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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영화 '해무'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한다. 자신의 집같은 공간 전진호를 지키려는 선장 철주(김윤석)를 비롯해 전진호에 숨어사는 인정 많은 기관장 완호(문성근), 선장의 명령에 묵묵히 따르는 갑판장 호영(김상호), 돈을 우선시 하는 롤러수 경구(유승목), 욕구와 본능에 충실한 선원 창욱(이희준), 순박한 막내 선원 동식(박유천)까지.
이들은 상황이 극으로 치달았을 때 본성을 드러낸다. 깊숙이 숨겨둔 본성이 드러나면 상황은 더욱 좋지 않게 흘러간다. 이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상황과 본성은 비례 그래프를 그리며 더욱 밑바닥을 드러낸다.
이들 중 끝까지 본성을 드러내지 않는, 이성적인 인물이 존재한다. 바로 갑판장 호영이다. 가장 이성적이고, 판단을 한다기 보다는 선장 철주의 말을 따른다. 그에게는 목표가 있다. 전진호 선원 중 유일하게 온전한 가족이 있는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김상호는 이런 호영에 대해 "충분히 이성적이어도 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온전한 가족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고, 가족이 있다는 것은 어디서든, 어떤 상황이든 버틸 수 있는 힘이고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 호영의 목표는 모든 것을 원상태로 돌려놓고, 적당히 고기를 잡아 육지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 후 가족들과 함께 여수에서 가장 먼 동네로 떠나면 그뿐이다.
김상호가 '해무', 전진호에 승선하기까지는 큰 고민이 없었다. 그는 "시나리오가 좋았고, 나에게 호영이라는 캐릭터가 왔다.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게 펼쳐졌고, 끝도 좋았다. 출연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서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출연을 결정한 후 김상호는 전진호에 올라 호영을 만들어나갔다.
블록이라고 표현을 했다. "호영은 배 안에서 찾은 블록이 많다. 배 안에서, 현장에서 인물이 단단하게 되는 경우였다. 캐릭터가 분명 존재하지만, 현장에서 많이 찾아냈다. 시나리오에도 지문상으로는 나타나 있지만 대사로 정확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전진호 안에서 인물이 단단해졌다."
그렇게 전진호에서 블록을 찾아 완성한 호영은 돌 같은 인물이 됐다.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알고, 무던히 앞만 보고 가는 사람이고, 말수가 많지도 않다. 그 와중에 가정적이다. 책임감이 강하고 가족을 부양해야 했기에 해무가 드리운 전진호 안에서 폭주하지 않고 견딜 수 있었다.
김상호는 인터뷰 내내 '해무'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3번을 봤지만 빈틈을 찾을 수 없는 작품"이라 했다. "내가 연기하는 것을 보는 게 부끄럽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연기를 했는지 알기 때문에 부끄럽다. '해무'도 그런 부분은 마찬가지지만 지루하지 않게 봤다.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고 싶었다."
이런 '해무'의 매력으로는 "관객과의 밀착"을 꼽았다. 그는 "자신의 속마음을 들켰을 때 과연 외면하고 싶을까. 어쨌거나 개개인이 다른 감정을 느낄 것이다. 불편하지 않게, 가볍게 생각하면서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관객들이 바로 옆에서 같이 가는 이야기라는 것이 매력이다.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김상호는 "빨리 개봉 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당시는 개봉을 하루 앞둔 상황이었다. 김상호는 '잘 될 것이라 믿고 잘 될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도 보였다. 이런 김상호의 생각은 통했다. 개봉 첫날 1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로는 높은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배우 김상호, 영화 '해무' 스틸컷.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NEW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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