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어른이 돼간다는게 참 어려운 숙제죠"
배우 최원영은 지난 1일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극본 김은희 연출 신경수)에서 절대 악 김도진 역을 맡아 섬뜩한 연기를 펼쳤다. 돈과 권력만을 쫓는 그는 방해되는 인물은 즉시 처단하는 등 각종 악행을 일삼았다. 광기 어린 악행을 행하면서도 담담하고 여유로운 모습은 시청자들을 더욱 소름 끼치게 만들었다.
최원영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아쉬움이 많다. 결핍돼서 아쉬운게 아니라 너무 좋은 게 많았기 때문에 끝났다는 것 자체가 아쉽다. 너무 좋은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하니 4개월이 금방 갔다. 끝나고나니까 그런 것들을 더 누리고 싶고 함께 하고 싶은 느낌이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쓰리데이즈' 팀의 합이 만들어낸 작품의 완성도에 본인 역시 감탄했다. 시청률 1위이기도 했지만 작품 자체를 알아주는 시청자들의 마음과 똑같았던 것. 그는 "대사 한마디를 수정하더라도 고민하고 상의했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새벽에까지 통화하면서 의견을 나눴다. 이런 것들은 고되고 힘든 것보다 정말 뭔가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밝혔다.
"쉽지 않은 대본이었다. 편하게 쉽고 읽고 넘어갈 게 아니었다. 처음에 몇 번을 봤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이런데 시청자들에겐 더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근데 그 이면은 또 굉장히 흥미진진 하더라. 새롭고 재미있는 작품을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다. 뭔가 웅장한 느낌이 들었다. 소소한데 그 안에서 보여지는 힘이 있었다. 웅장한 공간이 아니어도, 몇 마디 나누지 않아도 흥미진진 하더라."
매회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 역시 시청자는 물론 최원영을 흥미롭게 했다. 연극을 좋아하는 신경수 감독은 '쓰리데이즈'에 무대 위에서 활약하는 배우들을 대거 등장시켰다. 작은 역할임에도 묵직한 연기가 돋보였던 것도 이 때문.
최원영은 "손현주, 윤제문, 이재용 선배님 등 선배들의 연기는 매 순간 너무 재밌었다. 설레고 긴장되고 떨리기까지 했다. 괜히 고수가 아니다. 선배들만의 기가 있어 흥미진진했다 또 드라마 현장에서 볼 기회가 없었던 선배들, 동료들을 볼 수 있어 반갑고 좋았다. 진짜 우리 드라마처럼 진주 같은 분들이 많이 나온 작품이 드물 것"이라며 "감독님이 잘 캐치해서 캐스팅하신 것 같다. 그렇게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인생에 새길만한 작품이다. 비중과 역량을 떠나 마음 속 깊이 간직할 수 있는 힘있고 뜻깊은 작품이다"고 말했다.
최원영은 '쓰리데이즈'를 모든 게 다 이루어진 황금밭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은 황금밭에 가서 잠시 앉아 있다 온 것만으로 황금색을 입게된 수혜자라는 것. 배우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이 됐고, 그 안에서 정확하게 의논할 수 있어 김도진 역이 더 밀도있게 그려질 수 있었다. 때문에 최원영의 김도진은 격조 높은 악역이라는 평을 얻으며 '쓰리데이즈'에서 단연 빛나는 캐릭터가 됐다. 호평이 이어진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최원영은 "일희일비 하지 말라고 배웠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어릴 때야 그런 것들에 대한 갈증이 있었지만 이제 혼자 잘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라는걸 깨달았기 때문. 그는 "'정말 잘 한다. 연기 최고네' 그런걸 감지해서 우쭐하는 순간 그 사람은 영원히 내려가게 된다"고 고백했다.
"그냥 무감각하게 생각하면 된다. 훅 털어버리고 또다시 아무것도 아닌 초연의 힘으로 가서 채워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계속 열심히 하게 되는데 그 때 분명히 본인의 역량이 나오게 된다. 잘 하고 못하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비워내고 다시 초연의 힘으로 가는 것이 힘들다. 그런 걸 생각하다 보면 관객과의 소통에 있어 좋은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
'쓰리데이즈'에서 최원영은 절대 악인이긴 했지만 드라마 자체가 전하는 메시지와는 생각이 같았다. 소수가 존중 받고 정의가 있는 세상에 대해 곱씹어보면 분명 남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 방향성을 잘 잡았고, 시청자들 역시 공감해줬기에 더욱 뿌듯했다.
그는 정의에 대해 "어른이 돼간다는 게 사실은 참 어려운 숙제인데 나조차도 한 번 곱씹고 되새기고 생각을 하는 거다. 모두 사람들이 한번씩은 생각을 할 거다. 요즘 같은 시국에 더 가까이 생각 하실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나이만 먹어가지 사실 마음과 정서는 그대로일 수도 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한번씩 그런 것을 생각해 봤을 때 나와는 상관이 없지만 개인적인 기득권, 이득권에는 상관이 없지만 범주를 넓혀서 관심과 누가 신경 쓰지 않아도 지키면서 살 수 있는 소신이 있었을 때가 어른의 출발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그래야 소수의 구성원들이 모여 모여 모여서 조금 따뜻하고 좀 더 여유 있고 아름다울 수 있는 환경과 삶의 터전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급변하는 시대에 각박하게 조이면서 살다 보니까 개인 이기주의에 맞는 물질주의가 팽배해졌다. 그렇지 않게 사는 사람들도 많다. 가끔 여행 가면 느껴지지도 한다. 행복이라는 게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는지는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조금만 내려놓고 마음을 비워내면 사는 게 그렇게 팍팍하지는 않다. 그런 것들이 어른의 출발이고 그럴 때 즐거움을 찾게 된다. 나부터라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게 중요하다. '쓰리데이즈'도 사실은 작가님의 그런 의중이나 마음의 결심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오랜 시간 준비하고 용기내서 만든 작품이고 또 힘이 돼주는, 의기투합할 수 있는 누군가들과 같이 손을 잡고 만들어낼 수 있었던 작품인 것이다. '쓰리데이즈'는 정말 큰 세계, 대한민국 안에서 작은 하나의 움직임이었던 것 같다."
[배우 최원영. 사진 = 김성진 수습기자 ksjksj0829@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