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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영화 '해무'에는 홍매라는 조선족 처녀가 등장한다. 소식이 끊긴 오빠를 찾기 위해 밀항에 올랐지만,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전진호에 오르기도 전에 차디찬 바다에 빠져야 했고, 앞으로 벌어질 일을 모른 채 동식(박유천)을 만났다.
홍매를 연기한 배우는 한예리다. '코리아' '스파이' '동창생' '군도: 민란의 시대' 등에 출연한 한예리는 조선족 처녀 홍매를 신비로운 매력이 있으면서도 사랑스러운 여자로 표현했다.
홍매는 한예리에게 운명처럼 가다왔다. '해무' 시나리오를 읽은 뒤 홍매 역을 맡고 싶었고, "나보다 더 훌륭하고 좋은 여배우가 하고 싶다고 하면 어쩌나"라는 걱정을 하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왔으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예리는 "홍매가 여섯 선원의 해무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홍매로 인해 사건이 벌어지고, 엔딩이 주는 여운이 깊게 남았다. 여배우라면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홍매는 한예리의 색이 많이 느껴지는 캐릭터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홍매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심성보 감독과 홍매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오히려 애매한 느낌의 홍매가 통했다. '해무'를 보는 내내 홍매가 궁금했고, 호기심이 생겼다.
"오히려 이런 알듯 모를 듯 한 홍매가 더 재밌고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친절하게 알려주기보다는 좀 더 숨기는 것이. 홍매는 옷으로 온 몸을 싸매고 있다. 발목만 살짝 보인다. 들춰보고 싶게 홍매만의 색을 감독님께서 만들어 주셨다."
홍매는 조선족 처녀인 만큼 사투리를 쓴다. 그동안 사투리 연기를 많이 해 본 한예리지만 이번 역시 어려웠다. 여기에 한예리는 홍매만의 말투를 만들었다. 북방 여자의 강한 이미지를 홍매에게는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는 것. 좀 여리하고, 동식과 있을 때는 여성적인 느낌이 많이 나길 바랐다. 그렇게 홍매만의 언어가 탄생했다.
"고민을 많이 했다. 좀 나긋나긋하게 말을 해복, 좀 더 친절하게도 해 봤다. 동식과 친해지고 나서는 좀 저 친절한 느낌을 주고 귀여운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동식과 홍매가 만났을 때 아기자기한 느낌이 잇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밝은 부분이다. 때문에 뒤에 오는 해무가 더 크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해무'의 홍일점인 홍매는 막내 선원 동식과 사랑을 나눈다. 많은 이들이 "동식과 홍매가 진짜 사랑을 했나"라고 묻는다. 한예리는 "나는 사랑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인터뷰를 진행한 박유천 역시 "홍매와 동식은 사랑이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동시에 사랑이라고 생각했고, 영화 속에는 그 종류가 무엇이든 어떤 색의 사랑이든, 두 사람은 사랑이라고 느낄만한 감정으로 드러난다.
홍매와 동식은 사랑을 하고 기관실에서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나누는 사랑은 베드신 그 이상을 의미했다. "키스신과 베드신을 찍기 전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찍고 보니 두 사람은 사랑의 감정을 넘어 생존이라는 것이 있었다. 베드신을 머리로 이해하려고 했던 것이 잘못이었다. 마음으로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한예리는 '해무' 현장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숨을 곳이 없는 배 위에서의 촬영도 그랬고, 문성근을 비롯해 김윤석, 이희준, 김상호 등 연기파 배우들과의 호흡도 그랬다. 특히 연기자로 데뷔하기 전 문성근의 연기를 보면서 자란 한예리는 존경심을 드러냈다.
"문성근 선배님의 영화를 보면서 자랐다. 가까이서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나이도 많으시고, 많은 영화에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대한 열정이 여전하셨다."
마지막으로 한예리는 '해무'의 강점을 설명했다. 한예리에 따르면 '해무'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사랑할 만한 작품이다. 오락영화가 즐비한 극장가에 한국의 영화 같은 느낌의 영화가 바로 '해무'라는 것이다. '살인의 추억' 이후 심성보 감독이 감독으로 데뷔한 작품이다. 그런 추억을 가지고 있는 관객들은 충분히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추천 평을 전했다.
[배우 한예리.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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