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과감한 결단. 하지만, 예상했던 일이다.
동부가 12일 이승준을 웨이버 공시했다.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동부는 그동안 팀과 이승준 모두를 살리는 방법을 생각했다. 실제 트레이드도 시도했다. 하지만, 이승준을 원하는 팀은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다른 팀들은 이승준을 영입하는 대가로 전력 출혈을 하는 것에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꼈다.
그의 지난 시즌 몸값 5억원이 변수이긴 했다. 샐러리캡(지난 시즌까지 22억원)에 큰 영향을 주는 부분. KBL서 여전히 고액연봉자들이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이승준에 대한 가치가 뚝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 이승준은 아무런 대가 없이 이적 가능하다.
▲ 더 이상 공존 불가능
이승준은 공격력과 리바운드 장악능력은 검증이 끝났다. 지난 시즌 11.4점 6.5리바운드로 준수한 성적.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수치와는 달리 팀 공헌도는 높지 않았다. 팀을 위한 효율적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이승준은 김주성과 공존하지 못했다. 김주성은 KBL 최고의 이타적인 플레이어. 김주성은 이승준과 함께 뛸 때 공격기회를 제공하면서 공간을 만들어줬다. 자신의 득점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리바운드와 스크린에 주력했다.
하지만, 이승준이 김주성의 장점을 뽑아먹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공격 욕심이 크다보니 무리한 플레이를 많이 했다. 상황에 따라 김주성을 활용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결국 팀 공격 흐름 자체가 뚝뚝 끊겼다. 그러면서 김주성이 이승준 몫의 수비까지 커버하느라 피로도가 가중됐다. 이승준의 1대1 수비력은 나쁘지 않지만, 팀 수비 이해도는 높지 않았다. 그는 삼성 시절에도 테런스 레더와 공존에 끝내 실패했는데, 동부서도 반복됐다.
결국 지난 시즌 김주성과 이승준은 함께 뛰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었다. 두 사람이 따로 뛰어도 충분히 팀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순 있었다. 승부처에서 이승준을 활용한 공격옵션은 여전히 매력적인 옵션이었기 때문. 하지만, 김주성이 잔부상이 많아 수비와 궂은 일을 해줘야 할 대체자가 필요했다. 이승준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동부는 지난 두 시즌간 수비조직력이 와해되면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동부 시스템상 이승준을 더 이상 안고 가는 건 무리였다.
▲ 김영만 체제 출범, 명확한 노선정립
이승준은 지난 1월 아킬레스건 파열로 수술을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개인적으로 재활을 하고 있다. 동부가 이승준의 몸 상태를 믿지 못해서 웨이버 공시한 게 아니다. 동부 관계자는 12일 전화통화서 “이승준은 다음 시즌에 맞춰 몸을 잘 만들고 있다”라고 했다. 이승준을 안고 가는 팀은 다음 시즌에 정상적으로 기용할 수 있다.
김영만 감독 의중이 확고하게 투영된 결과다. 김 감독은 동부서 4시즌간 코치로 일했다. 동부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동부 농구 아킬레스건도 당연히 잘 안다. 고액 연봉자 이승준이 투자 대비 효율성이 높지 않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동부는 김 감독 부임 이후 KT와의 2대1 트레이드로 체질개선에 나섰다. 그리고 FA 한정원을 영입해 빅맨 자원을 보강했다. 지난 시즌 도중 상무에서 제대한 간판스타 윤호영도 다음 시즌부턴 정상적으로 동부와 함께 출발한다.
이승준이 함께할 여유가 없다. 샐러리캡을 맞추기 위해선 그 어떤 조치를 취해서라도 이승준과 함께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김주성 윤호영 한정원에 이승준이 공존하긴 쉽지 않다. 동부 관계자는 “5억원의 이승준이 김주성이나 윤호영 백업을 맡는 건 쉽지 않다”라고 했다. 당연하다. 공격적이고 화려한 이승준은 당연히 긴 시간 출전을 원한다. 그러나 김주성 윤호영에 이승준까지 함께 가는 건 무리였다. 이들이 10분씩 나눠 뛸 순 없는 노릇. 동부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
▲ 동부 컴백 가능성도 있다
웨이버 공시는 단순 방출이 아니다. KBL은 향후 2주간 이승준 영입의향서를 받는다. 복수의 팀이 영입의향서를 제출할 경우 지난 시즌 성적 하위팀이 영입 우선권을 갖는다. 26일까지 이승준을 영입하는 팀이 없다면 동부는 다시 이승준을 활용할 수 있다. 다시 계약을 맺을 수도 있고, 또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동부 관계자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한다.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라고 했다.
아무런 대가 없이 이승준을 데려가는 팀이 나올까. 또 다른 농구관계자는 전화통화서 “트레이드가 아니라면 이승준을 데려갈 팀이 있을 수 있다”라고 했다. 이승준만의 장점은 여전히 매력적이기 때문. 다만, 각 팀들이 이승준에게 5억원을 지불할 용의가 있을지는 미지수. 이승준은 해당 팀 샐러리캡 사정을 고려해서 적당한 가격에 계약을 하면 된다. 웨이버는 FA가 아니기 때문에 이승준이 팀을 선택할 권리는 없다.
결론적으로 동부의 이승준 웨이버 공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선택. 그리고 이승준을 위한 상생의 길이다. 귀화혼혈선수를 보유한 SK 모비스 KT를 제외한 모든 팀은 이승준을 영입할 수 있다. LG는 문태종을 보유했지만, 귀화혼혈선수 제도 폐지 이후 재계약을 했기 때문에 이승준 영입이 가능하다. 이승준 행선지에 따라 다음 시즌 판도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승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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