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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어엿한 배우 한선화다.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을 울릴 줄 알고, 적재적소 감초 연기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파악하는, 진짜 배우가 됐다. 걸그룹 시크릿에 몸담고 있으면서 한선화라는 배우를 각인시켰다. 이제 한 발자국 내딛은 것 뿐이지만 시청자들은 그녀의 연기 열정을 절대 의심하지 않는다.
한선화는 지난 22일 종영된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극본 최란 연출 이동훈)에서 제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분량도 적었고, 아이돌이 연기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사기 전과 5범의 꽃뱀 출신인 제니 역을 맡아 배우로서 한단계 성장했다.
'신의 선물-14일' 종영 후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만난 한선화는 연기자로서 한층 업그레이드 돼 있었다. 무대 위 가수로서의 모습, 각종 예능 프로그램들을 통해 보여졌던 그녀의 모습은 그대로 간직했음에도 배우의 향기가 물씬 났다. 연기의 맛을 알아버린 신인 배우였다.
한선화는 '신의 선물-14일' 방송 내내 쏟아지는 칭찬으로 인한 행복을 만끽하고 있었다. 겸손함을 잃지 않았지만 한선화 역시 자신을 칭찬했다. 이전에 했던 연기와는 확실히 다른 맛을 본인도 느꼈기 때문. 칭찬은 힘이 됐고, 도로 빼앗기기 싫었다. 칭찬은 한선화를 더욱 춤추게 했고, 배우 한선화를 더욱 발전시켰다.
한선화는 첫 대본 리딩 당시를 떠올렸다. 한선화는 당시 최란 작가에게 "작가님, 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대놓고 물었다. "'우리 결혼했어요' 때처럼 해주세요"라는 답에 좋기도 했지만 과연 어떤 모습을 기대하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는 곧 자연스러운 모습을 원한 것이라는 결론을 얻게 했다.
그렇다고 '우리 결혼했어요'에서의 모습만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한선화는 "난 참 고집이 있나보다. '네 알겠습니다'라고 하고는 다른 모습도 더 보여주고 싶었다. 독기도 살짝 품었던 것도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렇게 제니를 만났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가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극중 인물이 되기까지 더 큰 노력이 필요했다. 노력의 결과일까. 이젠 걸그룹 한선화와 제니 사이에서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한선화는 "처음엔 예능을 너무 쉬었나 했는데 이게 결코 나쁜 게 아니라 이미지가 조금씩 변하고 있는 증거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고 밝혔다.
"제니의 스타일링은 다 상의 해서 만들어냈다. 제니스럽게 모든걸 표현하기 위해 의상부터 제스처, 대본 사이 사이 들어가는 표정들까지 진짜 고민을 많이 했다. 카메라에 걸리기만 하면 뭐라도 제니처럼 했다. '빤스 좀 갈아입자'고 말한 다음 밑에를 한 번 본다. 시선을 생각을 하는거다. 어떻게 보면 눈치 없고 서스럼 없는 모습을 표현하려 한 것이다. 제니는 소위 까진 아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아이다. 순수하고 착하다. 그런걸 생각하는게 너무 재미있더라."
완벽하게 제니가 돼서일까. 한선화가 연기한 제니의 자해신은 다수의 시청자들을 울렸다. 기동찬(조승우)을 좋아하는 제니는 앞서 김수현(이보영)과 한샛별(김유빈)을 찾는 괴한들에 의해 폭행당한 후 입원했던 상황. 하지만 기동찬을 돕기 위해 자신의 아픔은 숨겼고 김수현, 한샛별을 돕기 위해 정신병원에서 미친척 자신의 뺨을 때렸다. 그런 만큼 제니의 아픔과 슬픔이 더욱 진하게 전해졌고, 이는 시청자들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이와 관련, 한선화는 "사실 자해신은 벼락치기로 공부했다. 대본을 미리 봤는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 읽고 또 읽고 반복을 해도 왠지 걱정이 돼서 보기가 싫을 정도까지 됐다. 걱정부터 앞서니까 그 때부터 하기 싫었고, 약간 슬럼프가 온 것처럼 촉박한 마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래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촬영하기 이틀 전부터 계속 그것만 붙잡고 거울 앞에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다. 촬영 시간이 계속 바뀌어서 감정까지 제대로 스며들지 않았다. 표정에서 우러나와야 하는데 너무 걱정이 됐다"며 "촬영 가기 전까지 방 안에 불을 다 끄고 '신의 선물-14일' OST 중 제니 테마곡을 들으며 분위기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촬영장에 가서 감정을 잡았다. 난 정말 놀라웠던 게 모든 스태프분들이 내 감정에 집중해주시더라.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 와중에 모든 스태프 분들이 내 감정에 집중하고 준비 하시더라. 그 부분에서 되게 감사했고, '아 이런 거구나. 배우가 감정을 잡으면 주위 스태프 분들도 도와주시는 거구나'라는 생각에 많은걸 배우고 느꼈다."
한선화는 당시를 떠올리며 울먹였다. 정말 열심히 했고, 이를 지지해주는 많은 스태프들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다. 한선화는 "자해 신은 드라마 속에선 다 안 나왔지만 진짜 세게 때리고 더 길게 찍었다. 찍고나서 눈물이 팡 터졌을 정도다"고 털어놨다.
그는 "막 우는데 (조)승우 오빠랑 (이)보영 언니가 놀라셨다. 하지만 또 다음 촬영에 바로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었고 '미안하다, 괜찮니' 하면서 걱정해주시면서 가셨다. 그 순간 감정이 몰입됐다는 것을 알았다. 주위에서 '네가 느낀 그게 제니 감정이면 그게 맞아'라며 격려 해주셨다. 더 하고 싶고 빠져 들었다"고 설명했다.
"기특하다고? 내가 봐도 기특하다. 하하하. 근데 그런건 있었다. 처음에 작가님도 그랬고 나도 그랬고 아이돌이 많이 나와 놀랐다. 내가 만약 시청자라도 아이돌에 대한 편견은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 편견을 깨고 싶었다. 뭘 이루자, 연기를 보여주자보다 어느 정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걸 바꿔 놓고 싶고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노력하다 보니까 그걸 좀 깬 것 같다."
한선화는 지금도 연기에 대해 계속 배우고 있다. 공부하면서 소스를 얻고 살을 붙이고 나름 해석을 한다. 그러면서 깨달음도 얻었다.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해도 여유가 없으면 안된다는 것. 이제까지 무대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해왔던 것들이 모두 도움이 된다. 이전의 활동이 없었다면 지금의 한선화도 없었다. 그 모든게 밑거름이 됐다.
"선배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 놀랍고 신기했다. '어떻게 저러지' 싶을 정도로 그냥 놀더라. 호흡도 여유로웠다. 그러면서도 끈기가 있었다. 피곤한데도 그렇게 몰입하는걸 보면 '대단하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빨리 서른살이 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연륜이 쌓이고 쌓이면 나도 뭔가 저렇게 많은 것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는 아직 시간이 많기 때문에 좋은 선배님들을 보면서 좋은 것만 쏙쏙 받아 멋진 배우가 되고 싶다."
[시크릿 한선화.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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