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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매회 놀라웠다. 이토록 악랄하면서도 평온할 수 있을까 섬뜩했다. 배우 최원영이 지난 1일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극본 김은희 연출 신경수)에서 그린 절대 악 김도진은 그야말로 국민 악마가 따로 없었다.
그간 다수의 드라마에서 싸이코패스가 그려졌지만 최원영이 그린 싸이코패스는 또 달랐다. 섬세했고 여유로웠다. 그래서 더 소름끼쳤다. 피규어를 모으는 취미는 그의 집착성과 생명 경시를 보여줬고, 살인을 지시한 뒤에도 평온한 표정으로 클래식을 듣는 모습은 진정한 악인의 모습이었다.
최원영은 최근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밑도 끝도 없는, 대놓고 악역이었다. 악행에 이유가 있지도 않았고 오로지 돈만 바라는 인물이었다. 싸이코패스였지만 또 대놓고 싸이코패스는 아니었다. 나름대로 순간 순간 싸이코패스적인 면모들이 나오도록 연기하려 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싸이코패스에 집착하다 보면 자칫 틀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목표 의식과 중심을 갖되, 김도진이 갖고 있는 개인의 기질에서 미치광이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을 했다"며 "김도진이 이동휘(손현주)를 처음 만났을 때 회상 장면이 있는데 '돌아가신 아빠한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라고 한다. 아빠라는 표현을 한 것이다. 엇? 일반적으로 그렇게 표현하지 않지 않나. 그런 단어 하나에 있어서도 좀 다르게 비춰질 수 있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싸이코적으로 해야지가 아니었다. 누구 죽이라고 명령 할 때도 정말 흥분하고 분노에 차서 죽이라는게 아니다. 너무 평온하게, 좋아하는 음악을 감상 하면서 '그럼 죽여'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이번에 도진이 같은 경우 사실 조심스러운 부분도 많고 어렵기도 했다. 같이 고민해주고 공유해주셔서 감사한 부분이 있다."
최원영은 "연기를 하면서 차지고 맛있게 보여주는 것은 어느 정도 기술이라 해야 하나, 연습하고 노력하면 된다. 근데 그런 비중보다는 이 극 안에서 중심을 잡고 대립각을 세워줘야 하기 때문에 진실성, 진정성, 스스로 내면의 갈등이 있어야 한다. 근데 솔직히 도진이는 악인이 된 동기 부여나 이면이 안 보이는 군더더기 없는 악역이라 더 좋았던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절대적인 악인이었기 때문에 최원영의 김도진 연구는 더욱 디테일하게 파고 들어갔다. 움직임에 대한 연구와 각 상황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갔다. 김도진은 가만히 앉아 모든 것을 지시하고 주위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정적인 인물이었기에 발언과 눈빛이 더욱 중요했다. 감정을 쏟아내지 않기에 적정선을 만들어놔야 했다.
그는 "나는 사실 연기의 재미를 찾는 부분이 디테일이다. 디테일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서 찾고 잘 표현해내느냐가 배우를 하면서 즐거움을 주고 공유할 수 있을 때 기쁨을 준다"며 "김도진은 악역이다 보니까 개인적으로는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많은 고민도 하고 연구도 했다. 하지만 사실 결과물은 나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모든 분들과의 액션이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아무리 혼자 원맨쇼 하고 쥐어 짜봐야 안될 건 안된다"고 털어놨다.
"다른 악역들과는 다른 점을 줘야겠다는 의도는 없었다. 중요하지 않게 볼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치밀함과 세심함에 공을 들이면 그게 모이고 보태져서 도움이 된다.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설정을 할 수 있다. 근데 그 설정을 유지하고 이런 것보다 순간 순간 생각할 수 있는 이 인물의 감정선을 파헤쳐 보는 것들이 중요하다. 하지만 굳이 신경 쓰고 고민하려 하지는 않는다. 그러면 한도 끝도 없다. 고민은 내려놓게 됐고 연기라는 게 답이 있지 않기 때문에 전달하고자 하는 목표, 적합한 표현에 집중해 연기하려 한다."
최원영은 그야말로 디테일한 배우였다. 한 인물을 표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주변을 볼 줄 아는 배우였다. 사실 지난 2월 동료 배우 심이영과의 결혼 준비로 인해 '쓰리데이즈'에도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하는 일부 시선도 있었지만 최원영에게 이는 별개의 문제였다.
"물론 결혼 전과 후에 연기적으로 달라지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물론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그로 인해 다시 의기 충전 해야 하는 것도 생긴다. 왔다 갔다 하는데 크게 영향을 받은 것 같진 않다. 기본적으로 연기에 임하는 것들에 대한 태도와 자세는 이미 출발부터 가지고 있었고 이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속으로 늘 새기려고 하는 부분이다. 매커니즘과 환경 시스템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렵게 시작하기도 했고 소중히 생각하는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연기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잡는 것은 주위 환경과는 별개로 해나갈 것이다. 근데 그게 제일 어려운 숙제기도 하다."(웃음)
[배우 최원영. 사진 = 김성진 수습기자 ksjksj0829@mydaily.co.kr]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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