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텍사스 레인저스 외야수 추신수의 올 시즌 114경기 성적은 타율 2할 4푼 5리(420타수 103안타) 11홈런 38타점 53득점, 출루율 3할 4푼 5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7년간 1억 3천만 달러 계약으로 FA 잭팟을 터트린 선수의 성적이라 보기 어렵다.
추신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신시내티 레즈의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하고 FA를 선언했고, 텍사스를 선택했다. 지난해 154경기에서 타율 2할 8푼 5리 21홈런 54타점 20도루 107득점, 출루율 4할 2푼 3리를 기록한 추신수는 20홈런-20도루-100득점-100볼넷, 300출루까지 기록하며 '특급 리드오프'로 발돋움했다. 내셔널리그(NL)에서도 수준급 성적을 남기며 많은 구단의 러브콜을 받았다.
1번타자감이 필요했던 텍사스가 추신수를 그냥 지나칠 리 없었고, 결국 대형 계약을 안겨줬다. 계약 직후 현지 언론은 "텍사스가 2014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한 최고의 포지션을 갖췄다"고 극찬했다. MLB.com의 리처즈 저스티스 기자는 "스피드와 파워에서는 텍사스를 앞설 팀이 많지 않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 당시에는 전혀 이상할 게 없는 평가였다.
시즌 초반은 괜찮았다. 아니, 훌륭했다. 추신수는 5월 8일 콜로라도전까지 타율 3할 7푼, 출루율 5할을 찍었다. 거칠 게 없어 보였다. "건강한 추신수라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존 대니얼스 텍사스 단장의 표정은 무척 의기양양했다. 시범경기 타율 1할 6푼 1리 1홈런 3타점으로 부진했던 얘기는 쏙 들어갔다. 5월까지는 삼진/볼넷 비율도 1.48(46/31)로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6월 26경기 타율 1할 7푼 9리를 찍으면서 브레이크 없는 추락을 계속했다. 지난달 26경기 타율도 2할 1푼 9리였고, 이달 12경기에서도 타율 2할 5푼 2홈런 4타점으로 눈에 띄는 반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6월 이후 삼진/볼넷 비율은 3.16(76/24)로 2.13배 치솟았다.
특히 추신수의 8월 출루율은 2할 5푼 9리에 불과하다. 특히 12경기에서 삼진을 무려 20개나 당했다. 경기당 평균 1.67개의 삼진을 당한 셈인데, 이 기간에 볼넷은 단 하나뿐이었다. 삼진/볼넷 비율이 무려 20이다. 메이저리그(ML)를 통틀어 월간 삼진 부문 단독 1위의 불명예다. 올 시즌 전체를 봐도 삼진 122개로 아메리칸리그(AL) 4위, 팀 내 단독 1위다. 텍사스에서 세자릿수 삼진을 당한 타자는 추신수가 유일하다.
메이저리그 통계 전문 사이트인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추신수의 올 시즌 WAR(대체선수 승리 기여도는)은 -0.2다. 쉽게 말해 승리에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다. 2009년 5.5, 2010년 5.9, 지난해 4.2와 견줘 참담하기 그지없다. 풀타임 첫해인 2009년 이후 WAR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011년 1.7보다 낮다. 추신수 대신 마이너리그 선수를 투입하는 게 오히려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
미국 현지 언론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댈러스 모닝뉴스'의 팀 코울리쇼 기자는 "텍사스 팬들은 영양가 있는 추신수를 원한다"고 했고, 14일 '팬그래프닷컴'은 "추신수를 영입한 건 오프시즌 최악의 계약 중 하나다"고 비판했다.
달라질 기미는 보인다. 추신수는 최근 10경기 중 7경기에서 안타를 뽑아냈고, 이 기간에 홈런도 2개 때렸다. 질 좋은 타구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문제는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다는 점. 한 번 분위기를 타면 무섭게 몰아치는 특유의 면모가 실종됐다. 볼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에 여지없이 헛스윙 삼진을 당하는 장면은 익숙하다. 올 시즌 볼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1할 7푼 3리에 불과한 타율이 이를 말해준다.
텍사스는 '리드오프 강화'를 위해 추신수를 영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30~40홈런을 문제없이 쳐내는 파워히터라면 아무리 많은 삼진을 당해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리드오프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출루 머신'이 20삼진-1볼넷이라면 문제가 있다.
텍사스의 올 시즌 잔여경기는 총 42경기. 많은 이들이 추신수의 부활을 바라고 있음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추신수가 지난 부진을 어느 정도는 만회할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볼 일이다.
[추신수.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