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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선거 열기가 조금은 일찍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6월 4일 지방선거에 앞서 진행되는 닮은꼴 선거, MBC '무한도전'의 '선택2014' 때문이다.
'무한도전' 팀은 지난 3일 방송을 통해 향후 10년의 새로운 리더를 결정하는 '선택2014'의 사전투표를 오는 17일과 18일에, 본 투표를 오는 22일에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투표 시간은 지방선거와 똑같이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전국 10개 주요도시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진행되는 오프라인 투표와 온라인 투표의 결과를 합산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날 방송은 '무한도전'의 9년 중 가장 큰 위기 속에 전파를 탄 특집이기도 했다. 그간 몇 차례의 위기를 겪으면서도 멤버의 낙오만큼은 최대한 피해왔던 ‘무한도전’이 가수 길의 음주운전으로 멤버의 하차를 경험한 뒤 진행하는 첫 방송이었기 때문이다. 또 예전 같지 않은 시청률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그런 가운데 '무한도전' 팀이 꺼내든 카드가 선거 특집이었다. 그간 의미 있는 시기마다 시청자와 함께 하는 '100분토론 특집' 등의 방법으로 여론수렴 과정을 진행해 온 '무한도전'이 또 한 번 시청자와의 만남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위기 속에 진행된 이날 방송은 역으로 최근 방송분 중 가장 큰 호평을 이끌어 낸 특집이기도 했다. "꼭 시청률 1등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프로그램이 사라지기 전까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한다"는 방송인 노홍철의 말처럼 바닥을 치고 돌아온 '무한도전' 멤버들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최대의 역량을 풀어놨다. 개그맨 박명수는 정치개그 경험을 살려 선거철이면 꼭 등장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수수한 점퍼와 개그맨 유재석을 향한 맹목적인 네거티브 공세로 풍자했고, 노홍철은 수술 부위를 카메라 앞에 드러내는 등 오늘날의 자신을 만든 '돌+I' 캐릭터를 모처럼 유감없이 쏟아냈다.
가수 하하의 출마 선언 과정에는 요즘 온라인상에서 가장 핫한 캐릭터인 '으리남' 배우 김보성이 깜짝 등장했고, 이는 '무한도전'이 여전히 시류에 민감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증명했다. 또 유재석은 "점점 늘어나는 방송시간이 예능프로그램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다"며 최근 방송가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인 예능 편성시간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을 내놨다. 이 모든 것이 '무한도전'이 아니면 쉽게 만날 수 없는 대체 불가의 장면들이었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웃음과 공익을 함께 추구해 온 '무한도전'이 선거독려라는 키워드를 예능에 녹여내는 방식이었다. '무한도전'은 오전 6시에서 오후 6시로 투표시간을 제한하는 등 굳이 지방선거와 같은 선거 방식을 도입하며, 이를 수차례에 걸쳐 홍보했다. 또 방송인 정준하가 전문가로부터 선거전략 컨설팅을 받고, 개그맨 정형돈이 아이돌그룹 멤버들을 만나 지지선언을 이끌어내는 등 선거 과정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다. 물론, 과정에서 숫자기호 대신 한글 기호를 택하는 방법으로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도 피했다.
8일 녹화에서 '무한도전' 멤버들은 시민을 대상으로 선거 유세전을 진행했다. 이렇게 투표일이 가까워 올수록 '선택2014'를 향한 호응은 높아질 것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지방선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선택2014',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도, 세상에 말을 거는 방법도 참 '무한도전'스럽다.
['무한도전'의 ‘선택2014’ 특집. 사진 = MBC 제공,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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