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희망과 불안이 공존한다.
두산은 마무리 이용찬 없이 6경기를 치렀다. 성적은 3승3패. 5할이다. 패배한 3경기 중 2경기는 일찌감치 밀린 게임이었다. 그러나 9일 잠실 LG전처럼 연장전 끝내기 패배를 당하며 이용찬을 떠올린 게임도 있었다. 두산은 한화와의 주말 홈 3연전 역시 이용찬 없이 불펜을 운영해야 한다. 이용찬은 16일 NC와의 전반기 최종전서 출전 가능하다.
이용찬이 없는 현재 두산 불펜 운영 시스템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사실 이용찬이 건재하다고 해도 두산 불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그렇게 높진 않다. 기본적으로 두산은 타선이 좋고 선발진이 무너진 상태다. 불펜도 선발진보다 부각이 덜 됐을 뿐, 안정감이 매우 좋은 수준은 아니다. 이용찬이 등판하기 전까지 변수가 너무나도 많은 게임을 한다. 그 변수들에 의해 경기 승패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불펜이 불안해 마무리 등판 전에 뒤집히는 게임도 많이 했다. 이용찬이 없는 지금, 역설적으로 두산 불펜이 위기관리능력을 시험해보고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 임시 마무리 정재훈 카드는 성공적
송 감독은 이용찬이 출장정지를 받은 다음 날 “기본적으로 마무리는 정재훈이 맡는다. 다만, 왼손타자가 많은 팀에는 이현승이 정재훈 뒤에 등판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좋은 선택이다. 정재훈은 두산 불펜투수들 중 경험이 가장 많다. 사실 구속과 구위를 보면 오히려 선발 스타일이다. 하지만 정재훈은 풀타임 마무리로 2005년 세이브왕(38세이브)을 차지했다. 2006년 30세이브, 2007년 25세이브로 3년 연속 20세이브 이상을 찍었다. 구위보다는 탁월한 경기운영능력과 지능적 피칭으로 불펜에서 장수 중인 대표적 투수.
이는 이용찬이 추후 흔들릴 경우 정재훈이 언제든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두산에 ‘마무리 정재훈 카드’는 일종의 보험이다. 정재훈은 9일 경기서 대타 정의윤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⅔이닝 1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그러나 10일 경기서 다시 만난 정의윤을 루킹 삼진으로 처리하는 뚝심을 과시했다. LG 양상문 감독이 격하게 항의했지만, 공은 스크라이크 존 외곽을 파고 들었다. 이런 장면만 봐도 정재훈이 강심장이란 걸 알 수 있다.
▲ 필승조 이현승 위주 재편
정재훈이 마무리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필승조는 좌완 이현승 위주로 재편됐다. 이현승은 요즘 구위가 좋다. 10일 잠실 LG전서 1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무너졌지만, 그 직전까지 4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일단 다음 경기서 이현승이 다시 살아난다면 송 감독도 이현승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질 것이다. 지금 구위로는 어떤 팀, 타자를 만나도 밀리지 않는 수준. 이용찬이 없고 정재훈이 임시 마무리로 보직을 변경한 상황에서 이현승이 승부처에서 1이닝 이상 혹은 2이닝도 소화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또 한명의 필승조는 역시 우완 윤명준. 그러나 이현승, 정재훈에 비해선 안정감이 살짝 떨어진다. 그리고 투구수가 많아지거나 연투를 할 경우 구위가 무뎌지는 단점이 있다. 6월 10경기서 1승2홀드 평균자책점 7.36으로 흔들렸지만, 7월 4경기서 1승1홀드 평균자책점 1.59로 좋다. 정재훈이 마무리로 이동한 상황서 6~8회 승부처서 정재훈이 했던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고민이다. 윤명준과 이현승의 미세하게 떨어지는 안정감을 그동안 정재훈의 노련미로 메웠다. 그러나 정재훈이 마무리로 빠져나가면서 윤명준과 이현승이 가진 약점이 도드라질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송 감독은 일단 선발투수를 최대한 길게 끌어가고 있지만, 어차피 두산 선발진서 안정적으로 7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카드는 더스틴 니퍼트뿐이다.
▲ 추격조가 고민
더 큰 고민은 추격조다. 선발이 일찍 무너졌을 때 타선이 터질 경우 경기 흐름이 묘해진다. 윤명준과 이현승을 투입하기엔 상대적으로 이른 시점도 있다. 두산은 시스템상 이런 게임을 자주 하는 편이다. 추격조들이 경기 흐름을 잡아주는 롱릴리프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두산 추격조는 말 그대로 추격조 신분을 벗어나기 힘들 정도로 불안하다. 김강률 변진수는 추격조를 맡기기에도 버거울 정도. 대안은 없다. 이들이 해주지 못할 경우 경기 막판 돌발변수서 버텨내는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건 이용찬 공백과 무관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용찬이 없는 현재 필승조 운영이 빡빡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크게 부각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오현택도 있다. 윤명준과 함께 정재훈-이현승 투입 직전 활용되기도 했다. 노경은의 선발 컴백으로 임시 선발서 불펜으로 돌아온 상황. 그러나 선발진 구멍이 나면 대체 1순위로서 온전히 불펜서 가동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정상적이라면 오현택이 경기 흐름을 잡아주는 롱 릴리프 역할을 해주면 불펜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사이드암이라 경우에 따라 원 포인트로 들어갈 수도 있다.
이용찬이 없는 상황에선 추격조들도 때로는 추격조 역할 그 이상을 수행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현재 두산 추격조에겐 그런 역할을 맡기기가 어렵다는 게 함정이다. 현실적으로 이용찬 없는 필승조도 매우 빡빡하게 돌아간다. 물론 이용찬은 곧 돌아오지만, 누구든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임기응변에 대처하는 힘을 길러놓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10일 경기 12-4서 13-12 승리는 불펜 투수들을 기준으로 볼 때 썩 좋은 현상은 아니었다.
[정재훈(위), 이현승(가운데), 윤명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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