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진천 김진성 기자]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19일 진천선수촌.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이 소집됐다. 국가대표운영협의회(이하 국대협)가 발표한 예비엔트리는 24명. 이들 중 이날 소집된 멤버는 13명. 국대협은 본래 15명을 소집하려고 했으나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있는 최진수와 오세근은 추후 합류하기로 했다. 유 감독은 일단 13명을 데리고 훈련을 진행한다.
8월 30일부터 9월 14일까지 치르는 스페인 월드컵,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 모두 엔트리 정원은 12명. 현재 멤버에서 1명을 제외하면 되는 것일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여러 이유들과 속사정, 상황 변화의 가능성 등이 얽혀있다. 현 시점에선 대표팀 최종엔트리 12명 윤곽을 잡기가 매우 어렵다. 그리고 이 문제는 남자농구대표팀에 매우 중요하다.
▲ 헤인즈 합류 여부
국대협이 애런 헤인즈의 귀화를 추진 중이라는 사실은 이미 보도됐다. 국대협이 몇몇 KBL 외국인선수와 접촉한 뒤 유일하게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낸 선수가 헤인즈다. 중요한 건 현 시점에서 귀화를 추진할 수 있는 선수가 사실상 헤인즈 1명뿐이고, 헤인즈의 귀화 자체도 아직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대한농구협회에서 오리지널 외국인선수의 특별귀화에 필요한 과정을 밟는 단계라고 한다. 이 단계를 지나야 대한체육회의 동의를 얻어 법무부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사실 법무부 승인 절차를 밟는 게 상당히 까다롭다는 게 농구관계자들의 반응. 그동안 체육계를 포함해 과학, 예술 등 다른 분야에서도 꾸준히 특수한 인재의 특별귀화를 추진해왔다. 현실적으로 이들 모두 귀화가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그런데 특수한 사정이 추가됐다. 유재학 감독은 “아시안게임의 경우 3년간 국내에서 거주해야 한다”라고 했다. 아시안게임을 주관하는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에서 이 규정에 어긋나는 귀화선수는 대회에 참가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장수 외국인선수 헤인즈는 국내에서 3년 넘게 거주했다. 결국 이 규정에 들어맞는 귀화선수 후보는 헤인즈가 유일하다. 애당초 해외리그서 뛰고 있는 오리지널 외국인선수의 귀화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헤인즈로 귀화 대상선수를 확정한다고 해도 법무부 승인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게 유 감독의 전망이다. 유 감독은 “귀화선수 영입이 쉽지 않다고 본다. 그 문제는 나를 떠난 일이다. 감독은 선수들을 가르치는 사람이고 선수들을 모아서 성적을 내야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유 감독은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렸다.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게 감독의 자세다. 유 감독으로선 당연한 선택이다.
▲ 이승준도 합류 고려
유 감독은 “농구협회에 ‘이승준 합류 가능성을 체크해달라’고 했다. 예비엔트리가 뭐가 중요한가”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예비엔트리 24인은 말 그대로 예비엔트리다. 중요한 건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아킬레스건 파열 및 수술을 받은 이승준의 재활 속도는 빠르다고 한다. 유 감독은 이 때문에 일단 이승준을 예비엔트리에서 뺐는데, 귀화선수 합류가 완전히 물 건너갈 경우에 대비해 이승준의 대표팀 선발 가능성을 체크하고 싶은 것이다.
유 감독은 “이승준, 문태종, 하승진 등 모두 대표팀에 뽑힐 가능성이 있다”라고 했다. 유 감독이 진천 소집 멤버 15인에 하승진을 제외한 건 특별한 이유가 없다. 단지 하승진이 7월 말까진 공익근무요원 신분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대표팀 훈련이 8월부터 가능한 선수이기 때문. 그러나 유 감독은 “하승진을 뽑을 생각도 있다. 그때 상황을 봐야 한다”라고 했다. 정확하고도 현실적인 지적.
유 감독이 가장 원한 귀화선수는 빅맨이다. 그러나 현실은 헤인즈가 아니면 귀화선수 영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헤인즈마저 영입하지 못할 경우 이승준, 하승진 등의 상황을 체크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유 감독은 정 안 되면 문태종을 불러 골밑 대신 외곽 득점력을 강화할 생각도 갖고 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를 찾겠다는 의도다.
▲ 공격적인 수비
양동근은 “감독님이 작년 대표팀에선 상대 공격 시간을 지연하는 수비를 주문했다. 올해는 상대의 공을 뺏는 수비를 주문했다”라고 했다. 유 감독 역시 “좀 더 공격적인 수비를 해야 한다”라고 했다. 소극적인 수비보단 공격적인 수비가 성공했을 때의 효과가 크다. 곧바로 공격권을 빼앗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친 공격적 수비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조직적인 부분이 미흡할 경우 실점 확률이 더 높아진다. 반칙 관리도 어려워지는 게 사실. 그러나 유 감독은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승산이 없다”라고 했다.
유 감독이 귀화선수 영입 가능성에 유독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유 감독은 “종현이나 종규가 외곽에 나와서 스위치 수비를 할 줄 알아야 한다. 국제무대는 국내무대와 다르다”라고 했다. 국제무대서는 이종현과 김종규 정도의 체격을 지닌 선수가 대부분 외곽수비에도 능하다는 게 유 감독의 설명. 이종현과 김종규 정도의 신장과 힘에 외곽슛 능력을 갖춘 외국선수들을 한국의 1~2번이 맡는 게 애당초 쉽지 않다는 의미다.
전 포지션의 적극적인 외곽 스위치 디펜스, 각종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공격적인 프레스. 유 감독이 아시안게임 우승을 위해 제시한 과제들이다. 이를 위해 귀화선수 영입 가능성을 살펴야 하고, 그 차선책도 마련해야 한다. 뉴질랜드 전지훈련과 평가전, 일본, 브리검영대와의 연습경기, 심지어 스페인 월드컵서도 초점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남자농구대표팀 최종엔트리 12인 선정은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위에서부터 남자농구대표팀, 헤인즈, 이승준, 선수들을 지도하는 유재학 감독. 사진 = 진천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