들을 울린다.
이번 공연에서 특히 도드라지는 것은 동호 역 마이클 리, 송용진, 지오. 세 사람 모두 '서편제'에 첫 출연한 만큼 신선함이 무대 위를 채운다. 송화의 '살다보면', 유봉의 '한이 쌓일 시간'을 비롯 이번 시즌 추가된 동호의 신곡 '마이 라이프 이즈 곤(My life is gone)'과 '얼라이브(Alive)' 등이 동양 음악과 서양 음악을 적절히 배치한 '서편제'의 넘버를 더욱 다양하게 만들었다.
특히 이번 '서편제'에서는 지오가 돋보인다. '서편제'를 통해 본격적으로 뮤지컬 무대로 영역을 넓힌 지오는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깨끗이 씻어낼 만큼의 가능성을 드러냈다. 안정된 가창력과 풍부한 감성이 뮤지컬 무대에도 낯설지 않다는 평이다.
이처럼 각기 다른 소리에 대한 열망의 세 인물이 무대 위에서 한을 노래하고 감성을 전달하면서 '서편제'의 여운은 더욱 깊어진다. 세 인물 뿐만 아니라 각자의 한을 가슴에 지닌 채 무대 위를 휘젓는 앙상블, 라이브 연주팀이 더해지면서 '서편제'는 이야기를 넘어 감성 자체를 극대화시키는 작품으로 거듭났다.
송화의 대표곡인 '살다보면'은 '서편제'를 아우르며 감성을 자극한다.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라 읊조리는 송화에게서 어떤 이는 한을 느끼고, 어떤 이는 치유를 받는다.
이는 이들의 삶이 곧 우리의 삶과도 닮아 있어 그럴지도 모른다. 소리를 갈망하는 이들에게서 개인마다 다른 갈망으로 가득찬 우리의 모습이 보이고, 이는 곧 한을 담은 감성으로 전해지기에 관객들을 울컥하게 만든다.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서편제' 무대 역시 돋보인다. 사실 별다른 장치가 없는 듯 보이는 무대는 사실은 한과 제일 가깝게 닿아 있다. 회전 무대를 통해 이들이 걸어가는 소리의 길이 더욱 깊게 느껴지고, 겹겹이 겹쳐진 배경은 꽁꽁 싸매졌지만 결국엔 폭발하는 우리네 한,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한편 뮤지컬 '서편제'는 오는 5월 11일까지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서편제' 공연 이미지. 사진 = 클립서비스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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