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49세 25일.
일본프로야구 최고령 선수 야마모토 마사(49, 주니치)의 승리. 6일이 지났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야마모토는 지난 5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돔에서 열린 2014 일본프로야구 한신과의 홈 경기서 5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만 49세 25일에 따낸 승리. 하마자키 신지(48세 4개월)의 최고령 승리기록를 갈아치웠다.
야마모토는 1983년 데뷔했다. 올해 32년차. 국내야구가 1982년에 출범했으니 국내로 치면 프로 초창기 선수가 아직도 뛰고 있는 셈이다. 실제 야마모토는 KIA 선동열 감독이 1990년대 말 주니치에서 마무리로 뛸 당시 왕성하게 활동했다. 선 감독은 은퇴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야마모토는 여전히 현역이다. 올 시즌에는 2군서 기회를 노리다 1군 첫 등판서 선발승을 따냈다. 직구 구속이 130km대 중반에 불과했으나 정교한 컨트롤과 노련한 경기운영능력이 일본 1군무대서도 여전히 통했다.
▲ 멈춰버린 최고령 승수시계
국내기록을 살펴보자. 최고령 승리는 만 43세 1개월 23일의 송진우다. 송진우 한화 투수코치는 2009년 4월 9일 대전 두산전서 승리투수가 됐다. 최고령 완봉승과 완투승 역시 송 코치가 갖고 있다. 송 코치는 2005년 9월 8일 인천 SK전서 만 39세 6개월 23일의 나이로 최고령 완투완봉승을 따냈다. 송 코치가 은퇴한 뒤 최고령 승리투수, 초고령 완봉승, 최고령 완투승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올 시즌 국내야구 최고령 선수는 류택현(LG). 1971년생 류택현은 올해 만 43세. 그는 전문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다. 2012년까지 승수를 쌓았던 그는 지난해엔 홀드만 16개를 따냈다. 그런데 류택현은 올 시즌 1군서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단 2경기에만 뛰었다. 구위 저하로 후배들에게 밀린 상태. 다만, 올 시즌 퓨처스서 16경기에 나섰다.
▲ 베테랑들, 설 자리가 없다
최근 몇 년간 국내야구는 급속도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삼성이 세대교체에 성공하면서 통합 3연패를 차지하자 다른 팀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리빌딩에 들어갔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 팀 베테랑들은 1군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야수 최고령 송지만(넥센, 41세)은 올 시즌 1군 기록이 없다. 넥센 타선은 완벽한 리빌딩에 성공한 상황. 조성환(롯데)은 시즌 중 은퇴를 선언했고, 김동주(두산) 장성호(롯데)도 1군서 모습을 감춘지 오래다. 투수 쪽을 보면 김선우(LG)가 퓨처스서 재기를 모색 중이다. 그는 만 37세.
기본적으로는 기량에서 베테랑들이 젊은 선수들을 따라가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다. 확실히 전성기 기량과는 거리가 있다. 야구관계자들은 “베테랑들이 옛날만 생각하고 변화하지 못한다”라고 한다. 일리가 있다. 대부분 베테랑들은 전성기 기량에서 내려온 뒤 변화를 두려워해 쇠락과 은퇴의 길을 걷는다. 이런 틀을 벗어나지 못할 경우 변명의 여지는 없다.
베테랑들이 아니더라도, 전성기를 달리는 주전들 역시 좀 더 치열해져야 한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SK 이만수 감독은 “우리나라는 경기 수가 적다. 체력 때문에 성적이 떨어지는 건 핑계”라고 지적했다. 베테랑이 된 이후에도 전성기의 기량을 최대한 유지하려면 더욱 철저하게 몸을 관리하고 상대를 연구해야 한다는 의미.
그런데 또 다른 관계자들은 “벤치에서 베테랑들의 노련미를 과소평가하는 경향도 있다”라고 평가한다. 감독들은 기본적으로 거의 매일 퓨처스 선수들에 대한 동향을 보고 받아왔다. 눈 앞의 순위다툼에 여유가 없다. 때문에 기량 자체가 떨어진 베테랑들의 기용이 쉽지 않은 건 당연하다. 구단과의 관계와 미래 등을 감안하면 젊은 선수들을 외면할 수 없다. 하지만, 주니치가 야마모토를 대체 선발투수로 기용한 건 야마모토의 노련미와 철저한 준비성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그에 비하면 확실히 국내야구 베테랑들은 진짜 가치만큼 대접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 최영필 케이스
그렇다고 해서 올 시즌에 베테랑들이 완전히 자취를 감춘 건 아니다. 30대 후반은 적지 않게 있포진했고, 40대 베테랑도 1군서 활약 중이다. 대표적 케이스가 최영필(40, KIA). 그는 SK서 방출된 뒤 올 시즌 초반까지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해 그대로 선수생활을 마감할 뻔했다. 하지만, 불펜 붕괴에 신음하던 KIA가 최영필을 영입했고,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최영필은 올 시즌 32경기서 4승1패9홀드 평균자책점 2.81로 좋다. 최근 4경기 연속 무실점.
최영필은 무적 신분임에도 현역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았다. 그리고 KIA의 사정과 잘 맞아떨어졌다. 결국 최영필의 의지가 통했다. 선동열 감독 역시 젊은 선수를 선호하는 편. 하지만, 선 감독은 야마모토만의 철저한 몸 관리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최영필을 적재적소에 중용하면서 베테랑 효과를 극대화했다. 올 시즌 최영필은 또 다른 베테랑들에겐 희망이 됐고, 젊은 선수들에겐 귀감이 됐다.
정황상 국내야구서 당분간 최고령 승리기록이 깨질 것 같진 않다. 최영필도 만 40세라 승리를 추가해도 당분간 최고령 기록을 경신할 수 없다. 대부분 베테랑 투수가 구원투수다. 극심한 타고투저로 나이 많은 투수가 구위가 떨어진 상황에서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국내야구 베테랑들의 행보가 의미 없는 건 아니다. 최영필이 최고령 기록을 떠나서 베테랑 성공사례를 추가했다. 그리고 퓨처스에 있는 베테랑들이 좀 더 많이 땀을 흘리고, 또 그 노력이 구단과 감독에게 정당하게 인정받는다면, 한국야구 발전의 또 다른 동력이 될 수 있다.
[위에서부터 일본 언론에 소개된 야마모토, 송진우, 류택현, 최영필. 사진 =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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