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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원 기자] 뮤지컬 무대에 오른 지오(본명 정병희)는 우리가 알던 엠블랙 지오와 많이 다르다.
2012년에 이어 다시 무대에 오른 국민 뮤지컬 ‘서편제’는 풍성한 음악과 완성도 높은 스토리 등 여러 요소들로 기대감을 자아냈다. 이 가운데 더욱 이목을 끄는 것은 바로 주인공 동호 역을 맡은 지오의 활약이다.
방송국의 스튜디오가 아닌 대극장 무대에 오른 지오의 모습은 예상 외로 자연스럽다. 바로 며칠전 멋진 수트를 차려입고 춤을 추던 엠블랙 멤버가 아닌 온전한 뮤지컬 배우로서 지오의 모습엔 전혀 어색함이 없다. ‘서편제’에서는 판소리는 물론이고 팝, 록 등도 다뤄지는데 지오는 모든 장르를 적절히 소화해내 눈길을 끌었다.
지오가 연기한 동호는 아버지 유봉과 그의 소리에 대한 반발로 자신만의 소리인 록 음악을 찾아 나서는 인물이다. 우리 문화를 낡은 것이라 여기고 서양문화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던 시절의 은유적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러나 긴 방황 끝에 결국 그리움에 끌려 다시 판소리와 누이 송화를 찾아 돌아온다.
여기서 지오는 애절하면서도 안쓰러운 연기를 리얼하게 해냈다. 극 초반부터 눈물로 얼굴이 범벅돼 코를 훌쩍거리고 끅끅대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감탄케 했다. 후회로 몸부림치다가 송화에게 애원하는 신도 관객들을 눈물짓게 했다. 2시간이 넘는 공연 시간 내내 보인 이들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지오에 대해 잘 모르던 관객들은 “원래 이렇게 지오가 노래를 잘하는 아이돌이었냐”며 놀라워 하지만, 사실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지오의 실력은 이미 수차례 입증돼 왔다. 엠블랙 무대 위에서는 물론이고 특히 지난해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 출연했을 당시의 지오는 많은 이들의 쏟아지는 극찬을 받았다. 단지 폭발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키지 못해 많은 이들이 알지 못했을 뿐, 지오의 가창력은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것이었다.
다만 걱정됐던 부분은 지오가 ‘남자답게’를 열창하던 엠블랙 리드보컬과, ‘서편제’ 동호의 갭을 얼마나 줄이느냐 였다. 사실 지오는 노래 잘하고 멋진 아이돌이기도 하지만 각종 예능 프로그램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마음껏 망가지는 등 대단한 개그감을 갖고 있는 연예인이기도 했다. 각종 포털사이트에 검색만 해도 네티즌들이 엠블랙과 지오의 개그에 얼마나 뜨겁게 반응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서편제’ 무대 위 지오는 그런 모습을 모두 지워버렸다. 억지로 상상하려고 해도 대입되지 않는다. 그만큼 지오가 동호에 잘 녹아들었다는 것이다. 또 송화가 심청가를 부를 때 그에 맞춰 북을 치는 모습은 그가 이번 작품을 위해 얼마나 장기간 연습했는지 짐작케 했다.
엠블랙을 장기간 지켜봤다는 한 팬은 “엠블랙 활동 때 노래하던 것과는 발성부터 다르다고 느껴진다. 엠블랙 멤버로 무대에 오를 때는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화려하고 과장된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반면 ‘서편제’에서는 소소한 동작을 통해 동호 역을 잘 표현해 냈다. 눈물까지 흘리며 열연하는 모습을 보고 그 감정이 전해지는 것 같아 울컥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뮤지컬 ‘서편제’는 오는 5월 11일까지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서편제’의 지오. 사진 = 마이데일리]
전원 기자 wonw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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