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최민식을 통해 역사 속 이순신 장군이 재탄생됐다. 영화 '명량'에서 최민식은 완벽히 이순신 장군으로 분했다. 그가 아닌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이순신 장군은 떠올릴 수 없을 정도다. 이순신 장군이 최민식이었고, 최민식이 이순신 장군이었다.
최민식은 '명랑' 속 이순신 장군을 연기해 내기 위해 '난중일기'에서 인간 이순신의 모습들을 찾아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 기댈 수 있는 건 '난중일기' 밖에 없었다고.
최민식은 "그 책 한 권에 그 분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난중일기'는 이순신 장군의 단편적 기록들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다. 역사적 팩트에 작가적 상상력을 가미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책들은 많다. 나도 사람이니까 책 속의 묘사들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읽지 않았다. 그런 것들에 스며들고 매료당하게 되어 있다. 배우로서의 내 자존심도 허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난중일기'를 볼 때 다른 사람의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이었다. 그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관련 서적들도 찾아봤다. 그 분들을 토대로 한 창작이 아닌 그 분들에 대한 기록서 같은 책들을 봤다"며 "'난중일기'에서 하루하루를 기록한 것들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감성적이고 담백했으며 화려한 미사여구가 없었다. 아무리 일기라도 개인의 성향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이 분은 그런 것들이 없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나 아들이 왜군에게 죽임을 당했을 때, 부하 장수가 탈영을 했을 때 등에서는 글에서 피가 묻어나오는 것 같았지만 그 외 부분에서는 담백하고 치장하지 않는 그 분의 성품을 엿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최민식은 처음 명량해전을 영화화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짜릿함을 느꼈다고 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전투신들이 있지만 그보다도 훨씬 이전의, 칼과 활 등의 옛날 병기들을 이용한 전투신들을 영상으로 구현한다는 것이 남다르게 다가왔던 것. 배와 배들이 부딪히고, 회오리 바다 안에서 펼쳐지는 생존을 향한 몸부림 그리고 아군과 적군을 떠나 지옥과 같은 처절한 현장들이 구현됐을 때 보여질 그림들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영화가 완성된 지금, 이런 프로젝트를 떠올렸으며 투자를 이끌어내고 배우를 캐스팅한 뒤 영화로 완성해 낸 김한민 감독에 대한 대단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최민식은 "'명량'은 영화적 스타일로만 봤을 때는 세련된 스타일이 아니다. 딱딱 짚어가는 그런 영화다.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은 결말을 뻔히 다 알고 있으니 왜 영화로 만드나 싶을 수도 있다. 현재 관객층은 어떻게 보면 80% 정도가 젊은 층의 관객이다. 우리 영화가 우직하리만큼 덤덤해서 한 편으로는 우려도 됐다. 역사가 스포일러지 않나. 어떻게 영화적 재미도 주면서 묵직한 메시지를 온전히 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이러한 틀의 영화, 이러한 메시지의 영화를 어떻게 표현하겠나. 정직하게 표현하면 됐다. 우리가 의도한 대로 진솔하게 표현하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뜻대로 진솔함을 담아 이순신 장군을 연기해냈다. 그런 진솔한 정공법이 통했는지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는 묵직한 감동을, 자신에게는 뿌듯함을 안겼다.
최민식은 관객들에게 하나하나 열거되지 못할 수도 있는 일반 병사 역을 맡은 배우들, '명량' 스태프들 등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카메라 뒤편에서 바라본 그들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고.
최민식은 "세상에 이렇게 헌신적인 배우와 스태프들이 있나 싶을 정도다. 찢어지는 그런 부상은 다반사였다. 전투신들이다 보니 발도 밟히고 발가락도 부러졌지만 그런 건 아주 자질구레한 부상들이었다. 오타니 료헤이 같은 경우 귀가 찢어져 벌어져 있어 바로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그 정도로 다들 몰입을 했다. 아무리 컴퓨터 그래픽이 훌륭하다고 해도 그 안에 배우들의 움직이는 감성, 열정이 없었다면 이렇게 표현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뜨거운 열정이 있다. 뻔한 결말임에도 울림이 있었을 수밖에 없다. '진짜 우리 조상들이 그렇게 살았겠구나'라는 걸 보여주자는 시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민식 그리고 김한민 감독, '명량'에 출연한 여러 배우들 그리고 스태프 등이 한마음이 돼 관객들 앞에 선보인 영화 '명량'은 1597년 임진왜란 6년,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싸운 위대한 전쟁 '명량대첩'을 그린 영화다. '최종병기 활'의 김한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최민식을 비롯 류승룡, 조진웅, 김명곤, 진구, 이정현, 권율, 노민우, 김태훈, 오타니 료혜이, 이승준, 김원해, 박보검, 고경표 등이 출연했다. 오는 30일 개봉.
[배우 최민식.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